임플란트에 대한 단상- 류수경 화정유치과 대표원장
2022년 12월 14일(수) 20:30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임플란트 원가가 얼마에요? 환자분들이 어떤 의도로 물어보시는지 대략 짐작은 가지만, 왜 이러한 질문을 하는지 한 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치과 치료비가 단순히 비싸기 때문일까?

치과 치료는 비급여 치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비급여 치료란 치료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가 전액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임플란트, 틀니, 크라운 등 치료가 비급여인 샘이다. 물론 65세 이상 노인들의 임플란트는 건강보험이 적용(평생 2개, 본인부담금 30%)되고 있지만, 아직도 임플란트하면 대표적인 비급여 치료일 것이다.

비급여 치료의 경우 의료인이 임의로 치료비를 결정할 수 있다. 병의원이 소재한 지역의 소득 수준, 의료진의 숙련도, 병의원 시설 및 장비 현황, 건물 임차료 시세 등에 따라 치료비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는 환자분들이 궁금해하는 임플란트 원가에 대한 대답도 아니고, 임플란트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를 설명해 줄 수도 없다.

얼마 전 대형마트 앞에서 반값 치킨을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귀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 5천원대 치킨을 사기 위해 기다리면서도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과연 원가가 얼마길래? 프랜차이즈 치킨이 대형마트 치킨에 비해 3배나 비쌀 이유가 무엇일까?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치킨의 원가도 판매가도 중요하지 않다. 치킨을 사기 위해 마트를 방문한 손님들이 치킨만 사지 않고 다른 물건들을 사가기 때문이다. 설령 치킨을 팔아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상품을 팔 수 있고, 이를 통해 손실을 이익으로 전환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벤트이다. 반값, 반의 반값 치킨은 일종의 미끼 상품인 것이다.

그럼 치킨 대신에 임플란트를 대입해 보자. ‘임플란트 이벤트 59만 원’ 이보다 더 싼 가격을 내걸며 광고하는 치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일부 대형 치과에서 박리다매식 덤핑 진료를 위한 일종의 환자 유인을 위한 미끼인 것이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과 같이 임플란트 치료를 저렴하게 받을 수만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선택이고, 나 또한 그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치과의 대부분은 싼 치료비를 미끼로 환자를 유인하고 과잉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다. 임플란트 치료는 생각하는 것처럼 잇몸뼈에 나사를 박아 보철물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치료가 아니다. 환자의 잇몸뼈 상태, 신경의 위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잇몸뼈가 약한 경우에는 잇몸뼈의 이식이 필요하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추가로 치료비가 발생하게 되고, 속칭 덤핑 치과는 과잉 진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결국 환자의 입장에서는 과잉 진료의 피해를 당했음에도 그 사실을 모른 채 싼 값에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값 줄 것 다 주거나 오히려 더 지불’하고도 임상 경험이 부족한 의사에게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대형 덤핑 치과의 경우는 임상 경험이 부족한 ‘페이 닥터’를 고용해 과잉 진료를 하고, 전통적으로 검증이 된 다른 보철 치료 방법이 있음에도 임플란트가 현존하는 최고의 치료법인양 환자들을 현혹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량한 치과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있으나, 이미 환자들은 ‘임플란트 59만 원’이 뇌리에 박혀 의료진들의 설명을 애써 들으려 하지 않는다.

얼마 전 환자 한 분이 임플란트 상담을 위해 오셨다. 임플란트 식립을 원하셨고, 다른 치과에서 이미 견적까지 내오신 분이다. 그런데 그 환자분께 에둘러 다른 치료를 권하며, 임플란트 식립이 필요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다. 의료진에 따라 치료 방법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케이스는 전형적인 과잉 치료로 같은 치과의사로서 참 부끄러웠다.

양심적인 치과는 임플란트 가격이 싼 치과가 결코 아니다. 양심적인 치과는 꼭 필요한 치료만을 권하는 치과, 과잉 진료를 하지 않는 치과일 것이다. 자기 가족에게 권할 수 있는 치료만을 환자분께 당당하게 권하는 치과가 바로 우리 동네, 우리 가족의 주치의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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