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조선의 大기자, 연암- 강석훈 지음
보석처럼 빛나는 연암의 ‘기자적 기질’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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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도 기자가 있었다. 그것도 대기자가 말이다. 연암 박지원(1737~1805)이 오늘날로 치면 대기자다.
흔히 오늘날 오랫동안 취재현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풍부하고 식견이 있는 기자를 대기자라 칭한다. 그만큼 전문성과 기자로서의 역량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게다.
그렇다면 왜 연암을 대기자라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대기자의 면모와 식견,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장정의 ‘르포르타주’”인 ‘열하일기’를 썼다. 일반적으로 르포르타주는 단편적인 보도를 넘어 ‘특정 주제나 지역사회, 사회 현상을 심층 취재한 기자가 취재를 태도로 자신의 논평이나 에피소드 등을 종합적으로 갈무리한 기사’를 일컫는다.
연암 박지원을 지금껏 다룬 책들은 많다. 학술적 입장에서, 여행자적 입장에서, 정치·사회와 연관된 관점에서 분석하고 정리한 책들이 그것이다. 책들은 연암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 나름 의미는 분석의 틀과 지적인 기여를 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은 연암의 삶을 ‘기자’라는 조명한 저서다. ‘조선의 大기자’라는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일반 기자가 아닌 대기자라는 말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 지적인 저작물을 생산했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책을 쓴 강석훈 전 KBS 기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부장과 상하이 특파원, 베이징 지국장을 역임했다. 중국 특파원 시절 ‘열하일기’를 완독하며 연암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대기자’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기자의 시각에서 연암 박지원을 조명하고자 이 책을 저술”하게 됐다.
저자는 열하일기에 수록된 내용은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취재의 결과물로 상정한다. “청나라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풍속, 음악, 학문 등에 대한 방대한 기록과 다양한 에피소드, 높은 식견과 깊은 학식을 바탕으로 한 심층 필담”이기 때문이다. ‘기자 정신’이 없으면 펴낼 수 없는 “르포르타주보다 뛰어난 대작”이라는 것이다.
“열하일기에는 연암의 기자 정신뿐 아니라 현장의 냄새를 맡는 기자적 본능과 좌충우돌하며 발로 뛰는 기자로서의 자취, ‘취재 보도에는 피아(彼我)’가 없다라는 중립적인 관찰자의 자세, 그림자와 메아리를 얻는 취재 기법 등은 오늘날에도 본받고 배워야 할 기자상(記者像)이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다.”
무엇보다 연암을 스스로를 기자라 칭한다. 1780년 8월 1일 북경에 도착한 날 열하일기 기사에서부터다. 일단 자신을 삼류 선비라 규정한다. ‘해야 할 말을 하고 써야 할 글을 쓰는’ 자세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사건 기자로서의 연암의 면모가 드러난 일화가 있다. 이틀 밤을 세워가며 중국 짝퉁 골동품의 취재한 일이다. 연암이 심양에서 사귄 골동품상인 전사가(田仕可)라는 인물은 골동품 감식의 전문가다. 두 사람은 서로 흉금을 터놓고 지낼 만큼 관계가 좋다. 전사가는 짝퉁 골동품을 만드는 법을 자세히 일러준다. 연암이 짝퉁 골동품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게 된 내력이다.
연암은 열하까지 갔다 오는 기간 다양한 현장을 누볐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취재하면서 하인이나 말몰이꾼, 군뢰 등 사절단의 하층민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
열하일기에는 청나라 관리의 부패뿐 아니라 조선 양반 세력이 이중성과 무지몽매 등에 대한 부분도 적지 않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연암의 철저한 자기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눈에 띈다. “천하대세를 보고 천하지우를 근심한다”는 내용이 그것. “당시 선진국인 청나라가 발전된 문물과 제도, 실리적 외교를 바탕으로 동북아 질서를 잡아가는 큰 형세를 살펴본 뒤 우물 안 개구리 격인 후진국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부민강국의 방법을 고뇌하며 조선에서의 공공선을 추구했다. 열하일기에서 구체적 목적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이용후생이다.”
<니케북스·2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흔히 오늘날 오랫동안 취재현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풍부하고 식견이 있는 기자를 대기자라 칭한다. 그만큼 전문성과 기자로서의 역량을 인정한다는 의미일 게다.
그렇다면 왜 연암을 대기자라 말할 수 있을까. 그는 “대기자의 면모와 식견, 실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대장정의 ‘르포르타주’”인 ‘열하일기’를 썼다. 일반적으로 르포르타주는 단편적인 보도를 넘어 ‘특정 주제나 지역사회, 사회 현상을 심층 취재한 기자가 취재를 태도로 자신의 논평이나 에피소드 등을 종합적으로 갈무리한 기사’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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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강석훈 전 KBS 기자는 정치, 경제, 사회 등 주요 부장과 상하이 특파원, 베이징 지국장을 역임했다. 중국 특파원 시절 ‘열하일기’를 완독하며 연암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진정한 대기자’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 “기자의 시각에서 연암 박지원을 조명하고자 이 책을 저술”하게 됐다.
저자는 열하일기에 수록된 내용은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취재의 결과물로 상정한다. “청나라의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풍속, 음악, 학문 등에 대한 방대한 기록과 다양한 에피소드, 높은 식견과 깊은 학식을 바탕으로 한 심층 필담”이기 때문이다. ‘기자 정신’이 없으면 펴낼 수 없는 “르포르타주보다 뛰어난 대작”이라는 것이다.
“열하일기에는 연암의 기자 정신뿐 아니라 현장의 냄새를 맡는 기자적 본능과 좌충우돌하며 발로 뛰는 기자로서의 자취, ‘취재 보도에는 피아(彼我)’가 없다라는 중립적인 관찰자의 자세, 그림자와 메아리를 얻는 취재 기법 등은 오늘날에도 본받고 배워야 할 기자상(記者像)이 보물처럼 간직되어 있다.”
무엇보다 연암을 스스로를 기자라 칭한다. 1780년 8월 1일 북경에 도착한 날 열하일기 기사에서부터다. 일단 자신을 삼류 선비라 규정한다. ‘해야 할 말을 하고 써야 할 글을 쓰는’ 자세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사건 기자로서의 연암의 면모가 드러난 일화가 있다. 이틀 밤을 세워가며 중국 짝퉁 골동품의 취재한 일이다. 연암이 심양에서 사귄 골동품상인 전사가(田仕可)라는 인물은 골동품 감식의 전문가다. 두 사람은 서로 흉금을 터놓고 지낼 만큼 관계가 좋다. 전사가는 짝퉁 골동품을 만드는 법을 자세히 일러준다. 연암이 짝퉁 골동품을 고발하는 기사를 쓰게 된 내력이다.
![]() KBS 역사스페셜 ‘박지원의 열하일기 4천리를 가다’에서 캡처. |
열하일기에는 청나라 관리의 부패뿐 아니라 조선 양반 세력이 이중성과 무지몽매 등에 대한 부분도 적지 않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연암의 철저한 자기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글도 눈에 띈다. “천하대세를 보고 천하지우를 근심한다”는 내용이 그것. “당시 선진국인 청나라가 발전된 문물과 제도, 실리적 외교를 바탕으로 동북아 질서를 잡아가는 큰 형세를 살펴본 뒤 우물 안 개구리 격인 후진국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부민강국의 방법을 고뇌하며 조선에서의 공공선을 추구했다. 열하일기에서 구체적 목적으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는 이용후생이다.”
<니케북스·2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