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으로 본 5·18 진실, 세계에 계속 알리겠다”
미국 캘리포니아 5·18 기념일 제정 숨은 주역…광주서 만난 폴 코트라이트
당시 평화봉사단으로 나주서 봉사
‘5·18 푸른 눈의 증인’ 저자
주의회 의원들 책 읽고 깊은 감명
“한국 왔을 때 5·18 왜곡에 놀라
광주정신 알리기 어디라도 갈 것”
2022년 10월 16일(일) 21:00
1980년 광주 목격자이자 ‘5·18 푸른 눈의 증인’의 저자인 폴 코트라이트씨가 지난 15일 광주일보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지정한데는 42년전 5·18을 목격하고 증언한 ‘푸른눈의 증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5일 광주시 북구 한 호텔에서 주인공인 폴 코트라이트(68·Paul Courtright)씨를 만났다. 미국인인 그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와 나주 등을 오가며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소속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5·18 기념일이 지정된 것은 주의회와 한인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그의 역할이 없었더라면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의안(HR120)을 통과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5월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LA 한국교육원 강당’에서 5·18 강연을 했다. 5·18기념재단 LA지부 관계자들의 요청으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직접 보고 느낀 1980년 광주의 참혹한 실상을 알렸다.

강연 현장에는 마침 캘리포니아 5·18기념일 지정을 준비 중인 이들이 있었다.

코트라이트씨는 외국인들도 알기 쉽게 공부할 수 있는 5·18 관련 책을 달라는 이들의 요청에 자신이 쓴 책(5·18 푸른눈의 증인) 20~30권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에게 책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광주의 실상을 생생하게 담은 그의 글은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의 책에는 미국 평화봉사단 소속으로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나주 나환자 정착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목격한 5·18의 생생한 모습이 담겨있다. 1980년 26세의 나이에 그가 광주와 주변 지역에서 벌어진 일들을 목격하고 군에 의해 광주에 갇혀 겪은 1980년 5월 14일부터 26일까지 13일간의 기록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참혹한 실상 뿐 아니라 10일간 대동세상을 이룬 광주의 모습도 포함돼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들은 그의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켄 쿨리(Ken Cooley) 캘리포니아 주의회 법사위원장이 직접 코트라이트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도 하고, 수많은 관계자들이 이메일 등으로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이트씨는 지난 8월 8일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열린 5·18 기념일 지정 기념식에도 초청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쿨리씨는 그에게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위원회 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전했다”면서 “이 책이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instrumental) 역할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 책이 이런 역할을 해 정말 뿌듯했다”면서 “앞으로도 5·18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지난 6일 한국에 들어와 13일부터 5일간의 광주일정을 소화한 그는 “40여 년 전 5·18 당시 전남도청 앞과 금남로 일대에서 사람들이 하나가 돼 서로 격려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면서 “당시 광주시민들은 서슬 퍼런 군 독재 시기에도 함께 뭉쳤다. 서로 배척하고 싸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5·18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2019년 한국에 왔을 때, 5·18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외국인의 눈으로 5·18을 바라본 나의 책이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16일 무등산 등반을 마지막으로 광주 일정을 마친다는 그는 “5·18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나의 목표는 아직도 진행형”이라면서 “5·18기념재단에서 내년 5·18행사에 역할을 맡아달라고 해 고민중이다”고 웃어보였다.

한편 지난 8월 9일 새벽(캘리포니아 현지시각 8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 본회의에서 매년 5월 18일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글·사진=천홍희 기자 str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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