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2022년 08월 26일(금) 01:0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축구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중앙선 근처에 모여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한다. 또한 선수와 심판 모두 유니폼에 ‘No room for racism’(인종 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라는 패치를 붙이고 뛴다. 인종 차별을 근절하자는 캠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인종 차별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려 하자 관중석에서 한 팬이 자신의 눈을 양 옆으로 찢는 동작을 했다. 동양인을 비하할 때 하는 행동이다. 첼시 구단은 해당 팬을 찾아내 경기장 무기한 출입 금지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맥토미니가 손흥민을 손으로 가격한 게 VAR(비디오 판독) 끝에 반칙으로 판명돼 득점이 취소되자,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과도한 연기를 펼쳤다며 SNS에 ‘개고기나 먹어라’ ‘찢어진 눈의 황인종’ 등의 댓글 폭탄을 퍼부었다. 영국 경찰의 조사 뒤 인종 차별 글을 쓴 12명은 결국 사과 편지를 써야 했다.

손흥민은 또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인종 차별을 당했다”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신이 골을 넣고 2 대 0으로 승리한 독일전을 인생 최고 경기로 꼽기도 했다.

손흥민뿐만 아니다. 울버햄튼의 황희찬은 올해 프리시즌에서 골을 넣었다가 상대 팀 팬으로부터 인종 차별 욕설을 듣자 수사를 요청했고, 독일 분데스리가 이재성은 팀 동료가 “마늘 냄새 난다. 눈 감지 말고 뜨라” 등의 말로 놀려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인종 차별을 유쾌하게 걷어찬 선수도 있다. 2014년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와 비아 레알과의 경기 중 아우베스가 코너킥을 준비할 때 관중석에서 바나나가 날아왔다. ‘원숭이는 바나나나 먹어라’하는 의미였다. 아우베스는 바나나를 주워 들더니 태연하게 껍질을 벗겨 먹고 나서 코너킥을 했다. 아구에로, 네이마르 등 선수들은 SNS에 스스로 바나나를 먹는 사진이나 격려 글을 올려 연대 의사를 표현했다. 한 편집기자는 신문에 아우베스의 사진을 싣고 제목을 이렇게 썼다. ‘인종 차별을 먹어 치우다’

/유제관 편집담당 1국장 jk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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