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하천 반딧불이 대량 서식지 지켜주세요”
광주 대촌천 개체수 지난해 820마리…2년만에 600여마리 줄어
도시 개발·불법 소각·경작 등 원인…보존회 오늘 모니터링 보고회
2022년 08월 23일(화) 21:50
대촌천에서 발견된 암·수 반딧불이.
광주시 남구 대촌천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반딧불이 수가 최근 도시 개발과 불법 소각, 경작 등으로 살 터전을 잃어가고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카 커지고 있다.

23일 ‘대촌천반딧불이보존회’(이하 보존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472마리까지 불어났던 대촌천 반딧불이는 2020년에는 827마리, 2021년에는 820마리로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년 동안 개체수가 44%가량 줄어든 것이다. 보존회는 (사)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광주지부 사무처장인 박병옥 회장의 주도로 창단한 민간 환경단체다.

반딧불이는 수질·대기오염에 약한 탓에 청정한 지역에서만 서식해 ‘환경지표 곤충’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시화·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돼 개체 수가 줄어든데다 외부 빛을 싫어해 도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촌천 일대에서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은 크게 두 곳이다. 덕남동에 있는 상류 덕남도랑 인근 300m 구간과 수춘교~신장보까지 이어지는 약 7㎞ 구간이다.

앞서 대촌천 상류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반딧불이가 출현했으며, 이듬해에는 중류에서 성충이 100여마리 이상 나오기도 했다. 이후 반딧불이는 대촌천에 정착해 현재 하천 인근 7.6㎞ 공간에서 서식하고 있다.

보존회는 최근 대촌천 일대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불빛·소음 등이 발생한 것을 개체수 감소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촌동 일대에 건설 중인 에너지밸리산단에서도 완공 후 가로등이나 산단 내 시설·장비에서 많은 빛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존회는 설명했다.

보존회는 일부 농민들이 농삿일을 하다 나온 부산물을 불법 소각하거나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일부러 반딧불이 서식지를 불태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파악했다. 지난 2월에도 4차례 불법 소각으로 총 3050㎡의 반딧불이 서식지가 불탔는데 이동량이 적은 반딧불이 생태 특성상 불이 나면 도망가지도 못하고 죽고 만다는 것이다.

하천 인근에서 이뤄지는 불법 경작 또한 개체수를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딧불이 애벌레는 초지에서 서식하는 명주달팽이를 잡아먹고 사는데 최근 불법경작이 이뤄지면서 초지가 줄어들어 먹잇감이 사라졌다고 보존회는 설명했다.

다만 남구는 반딧불이 보존 활동은 민간 단체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으며 행정청이 적극적인 도움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환경 지표 생물이 나왔다고 해서 이곳 일대가 별도의 생태·경관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며 “구는 대촌천 수질을 유지하는 역할만 하고 있어서 인근 빛 공해나 대기오염, 불법소각까지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존회는 24일 남구청에서 ‘대촌천 반딧불이 보존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반딧불이 성충이 출현하는 9월에 맞춰 열리는 체험행사 일정을 논의하고, 빛 공해에 대비해 천변 700m 구간에 빛 차단 숲을 가꾸는 등 향후 대책도 요구할 방침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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