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부르는 ‘썸머 싱어즈 맘마미아’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영어합창 무대
할아버지와 손녀, 며느리와 시어머니 등
25가족 63명 참여…27일 광주디자인진흥원
2022년 08월 23일(화) 20:35
박주현 지휘자
80대 할아버지와 10대 손녀, 며느리와 시어머니, 시누이와 올케사이. 다양한 관계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들이 하나의 합창단으로 무대를 앞두고 있다. 오직 가족과의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모인 25가족, 63명의 ‘썸머 씽어즈_맘마미아’ 합창단은 오는 27일 오후 6시 광주디자인진흥원에서 합창무대를 선보인다.

지난 20일 오전, 광주시립문화예술회관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연습실을 찾았다. ABBA의 노래 ‘맘마미아’가 흘러나오는 연습실 안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의자에 발이 닿지 않는 초등학생까지 모두 60여 명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열정적으로 지휘를 하는 단상의 지휘자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가끔 가사를 따라가지 못해 악보를 보는 일도 잦았지만, 공연을 앞둔 마지막 연습이기에 이들의 진지한 모습은 프로 연주자 못지 않았다.

‘Dancing queen’은 안무 연습도 더해졌는데, 아빠들은 쑥스러운지 안무 연습에 팔을 쭉쭉 뻗으라는 자휘자의 말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아빠와 함께하는 합창 연습에 아이들은 덩달아 신이 났다. 어떤 어르신은 너무 흥이 난 나머지 자신의 파트가 아닌데도 노래를 부르다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가 즐거우면 됩니다”라는 박주현 지휘자의 말처럼 단원들은 흥겨운 연습을 이어갔다. 이날은 총연습일로 무대 동선을 확인하고 안무를 다시 한번 숙지하면서 공연 당일 협연할 밴드와의 첫 협주도 진행됐다.

최고령 이충식(80)씨는 딸 그리고 손녀 3명과 함께 합창단에 참여했다. 이씨는 “다행히 다들 노래수준이 비슷해서 다행이었다”며 “손녀들과 좋은 추억을 남긴 것 같다.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썸머 씽어즈_맘마미아’ 합창단이 광주문예회관 연습실에서 안무와 함께 합창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김우성(45)씨는 딸 손에 이끌려 합창단에 참가했다. 김씨는 “매주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느라 늦잠을 자지 못했지만, 아내와 딸, 아들 네가족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썸머 씽어즈_맘마미아’ 합창단은 여름방학을 맞아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준비한 특별강좌다. ‘영어’와 ‘합창’ 두가지를 결합해 만든 콘텐츠로 지난 6월 접수를 받아 25가족을 선발했다. 생전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는 단원들이 대부분으로, 딸아이 손에 이끌려 참여했다는 아빠들도 있었고 가족들과 추억을 위해 참여했다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선발된 가족들은 지난 7월 2일부터 자기 목소리 알아보기, 음정과 박자 이해하기, 영어가사 발음법, 호흡과 발성, 무대 안무 등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르기 위한 다채로운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맡은 박주현 지휘자는 미국 아리조나 대학에서 합창 지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갖고 있는 ‘합창’과 ‘영어’ 두 가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합창단은 ‘Mamma Mia’, ’Super Trouper’, ‘Honey, Honey’, ‘Dancing Queen’, ‘ I Have A Dream’, ‘Waterloo’, ‘Take A Chance On Me’, ‘Thank You For The Music’ 등 8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목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박주현 지휘자는 가족들이 8주간 함께한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연령과 성별 구분 없는 가족끼리 펼쳐지는 합창 무대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번 공연은 격식이 없는 신나는 무대가 목표이지요. 사실 온 가족이 무대에 오르는 아마추어 무대이다 보니 관객수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으로 연주자도 관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는 합창단은 가족, 친구, 지인 등 다양한 형식으로 꾸려질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등 다양한 관계의 합창단을 만들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합창단 지휘자로 부임하면서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예술과 교육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진하는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합창단의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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