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트리오’ 전곡을 만나다
동수정·김도연·윤소희 연주자, 7일 금호아트홀
전부 13곡…4차례 나누어 ‘유령’ 등 공연
2022년 06월 01일(수) 20:50
7일 금호아트홀에서 베토벤피아노트리오 전곡연주회를 갖는 김도연, 동수정, 윤소희씨.(왼쪽부터)
한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전곡 연주회’는 클래식 연주자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다. 지역에서도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나 ‘피아노 소나타’ 등 독주 악기 전곡 연주를 시도하는 아티스트들의 기획이 눈길을 끌었었다. 반면 여러명의 연주자가 호흡을 맞춰야하는 실내악 전곡 연주회는 드문 게 사실이다.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전곡을 연주하는 무대가 열려 이목이 쏠린다. 한 곡을 연주하는데 길게는 30분 안팎이 걸리는 데다 곡의 개수 만해도 많게는 13곡이나 되다 보니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무대다.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견 연주자 피아니스트 동수정, 바이올리니스트 김도연, 첼리스트 윤소희. 이 세 명의 연주자가 오는 7일 오후 7시 30분 유스퀘어 금호아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시리즈 첫 무대를 연다. 모두 4차례에 걸져 진행되는 전곡 연주회는 오는 7월4일 두번째 연주를 진행하며 11월까지 완주할 예정이다.

첫 연주에서는 ‘피아노 트리오 제5번 D장조 유령’을 비롯해 ‘내림마 장조 O.p1, No.1’, ‘내림나 장조 WoO 39’ 등 4곡을 들려준다.

지난달 30일 광주시 광산구 동수정씨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 선율이 귀를 즐겁게 했다. 경쾌하면서도 무겁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베토벤의 ‘유령’. 연습실 문을 열자 가둬졌던 소리들이 터져나오며 피아노 트리오의 단단하면서도 웅장한 소리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회가 드문 까닭에 무대에 서게 된 배경부터 물었다.

“전곡 연주는 한 작곡가의 삶 자체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연주에요. 사랑으로 충만했던 시기와 고뇌에 가득한 때 그리고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작곡가의 시각으로 반영되기도 하죠. 베토벤의 음악을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곡가인지 알 수 있어요. 모두가 알다시피 귀가 들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 냈죠. 그 위대한 작곡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작업은 연주자로서 의미가 있는 일이고, 그 유산을 후대에 전달하는 것도 연주자의 일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김도연)

세 사람이 이번 연주를 계획하게 된건 지난해였다. 함께 연주회를 마친 후 동수정씨가 두 사람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실내악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고 이후 매주 한 차례씩 꾸준히 연습을 이어갔다.

이들이 수많은 명작곡가들의 피아노트리오를 제쳐두고 베토벤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진정한 피오노트리오 곡’이기 때문이다.

“베토벤 이전 하이든과 모짜르트의 피아노트리오는 트리오의 형태가 확립된 시기였지만, 첼로와 바이올린은 보조역할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베토벤의 작품은 모든 악기에 동등한 역할이 주어져서, 음악적 내용면에서 진정한 피아노 트리오 구성을 이룬 곡이라고 평가받고 있죠.”(동수정)

이번 전곡연주회는 전부 13곡, 한 공연 당 평균 1시간 40분 가량이 소요된다. 4차례로 나눠 연주하다 보니 곡 배분에도 신경을 썼다.

“베토벤 피아노트리오 전곡 공연은 연주자마다 곡의 개수가 조금씩 달라요. 저희는 독일 헨레(Henle) 출판사에서 발간한 악보에 담긴 14곡 중 ‘플루트를 위한 곡’ 한 곡을 제외한 13곡을 연주하기로 했어요. 공연은 1번부터 순서대로 연주하지 않고, 4회 공연 중 1회만 관람하더라도 베토벤의 작곡풍을 느끼도록 초기·중기·후기 곡으로 고르게 구성했습니다.”(윤소희)

세 사람 모두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7번 대공’을 언급했다. 베토벤의 후기 작품에 속하는 ‘대공’은 형식적인 원숙미와 깊이있는 내면의 세계가 느껴지는 곡으로, 베토벤이 왜 위대한 작곡가인지 알 수 있는 곡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피아노 다섯개 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듣는 순간 바로 연주자마저 빠져드는 곡이라고 했다.

“이번 베토벤 피아노트리오 전곡연주를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죠. 이 공연을 마치고 나면 이렇게 셋이서 하는 다음 연주는 내년에 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동수정)

전남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수정은 광주시향 등과 협연했으며 연주활동과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김도연은 독일 베를린 국립예술대를 졸업하고 현재 앙상블 베를리아나의 리더이자 아르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중이다.

윤소희는 전남대 음악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랑현악사중주단 단원, 마주얼앙상블 단원으로 활동중이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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