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당시 시민들 연대모습 담은 작품 감동”
80년 광주 현장 목격한
캐나다 역사학자 돈 베이커 교수
이탈리아 베니스 오월특별전
‘꽃 핀 쪽으로’ 관람 후 감동편지
2022년 05월 17일(화) 21:40
지난 4월 베니스에서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재단 오월특별전 ‘꽃 핀 쪽으로’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광주비엔날레재단에게

저는 카포스카리 대학교 컨퍼런스 참석 차 베니스에 왔습니다. 저와 광주의 깊은 연을 알고 계시는 안종철 교수님께서 5·18 특별전 ‘꽃핀 쪽으로’전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찾기 쉽지는 않았지만, 수상택시를 타고 저와 제 아내는 전시장에 쉽게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인상적인 전시였습니다. 저는 전시가 열흘간의 한국 민주화 투쟁에 전환점을 두기보다는, 당시 광주에 있던 사람들의 아픈 경험에 중점을 둔 점이 좋았습니다. 당신들의 전시는 내가 기억하는 1980년 5월에 더 맞닿아있었습니다. 그 당시 내가 만나고 이야기했던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그들이 개인적으로 겪었던 손실, 그들이 본 끔찍한 것들 그리고 그들이 느꼈던 두려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전두환에 대한 많은 분노가 표출되었지만!)

제가 처음 전시장으로 들어갔을 때, 당시 어린 학생들의 일기장과 일기의 구절을 보았는데, 저에게 아주 감정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곳에 쓰여진 많은 것들이 그 당시 사람들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1980년 5월의 장면들을 보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의 영상을 보는 것은 항상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웠고, 생존자들의 영상을 보는 것이 좀 더 편했는데, 그들의 진술은 그 당시의 끔찍한 사건들과 약간의 시간적 거리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또 당연히 저는 홍성담 작가의 작품을 보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의 삶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작가의 예술적 표현을 오랫동안 높이 평가해 왔습니다. 또 저는 노순택의 사진에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최선의 작품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서다솜의 살기, 먹기, 자기 작업도, 끔찍한 날들을 해쳐 나가기 위해 사람들이 살고, 먹고 자는 것에 집중했던 기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떤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던, 우리는 최대한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노력했으니까요. 당신의 전시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들이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광주 사람들의 강렬한 인간성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 그들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부분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와 1980년 5월은 제 삶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저는 1971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광주에 살았고, 그 경험은 저를 한국사학자가 되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저는 1980년에 겪은 일을 한국을 넘어 세계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들인지 알리고 싶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980년 5월에 보고 들은 것들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42년이 지난 지금도 그 기억들은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자학자로서 저는 1980년 5월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난과 독재를 극복하고 오늘날 번영하는 민주국가가 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꽃이 피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제가 얼마나 광주 시민들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또 대한민국 전체가 지난 반세기동안 성취한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도 자주 이야기합니다.

코로나 범유행 이전에는 저는 한국에 일년에도 몇 번씩 방문했습니다. 항상 서울 위주로 있었지만, 적어도 2년에 한번쯤은 광주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광주는 제가 살았던 1970년대와 또 1980년 5월과는 굉장히 달라졌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광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보면 1980년 기억의 아픔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2018년 이후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습니다. 어서 전염병이 사라지고, 제가 당신의 아름다운 나라에 방문하여, 맛있는 광주 음식을 함께하고 친구들을 방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특별한 전시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전시가 많은 사람들에게 광주가 얼마나 특별한 곳인지 이해하게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돈 베이커·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한국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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