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 5·18 시민군·시민 23명 ‘죄 안됨’ 처분…42년만에 명예회복
특별재심 등 구제 절차 없어 광주지검·군검찰 등 명예회복 TF 구성
‘헌정질서 파괴 범행 반대 정당’ 사법부 일관된 판단 따라 처분 변경
2022년 05월 15일(일) 20:20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했거나 계엄령 반대 시위에 나섰다 군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시민 23명이 42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검찰이 계엄법 위반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시민들의 행동에 대해 ‘헌정질서파괴 범행에 반대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에 따라 ‘죄가 안됨’으로 당초 처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5·18 당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은 유죄 확정판결 받은 이들과 달리, 재판에 넘겨지지 않아 과거 처분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재심 등 명예회복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었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 13일 5·18 관련 기소유예자 23명에 대해 ‘죄가 안됨’으로 기존 처분을 변경했다. ‘죄가 안됨’ 처분은 범죄 구성요건에는 해당하나 정당방위 또는 정당행위 등으로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성을 깨뜨릴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 행하는 것으로 불기소 처분의 일종이다.

당시 이들 대부분은 고교생, 회사원 등 10~20대 광주시민으로 옛 전남도청 앞 시위에 참여했거나 시민군으로 활동하다 붙잡힌 뒤 구속돼 고초를 겪었다. 전남대 정문 앞 시위에 참여하고 시국 관련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구속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도 있다. 군검찰은 1980~1981년 이들을 계엄법 위반 등으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광주지검은 그러나 이들의 행위가 전두환 계엄군의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서 형법상 위법하다고 인정할 수 없는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행위자에 대한 재심에서 사법부의 일관된 판결이기도 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시민들이 다수 존재하는데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와 달리 특별재심 등 당사자 구제 절차가 없다는 데 주목, 명예회복에 나섰다.

우선 광주지검은 지난 1월 광주시와 육군 31사단 군검찰, 5·18기념재단이 참여한 ‘5·18관련 기소유예자 명예회복 TF’를 구성했다. 광주시는 5·18 관련 보상자료 조사 등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자 발굴에 나섰고 5·18재단은 홈페이지 공고 및 5·18단체 홍보 등을 통해 당사자를 찾는 데 주력했다. TF 발족 이후, 군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시민 23명의 신청을 받아 사건을 광주지검에 이송했고, 광주지검은 이를 검토 뒤 ‘죄가 안됨’으로 기존 처분을 변경했다.

광주지검은 또한 이날 ‘죄가 안됨’ 처분을 받은 23명에 대해서는 헌법과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제27조)에서 정한 ‘피의자 보상 청구’ 제도를 안내하고, 피의자 보상 신청을 받아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군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은 100명을 웃도는 것으로 5·18기념재단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미 사망한 사례도 있으나 명예회복 절차 추진에는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이 자료 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바로는 현재까지 5·18과 관련해 군검찰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분들이 120명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에게 처분 변경 절차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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