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자 시인 “주남마을의 치유·평화 울림이 널리 퍼지길”
13일 ‘기역이 니은이 축제’
5회째 시 낭송
올해 전원범 시인 작품 낭송
우리춤 배워 소외계층 봉사도
2022년 05월 11일(수) 18:50
오는 13일 주남마을 ‘기역이 니은이 축제’에서 시 낭송을 하는 강숙자 시인.
80년 5월 23일 주남마을 앞을 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 당시 버스에는 학생과 여자 4명 등 모두 18명이 타고 있었다. 주남마을에 진을 치고 있던 계엄군은 버스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15명이 사망하고 3명은 부상을 당한다. 계엄군들은 부상자 3명을 리어카에 실어 진지로 옮긴다. 그런데 상급자는 부상자를 데려온 것에 질책을 했고, 부하들은 생존한 2명마저 사살한다. 그리고 여학생 1명만 살려둔다.

위 내용은 지금은 많이 알려진 ‘주나마을 인근 양민 학살사건’의 요지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사건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주남마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시민을 향해 발포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마도 광주시민이라면 5·18을 떠올릴 때 잊을 수 없는 참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시인이자 낭송가인 강숙자 씨는 올해로 5회째 ‘기역이 니은이 축제’에서 시 낭송을 한다. 치유와 평화의 주남마을 공동체와 축제 추진위가 오는 13일 오전 10시 개최하는 이번 축제는 아픔과 상처에서 승화된 치유와 평화를 지향한다.

“첫 회가 지난 2014년 열렸어요. 그때부터 시 낭송을 했습니다. 올해로 축제가 9회째를 맞는데 중간에 서너 차례 쉰 것을 제외하곤 매년 낭송을 하고 있어요.”

시인은 시를 읊을 때마다 그날의 처참했던 광경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그러면서 축제의 명칭인 ‘기역이 니은이’를 떠올린다. 과거 주남마을의 옛 지명인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인 기억과 니은을 상징한다.

주남마을 입구에서 5·18 희생자 유령비까지 이르는 테마 길에는 ‘인권’, ‘민주’, ‘평화’라는 시비가 있다. 각각 문병란 시인, 전원범 시인, 손광은 시인의 시가 새겨져 있다. 제각기 의미를 담은 꽃과 시를 적은 조형물은 당시의 상흔을 잊지 말고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남마을과 저와의 만남은 지난 2013년 주남마을이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찾조 마을 만들기’에 선정되면서였습니다. 그해 12월 28일 창조마을 현판식과 시비가 세워진 것을 계기로 이듬해 ‘기억이 니은이 축제’가 시작됐어요. 그 자리에서 조형물에 담긴 시를 낭송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됐죠.”

또한 축제 첫 회 때는 시인이 활동하고 있는 우리 춤 ‘나르샤’ 팀의 공연도 펼쳐졌다. 그때의 감격은 여전히 그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는 낭송을 하는 작품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돌아가면서 세 개의 시비에 새겨진 작품을 낭송하는데, 올해는 전원범 시인의 ‘우리가 갈망했던 것은’을 소개할 예정이다.

“금남로, 망월동, 주남마을…/ 그 핏자국을 지우고/ 역사의 바퀴는 저만큼 굴러가고 있다.(중략)/ 생명과 평등, 자유와 행복,/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주체가 되는 것./ 그리하여 가슴을 펴고 눈물을 닦으며/ 지금도 일어서고 또 일어서고 있다./ 총살과 암매장, 죽음의 골짜기 여기/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뜨거운 노래를 부르며 이제 우리/ 당당한 모습으로 선다./ 나무처럼, 깃발처럼”(‘우리가 갈망했던 것은’)

5·18 40주년이었던 지난 2020년에는 지금까지 낭송했던 작품이 아닌 다른 시를 소개했다. 시인은 “당시에 문병란 시인의 ‘불혹의 연가’를 선사해 40주년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며 “낭송은 목소리로 하지만 가슴 바닥에 감정이 깔려 있어 낭송을 하는 동안 스스로도 울림을 느낀다”고 했다.

이런 활동을 계기로 강 시인의 시가 ‘주남 창조마을 만들기 스토리텔링’에 소개됐으며 광주시 1일 명예시장에 선정돼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가 문학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문학예술’로 등단하면서다. 시 낭송은 2013년 전국시낭송대회에서 은상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시를 쓰다 보니 자연스레 낭송도 하고 싶었다”는 말에서 문학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또한 시인은 조선대 평생교육원에서 우리 춤을 배웠다. 이를 계기로 경로당, 양로원을 비롯해 소외계층을 찾아서 공연을 한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앞으로도 그는 시와 낭송, 춤을 통해 점차 문화의 지평을 넓혀갈 계획이다.

한편 강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가을 그녀가 내게로 온다’, ‘찻물이 끓어오를 때’를 펴냈으며 현재 서은 문병란문학연구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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