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그림책 같이 읽어요] “그림책 함께 읽으면 더 행복합니다”
그림책교육연구소 노미숙 소장과 딸 차예지 대표
문학성·예술성 높은 모두가 함께보는 그림책 소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진행⋯그림책 교육 지도자 배출도
2022년 05월 09일(월) 18:20
그림책 전문책방인 ‘예지책방’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는 노미숙 그림책교육연구소 소장(왼쪽)과 딸 차예지 대표.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어른들이 그림책에 빠져든 것은 왜일까. 최근 이수지 작가의 ‘볼로냐 라가치상’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을 계기로 대중들의 그림책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림책을 읽는 모임, 광주·전남에 자리한 그림책 공간에 대해 살펴본다.

“여러분께 제가 그림책 한 권을 읽어드릴게요. 제목은 ‘작은 당부’입니다. 양치질 하는 거 잊지 않기, 다정하게 웃어주고 손 내밀어 도와주기, 꽃 향기 맡는 것도 잊지마…”

7살 어린 아이가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며 조단조단 읽어준다. 온라인 줌 너머의 독자들은 주의깊게 이어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포근한 집을 잊지 않기,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기, 함께 했던 멋진 일들을 잊지 않기, 우리 앞에 펼쳐진 날들이 아주 많다는 걸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강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기…”.

지난 3월 30일 온라인 줌으로 진행된 ‘파자마 입고 그림책 한 잔’ 시간, 어린이의 책 읽기가 끝나자 화면 속 많은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이가 읽어주는 그림책 한권이 듣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준 듯 하다.

그림책 전문책방인 ‘예지책방’에서 그림책을 보고 있는 노미숙 그림책교육연구소 소장(왼쪽)과 딸 차예지 대표.
‘파자마 입고 그림책 한 잔’은 광주에 있는 그림책 전문 책방 ‘예지책방’이 진행하는 그림책 읽는 시간이다. 지난해 12월 첫 시간을 가진 이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 9시가 되면 그림책 한 권과 마실 것 한 잔을 들고 줌에서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이 되면 소개해 주고 싶은 그림책을 들고 30~40명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지만 한 곳에 모인 것처럼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에요. 연령층도 다양한데 20대가 많을 때도 있고, 40~50대가 많을 때도 있었고 어느 땐 어린 친구들이 많이 참여할 때도 있어요. 그런걸 보면서 기대가 되죠. 다음에는 또 어떤 분들이 들어올까.”

‘예지책방’ 차예지 대표는 이날 “‘작은 당부’를 읽어주며 뭉클하게 했던 어린이도 엄마 뱃속에서부터 그림책을 듣고 자랐던 아이”라며 “단순히 책을 읽어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다보니 듣는 사람들도 함께 웃고 울고 하는 시간이 된다”고 말한다.

직업도 연령도 사는 곳도 다른 만큼 다양한 그림책이 소개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추천하기도 한다. 누군가 소개하는 그림책을 새로 알게되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예전에 그냥 흘려봤던 그림책인데 누군가 자신의 삶과 함께 얘기하며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다시 꺼내봤다는 사람도 있다.

예지책방에서 온라인 줌으로 매월 진행하는 그림책읽기 프로그램인 ‘파자마 입고 그림책 한 잔’.
“파자마 그림책을 시작했던 때가 지난해 연말이었어요. 참여자들 중에 30대 초반의 두 여성분이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사이였는데 매년 연말이 되면 자기가 올해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좋았던 책을 서로에게 소개했었다고 해요. 그러다가 ‘파자마 입고 그림책 한잔’ 소식을 듣고 ‘딱 우리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대요. 연례 행사로 서로에게만 추천했던 책을 이 공간에서 월례 행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돼서 기뻤다는 거죠.”

‘파자마 입고…’는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몰라서 읽지 못했던 그림책, 누군가에게 소개받지 못해 읽혀지지 못했던 그림책이 새로운 독자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밤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30분간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예지책방 회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소식을 전하거나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한다.

차 대표도 그림책을 보며 성장했다. 그림책 전문 활동가인 어머니 덕에 또래 친구들보다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자란 행운아라고 스스로 얘기한다. 차 대표의 어머니는 (사)한국그림책문화협회 대표이자 그림책교육연구소 노미숙 소장이다. 광주시 광산구 신창동에 세 공간이 함께 하고 있다. 그림책문화협회는 그림책을 통해 봉사를 하고, 그림책 연구소에서는 그림책 교육 지도자를 배출한다.

“30시간, 50시간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봐서 독서지도사 등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협회에 들어와서 함께 문화운동을 하는 거에요. 요즘같은 시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를 위해 그림책을 읽으며 평화를 이야기하거나, 기후위기 관련 그림책을 읽으며 환경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문화활동을 하는 식이죠.“

‘예지책방’에는 문학성이 높고 그림에 대한 예술성이 높은 그림책이 가득하다.
노 소장과 차 대표는 그림책의 힘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도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방을 시작했고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소중한 열매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책을 ‘사서’ 본다는 건 굉장히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그동안 그림책이라는 건 유아들이 읽는 거고 학교에서나 유치원에서만 읽어주는 것, 엄마가 전집으로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읽어라’고 하는 문화였던 거죠. 저희가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아이들이 자기 용돈을 모아서 내 책을 사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내가 아껴서 모은 돈으로 산 그림책을 누군가에게 권하는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죠.”

예지책방이 추천하는 그림책은 문학성이 높고 그림에 대한 예술성이 높은 그림책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 이 시대에 생각을 깨우게 하는 그림책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선정을 한다. 무엇보다 그림책을 보는 대상에 연령대를 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함께보는’ 그림책이다.

“‘삶의 모든 색’이라는 그림책이 있어요. 아이의 삶에서부터 성인의 삶, 노년의 삶까지를 이야기하는데 그림이 아름다워요. 이 책을 들고 선생님들이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요. 학생들과 책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강의를 하는 거죠.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지만 어린이들에게도 참 좋은 책이에요. 누군가는 이 책을 소장하려고 샀다가 누군가 생각이 나서 선물로 주고, 다시 사러왔다가 선물로 주면서 수십명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했다고도 해요. 이처럼 책마다에 담겨 있는 에피소드가 많다는 게 그림책의 힘이에요.”

◇‘예지책방’이 추천하는 함께 읽는 그림책

100 인생그림책
▲100 인생그림책(하이케 팔러 지음·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사계절)= 100가지 그림으로 인생을 읽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갓 태어난 조카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빛나는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아이 앞에 펼쳐질 굉장한 일들을 생각하면 반은 부럽고, 또 어쩔 수 없이 겪게 될 고통스러운 일들을 떠올리면 반은 아프기도 했다. 탄생의 순간부터 시작되는 책은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자연스럽게 삶의 시간이 흘러간다. 다채로운 장면들과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주는 문장들로 채워진 ‘인생 그림책’은 삶을 차분하게 되돌아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초록 거북(릴리아 지음/ 킨더랜드)= 가족이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며 서로 의지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기 거북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많은 아빠 거북. 들려주고 싶은 소리도, 가르쳐 주고 싶은 것도 많다. 아빠는 열심히 가르쳐 주려고 하지만 아기 거북은 그럴 때마다 울먹울먹하다가 토라진다. 그런 아기 거북을 보고 화를 내다가 미안해하는 마음을 느끼고 금세 마음이 풀어진 아빠 거북. 아빠 거북과 아기 거북이 전하는 묵직한 사랑을 통해 ‘오늘도 우리 가족은 함께’임을 전한다.

마음 먹기
▲마음먹기(자현 지음·차영경 그림/ 달그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재치 있게 보여 주는 그림책. 책의 주인공은 우리의 마음인 ‘마음이’다. 사람들이 자주 즐겨먹는 식품인 달걀로 비유했다. 달걀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요리를 하듯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형태를 바꾼다. 어떤 날은 마음을 마구 두드리고, 어떤 날은 달걀 프라이처럼 휙 뒤집기도 한다. 무침요리를 하듯이 이리저리 뒤섞기도 한다. 매순간마다 형태를 달리하면서 나를 지치고 힘들게도 했다가, 다시 한껏 즐겁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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