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서 시인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 5·18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은 5월 광주를 겪은 이들의 삶이 투영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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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를 썼다기보다 5월을 겪었던 그분들의 도움으로 작품을 창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상은 그분들을 대신해서 받은 것이어서 그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장성 출신 고영서 시인이 2022 5·18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천년의 시작)이며 상금은 1000만원.
5·18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최근 심사회를 갖고 고영서시인의 작품집을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기성작가의 단행본을 대상으로 추천위원 86인이 추천한 본상 후보작 13권을 심사했다.
고 시인은 전화 통화에서 “오월 민주여성회 윤청자 선생님, 5·18 당시 가두방송을 했던 차명숙 선생님, 5월어머니회 김옥희 어머님 등과 같은 분들의 삶을 통해 배운 게 많다”며 “시집의 많은 부분은 그분들처럼 광주 5월을 겪은 이들의 삶이 투영된 것”라고 말했다.
시인이 상정하는 5·18은 그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론 시인이 직접 5·18을 겪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를 통해 광주의 5월을 현재 진행형으로 복원한다. 그 진행형은 누군가는 당시의 기억과 아픔, 상흔을 유의미한 결과로 풀어내야 한다는 나름의 인식에서 기인한다.
심사위원들은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5·18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현재에 지속되는 생의 체험으로서 의미화 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삶으로서 증언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고 시인이 작품을 통해 지향하는 방향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의식적인 행사나 구호도 좋지만 감동을 주는 다양한 작품으로 광주 5월의 정신을 구현했으면 한다”며 “광주에만 머물러 있는 5·18이 아닌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정신이 공유되고 교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인은 고모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 고모를 만나면서 시집을 드렸는데 다음과 같은 말을 하더라는 거였다. 이야기인즉 “고모가 ‘네 시집을 보니까 5·18을 다시 겪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팠다. 당시 광주에서 살았는데 그때 상황은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로 5·18이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고 시인만의 생각은 아니다. 작품집 해설을 쓴 노지영 평론가는 “오월의 기억이 누군가의 특권적인 정체성으로 소유되지 않도록 4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오월의 흔적들을 찾아나선다”며 “앞으로 우리가 기억과 함께 연결되어야 할 ‘미래 기억’에게 다가서서 기꺼이 그 ‘곁’이 되어준다”고 설명한다.
이번 시집에는 광주 5월뿐 아니라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묻고 살아가는 동포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있다. 시집 제목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사할린 동포에 관한 시다.
“4년 전엔가 아동문학을 하는 작가들과 사할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교민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어요.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여러 사정상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든 시에 투영하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미얀마를 상징하는 글도 있다. 고 시인은 “미얀마의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상기시킨다”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약자들에 대한 학살은 광주 5·18의 정신이 왜 전세계로 확장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5·18문학상 본상과 아울러 각 부문 신인상도 가려졌다. 김희철 ‘복화술사’와 ‘봄동’(시), 조성연 ‘우리는 우리조차 용서하지 못했으므로’(소설), 배영금(필명 배영글) ‘북치는 아이’(아동문학)이 각각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5월 28일 오후 4시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장성 출신 고영서 시인이 2022 5·18문학상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천년의 시작)이며 상금은 1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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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상정하는 5·18은 그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물론 시인이 직접 5·18을 겪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를 통해 광주의 5월을 현재 진행형으로 복원한다. 그 진행형은 누군가는 당시의 기억과 아픔, 상흔을 유의미한 결과로 풀어내야 한다는 나름의 인식에서 기인한다.
고 시인이 작품을 통해 지향하는 방향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의식적인 행사나 구호도 좋지만 감동을 주는 다양한 작품으로 광주 5월의 정신을 구현했으면 한다”며 “광주에만 머물러 있는 5·18이 아닌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그 정신이 공유되고 교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인은 고모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에 고모를 만나면서 시집을 드렸는데 다음과 같은 말을 하더라는 거였다. 이야기인즉 “고모가 ‘네 시집을 보니까 5·18을 다시 겪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팠다. 당시 광주에서 살았는데 그때 상황은 말로도 다 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고통스러웠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로 5·18이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고 시인만의 생각은 아니다. 작품집 해설을 쓴 노지영 평론가는 “오월의 기억이 누군가의 특권적인 정체성으로 소유되지 않도록 4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오월의 흔적들을 찾아나선다”며 “앞으로 우리가 기억과 함께 연결되어야 할 ‘미래 기억’에게 다가서서 기꺼이 그 ‘곁’이 되어준다”고 설명한다.
이번 시집에는 광주 5월뿐 아니라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묻고 살아가는 동포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있다. 시집 제목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사할린 동포에 관한 시다.
“4년 전엔가 아동문학을 하는 작가들과 사할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교민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어요.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지만 여러 사정상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의 애환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어떤 식으로든 시에 투영하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미얀마를 상징하는 글도 있다. 고 시인은 “미얀마의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상기시킨다”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약자들에 대한 학살은 광주 5·18의 정신이 왜 전세계로 확장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편 5·18문학상 본상과 아울러 각 부문 신인상도 가려졌다. 김희철 ‘복화술사’와 ‘봄동’(시), 조성연 ‘우리는 우리조차 용서하지 못했으므로’(소설), 배영금(필명 배영글) ‘북치는 아이’(아동문학)이 각각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5월 28일 오후 4시 전일빌딩245 9층 다목적강당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