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문 작가, 5월31일까지 갤러리S ‘메타버스’ 초대전
"코로나 시대 ‘고립과 연결’ 과감한 색 입혔죠."
팬데믹 주제 형광색 차용 등 낯선 시도…수채화도 전시
팬데믹 주제 형광색 차용 등 낯선 시도…수채화도 전시
![]() ‘메타버스’ |
사회의 흐름에 민감한 촉수를 갖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팬데믹’은 작가로서의 많은 고민과 질문을 던져 주었다.
항상 ‘시대 정신’을 중심에 두고 작업했던 서양화가 서기문(전남대 교수)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노무현, 닥터 노번 베쑨, 촘스키, 앤디 워홀 등 한 시대를 견인했던 역사 속 인물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동행’ 시리즈를 제작해왔던 그라면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가 작업의 주제가 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는 5월 31일까지 갤러리S(관장 이명자·광주시 남구 서서평길 2)에서 만나는 작업 결과물은 과감한 시도가 다소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다. ‘메타버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주제면에서도, 기법과 색채 면에서도 급격히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서 작가가 팬데믹 상황에서 주목한 건 ‘고립’과 ‘연결’이다. 얼핏 서로 상반된 의미처럼 보이지만, 둘은 기이하게 조합되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연결의 힘’으로 발현된다.
“코로나로 고립됐지만 오롯한 섬은 아니었지요. 고립된 사회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이 선택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연결됐습니다. 새로운 연결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가치관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늘 시대를 품고 작업하는 저에게 놓칠 수 없는 소재였죠. 변화된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건 너무 평범하고 재미가 없어 상징과 은유를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습니다.”
고민 끝에 소재로 삼게 된 건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인 지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 ‘사과’였다. ‘메타버스’ 시리즈를 통해 소행성을 의미하는 ‘사과’를 우주로 던져 놓았고, 각각의 사과는 단면과 색깔이 이리저리 중첩되면서 다채로운 이미지를 구현하고 새롭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초연결’을 의미하는 ‘케이블’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케이블은 서로 모여 작품 ‘케이블 꽃’(Cable Flower)으로 완성됐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연결되고자 하는 지 질문을 던지고, 답해본 작품입니다. 우리가 경쟁을 하며 살지만 결국 우리가 연결을 통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 안정, 행복의 ‘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 만큼이나 강렬한 것은 ‘색채’다. 왠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형광색을 과감히 차용했다. 형광색은 가볍고, 저급하고, 키치적 느낌이 강해 작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색이다.
“생각해보면 고화질 액정화면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미 시각적으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셈입니다. 고전적 색상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싶었습니다. 너무 밝고 가볍고 경박한 느낌이 드는 형광색 속에 미술적 장치를 쓰고 색의 대비를 통해 ‘또 다른’ 색감을 만들어내는 거죠.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 그 화려함 속에 차분함과 가라앉음을 함께 넣는 게 고민의 핵심이었습니다.”
눈과 어우러진 동백과 난초를 수채화로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은 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튤립과 눈이 함께 한 ‘아름다우면서고 강인한’ 시리즈 등 은은한 수채화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메타버스’ 시리즈 속 ‘사과’는 따스한 햇살을 받은 수채화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사과가 주는 구도와 색의 미묘한 변화는 놀랍고 어떤 과일보다 조형성이 뛰어나 자주 작업하게 된다”고 말한다.
서 작가는 이번 고민의 결과들이 다음 작품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표작 ‘동행’ 시리즈에 이번에 다루기 시작한 색채를 반영하고, 사실적 묘사 대신 과정과 왜곡을 통해 조형성에 변화를 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항상 ‘시대 정신’을 중심에 두고 작업했던 서양화가 서기문(전남대 교수)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노무현, 닥터 노번 베쑨, 촘스키, 앤디 워홀 등 한 시대를 견인했던 역사 속 인물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동행’ 시리즈를 제작해왔던 그라면 지난 2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가 작업의 주제가 됨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s갤러리에서 열리는 서기문 전시회 |
서 작가가 팬데믹 상황에서 주목한 건 ‘고립’과 ‘연결’이다. 얼핏 서로 상반된 의미처럼 보이지만, 둘은 기이하게 조합되고,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연결의 힘’으로 발현된다.
고민 끝에 소재로 삼게 된 건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인 지구와 닮아있다고 생각한 ‘사과’였다. ‘메타버스’ 시리즈를 통해 소행성을 의미하는 ‘사과’를 우주로 던져 놓았고, 각각의 사과는 단면과 색깔이 이리저리 중첩되면서 다채로운 이미지를 구현하고 새롭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초연결’을 의미하는 ‘케이블’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며 케이블은 서로 모여 작품 ‘케이블 꽃’(Cable Flower)으로 완성됐다.
![]() 서기문 작가 초연결성 |
“인간은 무엇 때문에 연결되고자 하는 지 질문을 던지고, 답해본 작품입니다. 우리가 경쟁을 하며 살지만 결국 우리가 연결을 통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 안정, 행복의 ‘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재 만큼이나 강렬한 것은 ‘색채’다. 왠만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형광색을 과감히 차용했다. 형광색은 가볍고, 저급하고, 키치적 느낌이 강해 작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색이다.
“생각해보면 고화질 액정화면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미 시각적으로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 셈입니다. 고전적 색상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싶었습니다. 너무 밝고 가볍고 경박한 느낌이 드는 형광색 속에 미술적 장치를 쓰고 색의 대비를 통해 ‘또 다른’ 색감을 만들어내는 거죠. 단순히 화려함을 넘어, 그 화려함 속에 차분함과 가라앉음을 함께 넣는 게 고민의 핵심이었습니다.”
![]() 서기문의 수채화 작품 |
눈과 어우러진 동백과 난초를 수채화로 담백하게 그려낸 작품은 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튤립과 눈이 함께 한 ‘아름다우면서고 강인한’ 시리즈 등 은은한 수채화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메타버스’ 시리즈 속 ‘사과’는 따스한 햇살을 받은 수채화 작품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사과가 주는 구도와 색의 미묘한 변화는 놀랍고 어떤 과일보다 조형성이 뛰어나 자주 작업하게 된다”고 말한다.
![]() 서기문의 수채화 |
서 작가는 이번 고민의 결과들이 다음 작품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대표작 ‘동행’ 시리즈에 이번에 다루기 시작한 색채를 반영하고, 사실적 묘사 대신 과정과 왜곡을 통해 조형성에 변화를 주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생각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