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가 말하는 국경선따라 떠난 지정학 여행, 지도 위의 붉은 선
페데리코 람피니 지음
김정하 옮김
김정하 옮김
![]() 소련연방(위)과 현재 러시아의 지도는 변화된 세계의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다. 작금의 상황은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지 모르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유라시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땅이 넓고 비옥하다. 그러나 동방으로 진출하는 유럽 열강과 흑해와 지중해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부딪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빈번한 외세의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구조다. 1991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독립했지만 그동안 ‘친러시아’와 ‘친서방’의 권력이 교차하면서 동·서로 지역 분열이 심화됐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세계의 지도’ 또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 나라의 운명은 지도와 역사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 지중해 난민 문제, 이슬람 테러리즘뿐만 아니라 우리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까지 가늠된다.
세계의 현주소와 미래의 향방을 지도로 조망할 수 있는 책 ‘지도 위의 붉은 선’이 발간됐다. 이탈리아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페데리코 람피니가 저자다. 오랜 특파원 생활로 쌓은 경험과 지식으로 지정학과 역사 분야 책을 다수 출판했다.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선을 따라나서는 지정학 여행’이라는 부제가 이채롭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해외에서 쓴 일기, 취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 기사, 조사, 국제 정상회담 등 많은 자료를 이번 책에 녹여냈다.
저자는 미국이 누리는 권력과 위기를 지리학적으로 파헤친다. 동서에 걸쳐 두 대양을 접하고 있어 적들의 침략을 막아주는 천연의 방어선이다.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지닌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내륙의 에너지 자원에서 두 대양을 향한 진출로 전환한 것은 지리를 근거로 한 패권에서 기인한다.
‘서양은 중국을 죽이고 있는가?’ 편에서 저자는 신실크로드를 매개로 중국을 분석한다. 중국이 건설하는 도로, 고속도로, 철도, 항구가 중앙아시아 전체 결속을 강화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몰락하고 있는 국가들만이 안정된 국경을 원하고, 쇠퇴의 길에 접어든 문명만이 요새를 구축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며 “발전하는 국가들은 성벽이 아니라 도로를 건설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은 자신의 문명 발전을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이밖에 저자는 ‘인도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나’, ‘이민과 정체성, 지중해에 함몰된 이탈리아’,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지리’, ‘기후가 변하면 지도는 더 많이 변한다’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등을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지정학적 붉은 선들을 바라보는 균형감각은 결코 잃지 않으려 한다. 세계를 시간과 공간 양쪽의 측면에서 폭넓게 바라보고 사유한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은 “페데리코 람피니는 지정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작가다. 이 책에서 그는 현상의 근원을 세심하게 분석해 인류 정신의 심연을 파헤친다”고 상찬했다.
<갈라파고스·2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유라시아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는 땅이 넓고 비옥하다. 그러나 동방으로 진출하는 유럽 열강과 흑해와 지중해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가 부딪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빈번한 외세의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구조다. 1991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독립했지만 그동안 ‘친러시아’와 ‘친서방’의 권력이 교차하면서 동·서로 지역 분열이 심화됐다.
‘지도가 말하는 사람, 국경, 역사 그 운명의 선을 따라나서는 지정학 여행’이라는 부제가 이채롭다. 저자는 집필을 위해 해외에서 쓴 일기, 취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 기사, 조사, 국제 정상회담 등 많은 자료를 이번 책에 녹여냈다.
저자는 미국이 누리는 권력과 위기를 지리학적으로 파헤친다. 동서에 걸쳐 두 대양을 접하고 있어 적들의 침략을 막아주는 천연의 방어선이다.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지닌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내륙의 에너지 자원에서 두 대양을 향한 진출로 전환한 것은 지리를 근거로 한 패권에서 기인한다.
‘서양은 중국을 죽이고 있는가?’ 편에서 저자는 신실크로드를 매개로 중국을 분석한다. 중국이 건설하는 도로, 고속도로, 철도, 항구가 중앙아시아 전체 결속을 강화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몰락하고 있는 국가들만이 안정된 국경을 원하고, 쇠퇴의 길에 접어든 문명만이 요새를 구축하여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한다”며 “발전하는 국가들은 성벽이 아니라 도로를 건설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은 자신의 문명 발전을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이밖에 저자는 ‘인도의 희망은 어떻게 되었나’, ‘이민과 정체성, 지중해에 함몰된 이탈리아’,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지리’, ‘기후가 변하면 지도는 더 많이 변한다’ 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등을 분석한다. 그러면서도 지정학적 붉은 선들을 바라보는 균형감각은 결코 잃지 않으려 한다. 세계를 시간과 공간 양쪽의 측면에서 폭넓게 바라보고 사유한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은 “페데리코 람피니는 지정학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현대의 흐름을 관통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작가다. 이 책에서 그는 현상의 근원을 세심하게 분석해 인류 정신의 심연을 파헤친다”고 상찬했다.
<갈라파고스·2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