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추천작가 전문가 매칭지원’선정
5월8일까지 연계기획전, 권승찬·김주연·조정태·김설아 4명 참여
전남도립미술관은 4월~9월 추천 작가 강운·박치호 개인전 개최
작품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또 다른 시선’
2022년 03월 27일(일) 21:10
김주연 작 ‘존재의 가벼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전국 국·공립미술관 협력망 사업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지원’ 프로젝트와 연계한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전이 오는 5월 8일까지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다.






미디어 아티스트 권승찬 작가는 지난해 큐레이터 박동기(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차장)씨와 자신의 고향인 장흥, 광주, 화순, 성남등에서 만남을 이어가며 자연스레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 출신 기획자인 박 씨는 평론글 ‘권승찬의 진지한 경험, 결집’에 “늘 움직이고 발품을 팔면서 그만의 공간과 시간들을 확장시켜 나가는 필드형 작가”인 권승찬의 작업에서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포획한 노동과 행위, 변화와 충돌, 사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광주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이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전국 국·공립미술관 협력망 사업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이뤄졌다.

이강하미술관은 2020년에도 국립현대 미술관의 ‘지역 미술관-신진작가 발굴’ 프로젝트에 선정돼 설박·김자이·정덕용·정유승·이조흠·하도훈 작가가 참여한 전시 ‘불가능을 통해 약속된 가능성’전을 광주와 서울 스페이스 9에서 개최했었다. ‘지역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동시대 문화예술의 플랫폼이자 허브 역할’을 지향하는 이강하미술관은 최근 성남문화재단 큐브미술관과 협약을 체결, 성남과 광주 전시를 추진하는 등 전국 국공립미술관의 지속적인 협력망을 구축중이다.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작품을 잘 알고 있는 지역의 평론가들의 시각과 함께 타 지역 전문가들의 ‘또 다른’ 시선을 접할 수 있다면 작업 세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립미술관 추천작가-전문가 매칭’은 지역 작가들에게는 의미있는 프로젝트다.

이강하미술관이 오는 5월 8일까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4명의 작가를 초청, ‘생동하는 기억, 감각의 은유’를 주제로 기획전을 열고 있다. 기획자 이 선 큐레이터는 각 작가의 작품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생동(권승찬·설치·미디어), 기억(조정태·회화), 감각(김주연·사진·설치), 은유(김설아·회화) 등의 키워드를 찾아내 전시를 꾸렸고, 전시장 입구에는 네 명의 작가의 일상과 작업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배치했다.

김주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아이의 원피스, 여성의 검정 코트 등 인간의 옷을 토양 삼아 싹을 튀우고 그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한 ‘존재의 가벼움’ 시리즈를 전시중이다.

또 1998년부터 2021년까지 자신이 오랫동안 살았던 독일 베를린과 담양 등에서 수집한 농기구 등 낡은 금속 오브제를 세심히 배치해 ‘선박’ 모습으로 재현한 ‘re-turn’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펼쳐 놓은 오브제들은 기억의 파편이자, 집안의 내력일 수 있고, 동서양의 결합을 상징할 수도 있다.

김설아 작가 작품 가운데서는 지난 2021년 옛 국군통합병원서 열린 ‘메이투데이’전 출품작 ‘불면의 읊조림 비명의 기억’이 눈길을 끈다. 수백 가닥의 채혈줄을 일일이 라이터로 태운 후 마치 쏟아지는 신음처럼 풀어헤쳐 놓은 작품은 5월 희생자들을 기억하게 만든다.

조정태 작가는 강렬한 회화의 맛을 느끼게 해 주는 신작 3점을 출품했다. ‘별이 된 사람들-귀천’과‘누군들 그렇치 아니할까?’ 등이다. 또 권승찬 작가는 작품에 센서를 탑재, 작품과 관람객이 조응하는 인터렉티브 작품 ‘완성은 허무하고, 높은 것은 불안하다’를 전시중이다. 작품에 다가가면 빛이 소멸해버리는 역발상이 흥미롭다.

전문가들의 글도 눈길을 끈다. 김종길(경기도 미술관 DMZ아트프로젝트 전시감독)의 ‘그늘 현실의 뒤범벅 조정태의 ‘몽환 연작’과 샤먼리얼리즘 미학’, 이윤희(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의 ‘김주연:옷에서 자라는 싹의 의미’, 마동은(대구미술관 전시기획팀장)의 ‘김설아, 경험과 기억을 은유하는 이미지’ 등이다.

한편 지난해 같은 프로젝트에 선정됐던 전남도립미술관은 추천 작가인 강운 작가의 ‘운운하다’전(4월~6월)과 박치호 작가의 개인전(6월~9월)을 준비중이다. 두 사람의 작품 세계는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의 ‘어디에나 균열은 있다. 빛은 그 깨진 틈을 통해 들어온다’(강운), 이선영 미술평론가의 ‘빈 서판(書板)으로서의 몸’(박치호)이라는 글에 담겼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648383000735726007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15일 23:4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