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손 잡고 대학 입학 ‘버킷 리스트’ 이뤄 행복”
선경숙·강민아 모녀 남부대 초등특수교육과 나란히 입학
식당 찾는 어르신·장애인 도우며 오랜 공부의 꿈 살아나
다시 공부하는 딸, 마음으로 아이들 이해하는 교사 되길
2022년 03월 09일(수) 20:40
올해 남부대학교에 동시 입학한 선경숙(왼쪽)씨와 강민아씨 모녀. <남부대학교 제공>
“기회만 된다면 대학에서 원하던 공부를 열심히 해 보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딸의 손을 잡고 ‘버킷 리스트’를 이루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선경숙씨)

어릴 적 못 이뤘던 공부의 꿈을 간직한 어머니, 다른 대학을 졸업하고도 교사 꿈을 못 잊은 딸.

선경숙(52)·강민아(24) 모녀는 올해 남부대학교 신입생 중에서도 눈에 띄었다. 모녀가 한 꿈을 품고 초등특수교육과에 동시 입학했기 때문이다.

이들 모녀는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같은 학과에 지원하게 됐다.

강씨는 앞서 4년 동안 다른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마음 한 켠에 장애 아동에게 힘을 주는 특수교육에 대한 꿈이 생겼다고 한다. 이 꿈은 입학 전 노인복지기관, 아동센터, 장애인보조센터, 청소년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욱 커졌다.

“노인·아동·청소년·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여러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장애인 분들을 돕는 게 가장 적성에 맞았어요. 특수교육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졸업 이후 다시 신입생이 된다는 게 걱정도 되고 고민도 많이 됐죠. 그래도 고민만 하다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자신 있게 도전했어요.”(강민아씨)

선씨는 광주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르신과 장애인들을 자주 접했고, 그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때 기쁘고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마침 강씨가 초등특수교육과 진학을 결심하자, 오랜 공부의 꿈이 다시 생각났다고 한다.

선씨는 “딸의 공부 결심을 지지해 주면서 조심스럽게 ‘너만 괜찮다면 같이 학교 다니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딸도 ‘혼자보다는 같이 다니는 게 좋다’고 해 줘서 정말 기뻤어요.(웃음)”(선경숙씨)

“쉬는 시간 단순히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만, 그보단 나를 위해, 내 꿈을 위해 투자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는 선씨. 그는 낮 시간 직원들이 출근할 동안에는 학업에 열중하고, 저녁에는 식당을 찾아가 일을 마무리짓는 등 ‘주독야경’을 할 계획이다.

초등특수교육을 배우는 것은 늦깎이 학생인 어머니 못지 않게 강씨에게도 큰 도전이다. 강씨도 “타 대학에서 전공한 사회복지학과 비슷할 줄 알았는 데 생각보다 많이 다르더라”며 웃었다.

강씨는 “그래도 혼자서 하려면 걱정이 더 많았을 것이다. 엄마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겨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학교에서 내 고민을 제일 잘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막상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려 하니 조금은 두렵고, 쑥스럽다는 선씨. 그는 “딸과 함께 배우고 서로 의지할 수 있어 큰 힘이 된다. 민아도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깊게 이해하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도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작을 했지만, 몇 배로 열심히 하고 노력해 훌륭한 특수교사가 되고 싶다”며 “일하면서 학교까지 다녀야하는 엄마가 많이 힘들 것 같아 걱정이지만, 적성에 맞으시니 분명 잘 하실 수 있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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