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새봄, 싱그럽다
남도 오디세이 美路-구례
지리산 능선 배경으로 앉은 국보석탑
화엄사 ‘4사자3층석탑’ 5년만에 복원
대숲 바람과 고택의 어우러짐 ‘쌍산재’
숲속힐링 ‘구례 수목원’·‘지리산 정원’
지리산 능선 배경으로 앉은 국보석탑
화엄사 ‘4사자3층석탑’ 5년만에 복원
대숲 바람과 고택의 어우러짐 ‘쌍산재’
숲속힐링 ‘구례 수목원’·‘지리산 정원’
![]() 노란 꽃물결을 이룬 산동면 서시천변 산수유 꽃 군락. <구례군 제공> |
샛노란 꽃물결 일렁이는 ‘산수유 마을’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곽재구 시인 ‘산수유 꽃 필 무렵’)
새봄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3월 중순,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만복대 산자락은 온통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 남쪽 바다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슬금슬금 올라온 봄기운을 일찌감치 감지한 산수유는 잎보다 꽃망울을 먼저 터뜨린다. 혹독한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누구보다 서둘러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 꽃배달부이다.
산수유 원산지는 중국 산동반도 이남으로 알려져 있다. 1000여 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지리산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다. 국내 산수유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나무 규모는 높이 7m·둘레 4.8m. 여기에서 구례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산수유나무가 보급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시목을 ‘할머니 나무’, 동쪽 원달리 달전마을에 있는 산수유 고목을 ‘할아버지 나무’라고 부른다.
산동면 일대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룬 마을을 흔히 ‘산수유 마을’이라고 한다. 현천마을과 평촌마을, 상위·하위마을이 대표적이다. 현천마을은 작은 저수지에 거울처럼 반영되는 산수유 꽃과 포토 존에서 내려다보는 봄풍경이 압권이다. 또한 반곡마을·평촌마을 산수유 군락지는 서시천변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며 봄꽃의 향연(饗宴)을 만끽할 수 있다. 해발 500m에 자리한 상위마을은 돌담길과 어우러진 산수유 꽃길을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제3호)으로 지정된 ‘구례 산수유농업’은 환경이 척박하고 경작지가 부족한 산동 산간지역 마을주민들의 애환이 스며있다. ‘산수유문화관’을 방문하면 구례 산수유의 역사·문화와 함께 산수유 맥주 등 다양한 산수유 관련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코로나 19 여파로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산수유꽃이 예년보다 5일정도 늦게 피었는데 오는 20일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 복원마치고 공개
지난해 구례를 찾은 전체 여행자의 65%가 4대 사찰(화엄사·천은사·연곡사·사성암)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종교를 떠나 천년 고찰(古刹)에서 마음의 불안감을 덜고 위안을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천년고찰 화엄사로 향한다. 5년여의 보수·복원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9월 일반에 공개된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국보 제 35호)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은 7~8세기 중반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1년 구례군에서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석탑 기단부에 균열이 있고, 석탑도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문화재위원회가 해체 보수가 결정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석탑 해체와 과학적인 구조보강·보존처리 등 과정을 거쳐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화엄사 각황전을 지나 석탑이 위치한 효대(孝臺)로 가려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석탑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호위하듯 서있는 3그루의 적송이 인상적이다. 3층 석탑은 4마리의 사자가 떠받치고 있고, 그 안에 합장한 인물상이 서있다. 또한 맞은편에는 석등을 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차를 올리는 스님상이 놓여있다. 두 인물상에 대해서는 화엄사 창건자로 알려진 연기조사와 어머니라는 설, 스승과 제자라는 설 등 해석이 다양하다.
천년고찰 화엄사는 많은 국보와 보물 외에 봄철 매향(梅香)을 품고 있다. ‘흑매’(黑梅)와 ‘야매’(野梅·천연기념물 제485호)이다. 나한전 앞에 서있는 붉디붉은 ‘흑매’가 고혹적이라면 길상암 인근 ‘야매’는 수수하다.
숲속 힐링공간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
지리산과 섬진강은 구례 역사와 문화의 모태(母胎)다. 구례에는 지리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림체험·휴양을 할 수 있는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 ‘구례 산수유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전남도 공립수목원 제1호로 지정된 구례 수목원은 지난해 5월 새롭게 개관했다. 산동면 탑정리 산 92-4번지 일원 54㏊(조성면적 7.1㏊)에 자리하고 있다. 구례군은 수목원내에 1148종 13만본의 식물을 식재했다. 특히 목련(39종), 수국(93종), 비비추(69종), 붓꽃(39종), 단풍나무(13종), 층층나무(12종) 등을 수목원내 특화식물로 식재해 지리산 야생화와 어우러지도록 했다. 수목원은 봄향기원, 진달래원, 계류생태원, 테라피원(숲속 그늘마당), 서어나무원, 지리산종보존원, 겨울정원 등 11개의 주제정원으로 구분돼 있다.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은 찻길로 이어져 있다. 지리산줄기인 간미봉(해발 728.4m)과 지초봉(해발 601m)을 잇는 능선을 기준으로 구례 수목원은 북쪽면, 지리산 정원은 남쪽 면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 정원은 총 281㏊ 규모로 크게 ‘야생화 생태공원’과 ‘산림휴양타원’으로 나뉜다. ‘야생화 생태공원’은 야생화 테마렌드와 지리산 자생식물원, 구례 생태숲, 숲속수목가옥, ‘산림휴양 타운’은 숲속휴랜드와 유아숲 체험원으로 구성돼 있다.
잔설이 남아있던 2월말, 지리산정원에 설강화(雪降花)가 피었다. 앞으로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산자락을 꾸밀 것이다. 계절마다 ‘지리산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을 찾는다면 색다른 지리산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채의 툇마루에 앉아서 두런두런 나누는 정담이 즐겁고, 대숲에서 이는 시원한 바람과 당몰샘의 물맛이 벌써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한옥과 전통을 지키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전통정원을 품은 고택’(古宅) 쌍산재(www.ssangsanje.com) 홈페이지에 올려진 한 방문자의 후기이다.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위치한 고택 쌍산재(전남도 민간정원 제5호)는 구례를 찾는 여행자들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때가 때인지라, 쌍산재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QR인증을 하고 체온체크를 해야 한다. 입장료 1만원을 받지만 원두커피나 매실차 한 잔을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다.
대나무숲 입구 왼쪽에 위치한 별채에 앉으면 초록색이 가득 눈에 찬다. 별채에서 대나무 숲을 지나 호서정으로 오르는 돌계단 오솔길은 사진 포인트다. 하늘로 죽죽 뻗은 대숲과 한옥지붕이 서정적이다.
이 밖에도 ‘섬진강 대숲길’(구례읍 원방리 1)은 섬진강과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생태 탐방로이다. 구례읍 오봉마을 섬진강변에 대나무숲이 조성된 까닭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사금 채취와 연관돼 있다. 이로 인해 강변이 마구 파헤쳐져 황폐화되자 마을 주민 김수곤 씨가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80여년이 흐른 현재, 대숲은 주민과 여행자를 위한 힐링 생태탐방로로 탈바꿈했다. 대나무 숲이 강변 평지에 조성돼 있어 걷기에 편하다. 대숲길에서 눈을 조금만 돌리면 하늘 빛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푸른 섬진강물과 멀리 사성암이 자리한 오산이 보인다.
구례에서 새봄을 맞으며 ‘코로나 19’로 인한 마음 속 번잡함을 지운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곽재구 시인 ‘산수유 꽃 필 무렵’)
새봄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3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3월 중순,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만복대 산자락은 온통 노란 꽃물결을 이룬다. 남쪽 바다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슬금슬금 올라온 봄기운을 일찌감치 감지한 산수유는 잎보다 꽃망울을 먼저 터뜨린다. 혹독한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누구보다 서둘러 봄을 알리는 화신(花信), 꽃배달부이다.
지난 2014년 6월 국가중요농업유산(제3호)으로 지정된 ‘구례 산수유농업’은 환경이 척박하고 경작지가 부족한 산동 산간지역 마을주민들의 애환이 스며있다. ‘산수유문화관’을 방문하면 구례 산수유의 역사·문화와 함께 산수유 맥주 등 다양한 산수유 관련 제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코로나 19 여파로 ‘구례 산수유꽃축제’가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산수유꽃이 예년보다 5일정도 늦게 피었는데 오는 20일께 만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네 마리의 사자가 3층 석탑을 받치고 있는 독특한 형상의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국보 제35호) |
지난해 구례를 찾은 전체 여행자의 65%가 4대 사찰(화엄사·천은사·연곡사·사성암)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종교를 떠나 천년 고찰(古刹)에서 마음의 불안감을 덜고 위안을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천년고찰 화엄사로 향한다. 5년여의 보수·복원 작업을 마치고 지난해 9월 일반에 공개된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국보 제 35호)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화엄사 4사자 3층 석탑은 7~8세기 중반 통일신라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1년 구례군에서 실시한 정밀 안전진단 결과 석탑 기단부에 균열이 있고, 석탑도 기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문화재위원회가 해체 보수가 결정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1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석탑 해체와 과학적인 구조보강·보존처리 등 과정을 거쳐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화엄사 각황전을 지나 석탑이 위치한 효대(孝臺)로 가려면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석탑 주변은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호위하듯 서있는 3그루의 적송이 인상적이다. 3층 석탑은 4마리의 사자가 떠받치고 있고, 그 안에 합장한 인물상이 서있다. 또한 맞은편에는 석등을 이고 무릎을 꿇고 앉아 차를 올리는 스님상이 놓여있다. 두 인물상에 대해서는 화엄사 창건자로 알려진 연기조사와 어머니라는 설, 스승과 제자라는 설 등 해석이 다양하다.
천년고찰 화엄사는 많은 국보와 보물 외에 봄철 매향(梅香)을 품고 있다. ‘흑매’(黑梅)와 ‘야매’(野梅·천연기념물 제485호)이다. 나한전 앞에 서있는 붉디붉은 ‘흑매’가 고혹적이라면 길상암 인근 ‘야매’는 수수하다.
숲속 힐링공간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
지리산과 섬진강은 구례 역사와 문화의 모태(母胎)다. 구례에는 지리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산림체험·휴양을 할 수 있는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 ‘구례 산수유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전남도 공립수목원 제1호로 지정된 구례 수목원은 지난해 5월 새롭게 개관했다. 산동면 탑정리 산 92-4번지 일원 54㏊(조성면적 7.1㏊)에 자리하고 있다. 구례군은 수목원내에 1148종 13만본의 식물을 식재했다. 특히 목련(39종), 수국(93종), 비비추(69종), 붓꽃(39종), 단풍나무(13종), 층층나무(12종) 등을 수목원내 특화식물로 식재해 지리산 야생화와 어우러지도록 했다. 수목원은 봄향기원, 진달래원, 계류생태원, 테라피원(숲속 그늘마당), 서어나무원, 지리산종보존원, 겨울정원 등 11개의 주제정원으로 구분돼 있다.
구례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은 찻길로 이어져 있다. 지리산줄기인 간미봉(해발 728.4m)과 지초봉(해발 601m)을 잇는 능선을 기준으로 구례 수목원은 북쪽면, 지리산 정원은 남쪽 면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 정원은 총 281㏊ 규모로 크게 ‘야생화 생태공원’과 ‘산림휴양타원’으로 나뉜다. ‘야생화 생태공원’은 야생화 테마렌드와 지리산 자생식물원, 구례 생태숲, 숲속수목가옥, ‘산림휴양 타운’은 숲속휴랜드와 유아숲 체험원으로 구성돼 있다.
잔설이 남아있던 2월말, 지리산정원에 설강화(雪降花)가 피었다. 앞으로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산자락을 꾸밀 것이다. 계절마다 ‘지리산 수목원’과 ‘지리산 정원’을 찾는다면 색다른 지리산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채의 툇마루에 앉아서 두런두런 나누는 정담이 즐겁고, 대숲에서 이는 시원한 바람과 당몰샘의 물맛이 벌써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한옥과 전통을 지키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 조선 후기 옛 집의 정취와 전통정원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쌍산재. |
때가 때인지라, 쌍산재에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QR인증을 하고 체온체크를 해야 한다. 입장료 1만원을 받지만 원두커피나 매실차 한 잔을 방문자에게 제공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다.
대나무숲 입구 왼쪽에 위치한 별채에 앉으면 초록색이 가득 눈에 찬다. 별채에서 대나무 숲을 지나 호서정으로 오르는 돌계단 오솔길은 사진 포인트다. 하늘로 죽죽 뻗은 대숲과 한옥지붕이 서정적이다.
이 밖에도 ‘섬진강 대숲길’(구례읍 원방리 1)은 섬진강과 대나무 숲이 어우러진 생태 탐방로이다. 구례읍 오봉마을 섬진강변에 대나무숲이 조성된 까닭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의 사금 채취와 연관돼 있다. 이로 인해 강변이 마구 파헤쳐져 황폐화되자 마을 주민 김수곤 씨가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80여년이 흐른 현재, 대숲은 주민과 여행자를 위한 힐링 생태탐방로로 탈바꿈했다. 대나무 숲이 강변 평지에 조성돼 있어 걷기에 편하다. 대숲길에서 눈을 조금만 돌리면 하늘 빛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푸른 섬진강물과 멀리 사성암이 자리한 오산이 보인다.
구례에서 새봄을 맞으며 ‘코로나 19’로 인한 마음 속 번잡함을 지운다. /글·사진=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구례=이진택 기자 li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