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품은 ‘건강한 맛’…서리 맞은 유기농 산수유·아짐들의 손맛 김부각
남도 오디세이 味路-구례 로컬브랜드
유기산·배당체·비타민A 함유
간·신장에 좋고 여성질환 효능
산수유청·술빵 등 인기만점
엄마가 만들고 아들이 판매
항암효과에 동맥경화·고혈압 예방
2022년 03월 07일(월) 20:20
서리가 내린 후 수확하는 ‘지리산과 하나되기’ 유기농 산수유.
◇‘지리산과 하나되기’ 산수유

오미자, 구기자와 함께 약용열매의 ‘3대 천왕’으로 불리는 산수유. 붉은 열매가 유혹적인 산수유는 유기산과 배당체, 비타민A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예로부터 간과 신장 기능을 좋게 하고 방광 기능 보호, 여성질환에 좋은 열매로 알려져 있다. 특유의 떫은 맛과 신맛이 나는 이 열매는 여름철에는 탈진을 예방하고 신체기능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는 효능도 갖고 있다.

몸에 좋은 약용 작물인 산수유의 주산지는 구례다. 전국 산수유의 70%가 이곳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구례의 토양은 통기성과 보비력, 보수력이 우수하고 유기질이 풍부해 산수유 생산에 적합한 환경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타 지역에서 나는 산수유보다 비타민 성분이 최고 3배 이상 많이 검출되고 품질 또한 우수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리적 표시’ 보호를 받는다.

‘지리산과 하나되기’ 강승호 대표와 부인 이경영 씨.
구례에서 재배되는 산수유 중에서도 유일하게 무농약 약용으로 인증받는 유기농 산수유 ‘지리산과 하나되기’를 찾았다.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 자리한 이 업체는 강승호 대표가 카페와 농장, 체험장까지 운영하며 산지 생산, 산지 가공, 산지 유통을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는 6차산업 인증 농원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살던 강 대표가 2010년 구례를 찾아 귀농 후 선택한 게 산수유 농사였다. 지리산과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온 만큼 농장 이름도 ‘지리산과 하나되기’로 정했다. 제품을 가공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구례 산수유와 지리산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리산과 하나되기’ 강승호 대표가 선보이는 산수유는 일명 ‘서리 맞은 산수유’다. 예부터 ‘서리를 맞고 난 후 응건(응달에서 건조)한 것’을 최고로 쳤다. 서리를 맞으려면 산수유 마을에서도 거의 11월이 돼야 한다. 서리가 내리고 난 후 수확하면 좋으련만 요즘 산수유 열매가 고가에 팔리다 보니 욕심이 생겨 탱글탱글 예쁜 상태의 열매를 수확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서리가 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열매가 쭈글쭈글해지고 무게도 줄어드니 찾는 사람들이 많을 때 미리 수확하는 농가가 많다는 얘기다.

생김새는 조금 못나더라도 이곳 산수유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유기농 산수유라는 점이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산수유가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산수유를 유기농으로 키우는 건 사실 매우 힘든 일입니다. 산수유는 나무에서 키우는 기간이 긴 열매에요. 3월에 꽃이 피면서 열매가 시작되고 11월이 되어야 수확을 하지요.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는 매실은 6월 초 장마 전에 수확해요. 하지만 산수유는 매실이 끝나고 난 뒤에도 그 기간만큼을 더 기다려야 해요. 장마가 지나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지나 11월이 되어야 수확하거든요. 무려 10개월 가까이 나무에서 자란다는 얘기고, 그만큼 병충해에 노출이 많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강 대표는 대량 재배, 대량 생산은 하지 않는다. 1700㎡에 산수유 나무 50그루 정도다. 산수유 밭이 있는 곳은 해발 600m 높이로, 구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산수유 마을에는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월계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 바로 위쪽에 산수유 밭이 있다. 저수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농사를 짓겠다고 농약을 뿌리면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발효산수유 음료.
50여 그루에서 매년 수확하는 산수유는 평균 600kg 정도. 수확한 산수유의 씨를 제거하고 말리면 150kg으로 줄어든다. 다행히 씨는 기계의 도움을 받아 제거한다. 과거에는 산수유씨를 모두 치아로 깨물어서 뺐는데 산수유 마을에 전해오는 설화가 여기에서 나온다.

‘산수유를 한 알 한 알 입에 물고 앞니를 이용해 씨를 깨물어 깠는데 이 때문에 산동마을 처녀들은 산수유를 까느라 앞니가 다 닳아 보기 흉한 모습이 됐다. 전국 어디를 가도 앞니가 망가진 치아를 보면 산동 아가씨임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씨를 제거한 산수유 열매는 햇볕에 말린다. 수분은 7% 내로 잡아주는게 포인트. 수분이 아예 없이 바짝 말릴 경우 과자처럼 바스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산수유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정도 말린 다음에 건조기의 도움을 받아 7% 이내 수분을 맞춰준다.

‘지리산과 하나되기’에서는 건산수유를 판매하기도 하고 국산 한약재와 무농약 산수유를 넣고 만든 산수유 진액이나 산수유청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외에도 카페에서는 산수유 술빵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술빵 만들기는 체험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지리산 둘레빵’을 새롭게 출시했다.

전통방식으로 튀긴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부각.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부각

‘엄마가 만들고 아들이 판매합니다.’ 무척이나 정겹고 마음에 와 닿는 문구다. 구례에서 김부각을 만들어 판매하는 신생브랜드 ‘복내리는 당산나무’가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김부각은 김에 양념한 찹쌀풀을 발라 참깨와 고춧가루 등을 뿌려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먹는 한국의 전통음식이다. ‘블랙푸드’의 대표인 김은 항산화, 항암, 항궤양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안토시아닌을 가지고 있어 검은 색을 띈다.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설시키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동맥경화, 고혈압,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전통음식이다보니 집집마다 만들어 먹었겠지만 현재 국내 김부각은 전북 남원이 대부분 선점했다 싶을 만큼 남원 김부각이 가장 알려져 있는 실정이다.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김부각을 지역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도전한 이가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상수 대표다.

“지리산 자락에 전북 남원이나 경남 산청, 전남 구례 등에서 예부터 김부각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고 해요. 어머니가 종종 해드셨던 걸 제가 좀 더 체계화하고 대량화 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구례 김부각을 브랜드화 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전체의 80%가 남원에서 생산될 정도로 남원이 강세긴 하지만 전남도에서도 사회적 경제통합지원센터 등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구례군 용방면 송정마을에 자리한 ‘복내리는 당산나무’는 농업회사법인이다. 마을 입구에 커다란 당산나무가 있는데 나무 아래 공장이 있어서 ‘복내리는 당산나무’라 정했다.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상수 대표와 어머니 이정숙 씨.
김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어머니가 지내는 고향으로 내려왔다. 할아버지때부터 4대째 살고 있는 마을이다. 공장을 세우고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시설을 갖춰 정식으로 판매를 시작한 건 만 2년을 넘기고 올해 3년차다.

해썹시설로 공장화 시켰지만 작업 공정상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동네 어르신 몇분이 어머니와 함께 일을 도와주시는데,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김부각의 주재료는 김과 찹쌀이다. 청정 해역 고흥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김을 구입하고, 찹쌀은 이웃들이 손수 농사지은 찹쌀을 가져와 사용한다.

찹쌀풀에는 정성이 더해진다. 매일 전통방식 그대로 양파와 대파, 무, 다시마, 디포리를 넣고 진하게 끓여낸 육수에 찹쌀가루를 풀어 오랜시간 저어가며 만드는데 너무 얇게 발리지 않도록 조금은 되직하게 쑨다.

김을 구입할 때는 똑같은 원초의 김을 한꺼번에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김은 지난 겨울에 사온 김이다. 고흥에 직접 방문해서 물김부터 체크를 하고, 김 공장에 가져다가 원하는 두께의 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체크를 한다. 목돈이 추가되긴 하지만 원재료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원칙을 고수한다는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부각에 사용되는 김은 밀도가 높아야 하는데 100장당 대략 260~270g 정도다. 구멍이 뚫리지 않고 촘촘하게 메꿔져 있는 김밥용 김을 생각하면 된다.

깨끗하게 손질한 김 위에 식힌 찹쌀풀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풀칠을 한다. 하루는 건조기에 넣어 말리고 다시 이틀을 자연 건조시킨다. 이후 기름에 튀기면 하얗게 부풀어올라 풍성하고 바삭한 김부각이 완성된다.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부각과 남원산 김부각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부각의 크기다. 찹쌀 바른 김을 건조시킨 다음 튀기기 전에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는 공정이 추가된다.

대부분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하루에 60g용 500봉지 정도 생산하는게 전부다. 무엇보다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부각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는 건 신선도다. 주문과 동시에 김을 튀겨 만들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 포장지에 쓰여진 제조일자를 보고 놀라워한다. 간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들에게 선물하려고 재구매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신생업체인 ‘복내리는 당산나무’ 김부각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사)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주관하는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대한민국 대표 쌀가공품 ‘TOP 10’에 선정되기도 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받은 감사한 선물이었다.

깔끔하게 진공 포장된 김부각은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싱가폴 쪽으로 수출했으며 올해는 미국과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절차가 진행중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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