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공사에 안전 비용은 고작 1억이었다니
2022년 01월 26일(수) 00:05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을 위해 책정된 안전관리비가 1억 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고 39층 316세대 규모의 아파트 네 개 동 총공사비의 1천분의 1 정도이니 그야말로 쥐꼬리 수준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공개한 현대산업개발의 ‘화정아이파크 2단지 안전관리 계획서’에는 안전관리비로 1억 6597만 원이 책정돼 있었다. 2단지 공사비가 1236억 642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작 0.13%를 안전에 투자한 셈이다.

안전관리비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공사 현장 안전점검 9520만 원, 계측 장비나 폐쇄회로텔레비전 등 안전 모니터링 장치 3160만 원, 통행안전 및 교통소통 대책 1760만 원 등이었다. 또 공사장 주변 안전관리에 1600만 원, 안전관리계획서 작성·검토 455만 원, 가설 구조물의 구조적 안전성 확인에 100만 원이 각각 책정됐다.

이 같은 금액은 공사 금액 4000만 원 이상인 현장은 일정 비율의 안전관리비를 계상하도록 정한 현행 건설기술진흥법 시행규칙을 따른 것이다. 다른 건설 현장 역시 비슷한 실정이라는 얘기인데, 그나마 쓰임새마저 제한적이다. 노동자의 추락을 막기 위한 난간 설치나 건설 현장 차량 유도원 고용에는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작업 발판을 견고하게 하거나 진출입로 차량 유도원 고용에는 집행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노동계의 목소리다.

현행 건설 현장의 안전 관리 투자 규정은 건설업계와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 준다. 안전관리비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필수적인 비용이다. 빈발하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경각심을 높이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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