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대학로 원로배우서 월드스타
‘오징어게임’ 출연 미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우린 깐부 잖아” 유행어 세계인 사로잡아
극장 가야 보던 최민식·설경구 등 OTT로
2022년 01월 10일(월) 20:40
배우 오영수가 제79회 골든글로브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오징어게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지난 10일 제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오 씨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대사, 의상, 게임 등을 유행시키며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도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여파로 극장이 아니면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배우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오리지널 작품에 참여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다. 오 씨는 극 중 참가번호 001번, 뇌종양을 앓는 오일남을 연기했다.

마냥 게임을 즐기다가도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려 들자 “그만하라”고 절규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마지막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목숨 같은 구슬을 이정재에게 건네며 “우린 깐부(구슬치기 등의 놀이에서 같은 편을 의미하는 속어)잖어”라는 묵직한 대사는 세계인을 사로잡았고, 유행어는 인터넷 밈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오 씨는 오랜 기간 연극무대에서 활약해왔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뒤 1963년부터 극단 광장의 단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1987년 국립극단에 들어가 2010년까지 간판 배우로 무대에 올랐고 50여 년 동안 ‘리어왕’, ‘파우스트’, ‘3월의 눈’, ‘흑인 창녀를 위한 고백’ 등 200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다.

그가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03년 개봉한 고(故)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서 노승 역할을 맡으면서다. 이후 드라마 ‘선덕여왕’(2009)에 월천대사로 출연하며 ‘스님 전문 배우’로 알려졌다.

배우 오영수가 출연 중인 연극 ‘라스트 세션’ 포스터가 서울 대학로 극장 앞에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징어게임’으로 큰 인기를 끈 뒤에도 그는 대학로 무대에 섰다. 혼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는데, 현재 연극 ‘라스트 세션’의 ‘프로이트’를 연기하고 있다.

그의 골든글로브 수상에 힘입어 ‘오징어게임’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데스 게임 장르에 한국의 전통 놀이와 정서를 결합한 이야기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겼던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등을 비롯해 출연자들의 의상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달고나 만들기 세트의 판매율 증가와 아울러 등장인물이 입은 트레이닝복은 할로윈데이를 점령하며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영희’ 피규어는 서울 올림픽공원, 대구 이월드 등 국내를 비롯해 영국 도심 쇼핑몰 등에 등장하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면서 최근 들어 ‘정통 영화배우’로 인식되던 연기자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영화배우 최민식은 디즈니+가 제작하는 드라마 ‘카지노’(가제)에 출연한다. 그가 OTT 오리지널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 얼굴을 보이는 것도 MBC TV ‘사랑과 이별’(1997~1998) 이후 24년 만이다.

설경구 역시 영화 ‘길복순’을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첫 출연이 성사됐다. 스크린을 고집하던 배우들의 ‘OTT 러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영화계 인력이 OTT 시장으로 옮겨간 뒤, OTT 콘텐츠와 영화 간 경계가 허물지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카지노’, ‘길복순’ 뿐만 아니라 앞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황동혁), ‘지옥’(연상호), ‘닥터 브레인’(김지운), ‘D.P’(한준희) 등 주요 OTT 작품들은 모두 영화감독 출신이 메가폰을 잡았다.

글로벌 OTT에 진출할 경우 시청자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표적으로 ‘오징어 게임’ 출연진은 단숨에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랐고 해외 주요 시상식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배우들의 OTT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관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극장 대신 OTT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편 1944년 시작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이다. 해당 협회는 지난해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 성차별, 부정 부패 의혹 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헐리우드 제작사 등은 해당 시상식을 전면 보이콧했고, 넷플릭스 역시 보이콧에 동참함에 따라 ‘오징어 게임’은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도 황동혁 감독, 배우 이정재, 오영수는 시상식에 불참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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