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칼럼니스트 조대영이 지난 2009년 꾸린 ‘20세기소설영화독본’은 원작소설을 읽고 이를 영화화한 작품을 함께 감상한 후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의 고전은 물론 ‘처녀들, 자살하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 현대 소설까지 수많은 작품을 다뤄왔다.

‘20세기소설영화독본’이 2022년 상반기 프로그램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위대한 유산’, ‘파이 이야기’, ‘파리대왕’, ‘노마드랜드’등을 만나는 모임의 첫 일정은 오는 2022년 1월 19일 오후 7시 광주극장 영화의 집에서 시작되며 이후 격주 수요일마다 진행된다.

상반기 첫 작품은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이다. ‘핍’이라는 고아 소년의 성장과정을 당대 사회계층에 대한 해학과 풍자,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위대한 유산’(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에단 호크와 기네스 펠트로가 보여주는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2월16일 두번째 시간에는 ‘위대한 개츠비’ 작가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만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제작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는 1918년 80세의 외모를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 버튼’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스토리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와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3월 2일 다룬다. 2002년 제34회 부커상 수상작인 ‘파이 이야기’는 열여섯 살 인도 소년 파이가 겪은 227일간의 표류기를 그리고 있다. 2012년 개봉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결말과 해석이 다양하게나뉘며 더욱 관심을 받은 작품으로 8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촬영상·음악상·시각효과상, 66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특수시각효과상 등을 수상했다.

‘혹성 탈출’(3월16일)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원작 소설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이 196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한 인간 사이에 숨겨진 진실을 다룬다. 이 작품을 바탕으로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총 7편의 ‘혹성탈출 영화’ 중 최초의 작품인 ‘혹성탈출’을 제작했다. 영화는 20세기, 지구를 떠나 어느 이름모를 행성에 도착한 테일러 일행이 그곳에서 문명을 이루고 있는 원숭이들과 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제작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4월20일)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원작소설과 영화 모두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며, 장남의 기일에 모인 요코야마가의 1박2일을 통해 가족간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실제 히로카즈 감독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밀려드는 후회와 그리움으로 인해 만들게 된 작품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기도 했다.

스웨덴의 무명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을 단숨에 베스트 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오베라는 남자’는 5월4일 다룬다. 소설은 한국에서도 출간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 1위, 2015년 가장 많이 팔린 소설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고집불통 까칠남 ‘오베’가 기상천외한 이웃들과 부딪히며 생긴 일들을 유쾌하게 그렸다.

이밖에 ‘파리대왕’,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도리안 그레이’,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삼총사’, ‘아이언 마스크’ 등을 읽고 보며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문의 010-4660-5792.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