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화태마을 숭어 양식 정근영] 운명처럼 만난 ‘숭어’…조선업 직장생활 접고 고향 여수로
해운조선업 불황에 미래 고민 하던중 가두리양식 관심
900평 양식장서 2년간 정성들여 키운 숭어 30만마리
이르면 이달 말 첫 출하…매출 10억원 기대
예비 귀어인들 “경험·정보 중요…한달살아보기 추천”
2021년 11월 16일(화) 21:50
귀어 3년 차 정근영(35)씨가 지난 10일 여수시 남면 화태마을에 있는 숭어 양식장에서 뜰채로 숭어를 잡아보이고 있다.

정근영(35) 씨는 숭어와 함께 인생 도약을 꿈꾸는 3년 차 귀어인이다. 경남 거제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지난 2019년 12월 여수 남면 화태마을로 귀어했다. 그러곤 다음 해 1월 곧바로 숭어 양식에 돌입했다.

근영씨가 운영하는 가두리 양식장은 약 900평(3000㎡) 크기다. 이곳에서 그는 숭어 30만 마리를 키운다. 숭어 치어는 2년 정도 지나면 횟감 등으로 식용이 가능해지는데, 이때 크기는 30~40㎝, 무게는 600g 안팎이다. 근영씨가 키우는 숭어들은 현재 평균 25~30㎝ 크기의 성어로 자라 이르면 이달 말 출하를 앞두고 있다. 귀어 3년, 양식 2년 만의 첫 출하다. 지난 10일 양식장에서 근영씨를 만나 귀어 과정과 숭어 양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 2년간 숭어를 키워 내다 파는데, 3년을 키우는 양식장도 있어요. 3년간 양식하면 700~800g으로 무게가 올라 가격도 오릅니다. 그런데 3년 차가 되면 폐사율도 높아져 2년가량 키워 파는 게 일반적입니다. 2년 키워서 팔지, 3년 키워서 팔지는 양식하는 사람 성향에 따라 다르지요”

근영씨의 일과는 숭어 먹이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먹이는 항상 사료다. 바다 온도가 17도 정도면 하루에 한 번 준다. 여름철 수온이 24~25도에 이를 때면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밥을 준다. 먹이를 주고 나면 보통 가두리 양식장을 살핀다. 숭어가 든 양식장 그물에 구멍 난 곳은 없는지 살피고 그물도 수시로 교체해줘야 한다.

“숭어가 먹는 사료 한 포대 값은 3만4000원이에요. 사룟값만 2년에 약 3억5000만원이 듭니다. 숭어는 예민한 어류라서 사료를 잘못 먹으면 죽어요. 가두리 양식장 숭어는 자연산 숭어보다 먹이를 절제하지 못하고 계속 먹기 때문에 조절이 중요합니다. 사료를 많이 먹으면 호흡량이 많아지고 산소가 더 필요해지죠. 그렇게 되면 액화산소를 사료와 함께 넣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 부족으로 죽는 경우가 많아요”

30대 중반 이른 나이에 인생 2막을 연 근영씨는 온 신경을 숭어 양식에 집중했지만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양식 첫해인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숭어들을 키워 팔기도 전에 대부분이 폐사한 것. 그 당시 근영 씨의 심정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했지만, 올해는 자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올해 100t의 숭어를 출하할 예정인 그는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엔 처음이라 힘들었어요.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사룟값도 못 벌었죠.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 적자를 만회하고도 수익을 남길 자신이 있습니다. 올해는 아이들(숭어)이 잘 자란데다 시세도 좋습니다. 작년엔 500~600g짜리 1㎏에 5500원이었던 가격이 두 배로 올라 1만 1000원대로 형성되고 있어요”

근영씨는 처음부터 숭어 양식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여수에서 나고 자란 여수 토박이지만 대학을 경남 진주로 진학하면서 여수와 멀어졌다. 2011년부터 경남 거제에 있는 삼성중공업에 취직해 8년간 일했다. 당시 해운·조선업 불황이 계속됐고 ‘회사 사정이 올해는 나아지겠거니’ 하며 기다린 것이 몇 년간 이어졌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던 그에게 어느 날 불현듯 ‘바다’가 스쳤다고 한다. 언젠가는 고향에 정착해 살고 싶었던 그는 ‘운명’처럼 숭어를 만나게 됐다.

“휴가차 여수에 있는 부모님 댁에 왔다가 숭어 유통업을 하는 사촌형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가두리 양식을 접했고 흥미가 생겼죠. 사실 평소에 미래 먹거리 등 여러 가지 비전이 ‘바다’에 있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귀어를 준비했습니다”

귀어 준비는 책과 인터넷, 유튜브를 우선 활용했다.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에서 숭어 관련 책이란 책은 섭렵했고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었다. 하지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사촌형을 비롯해 숭어 양식을 하는 지인들에게 얻은 자문이었다.

“사료를 언제, 어떻게 주는지, 아이(숭어)들이 사료를 안 먹으면 왜 안 먹는지, 어떤 질병에 잘 걸리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시도 때도 없이 여쭤봤어요. 그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고향 여수의 수많은 어촌 중에서 화태를 선택한 이유는 ‘텃세’가 없고 진입장벽이 낮아서라고.

근영씨가 화태마을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박민호 어촌계장만 해도 6년 차 귀어인이다. 화태마을은 최근 귀어인들이 부담 없이 정착할 수 있도록 어촌계 가입요건을 대폭 완화했고 계원에게 부과되는 가입비도 없앴다. 또 이들이 양식업을 할 수 있도록 어장도 개방했다고 한다.

여러 양식어종 중에서도 근영씨가 숭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물을 얼려 만든 먹이를 주지 않고 사료로만 키울 수 있는 어종이 숭어하고 감성돔입니다. 근데 감성돔 양식은 제반 시설 등을 갖춰야 해서 초기비용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반면 숭어는 주로 드는 비용이 사룟값 뿐이고 숭어 치어는 초기 사망률이 높지만, 위기를 잘 지나면 대부분 성어로 자라기 때문에 양식이 크게 어렵지 않아 숭어를 키우게 됐어요”

근영씨가 숭어 양식을 위해 초기 투자한 금액은 약 1억여원. 지자체 도움은 받지 않았다. 양식장과 사료창고, 작업대 조성 등에 쓰인 돈이다. 운이 좋게도 가두리를 구입한 업체에서 치어를 무상으로 받았고, 숭어 유통업을 하는 지인에게 200~250g 정도의 어린 숭어 15만 마리를 받아 키우면서 별도의 돈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근영씨는 가두리 양식장 규모를 점차 키워나갈 계획이라며 포부를 밝힌 뒤 예비 귀어인들에게 조언도 했다.

우선 경험과 정보의 중요성,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귀어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예비귀어인 교육만 듣고 귀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오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혀 보면 적응을 못 하기 때문에 한두 달 정도 먼저 어촌일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남도청, 전남어촌특화지원센터 등의 홈페이지에 수시로 접속해 귀어인을 위한 정책, 지원사업 등을 파악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과한 투자는 금물입니다. 사전조사가 특히 중요합니다. 사실 숭어 양식이 생물을 키우는 일이라 사료, 수온, 산소량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차차 일을 하다 보면 애정이 생기고 힘든 부분은 극복할 수 있습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분들이 어촌으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여수=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보리 필때 ‘보리숭어’

겨울에 나는 ‘참숭어’

전남 69어가 양식·생산액 55억

‘보리숭어’, ‘개숭어’, ‘참숭어’…. 이름 많기로 유명한 숭어는 어떤 어류일까.

숭어는 전체적으로 회청색을 띤다. 배 부근에만 미약하게 은빛을 보인다. 몸 색이 탁하지 않고 맑은 편이다. 겨울에서 봄까지가 제철이며 탕으로 끓여 먹거나 염장을 해 말려 먹었다. 특히 숭어의 위는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히며 미식가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계절에 따라 봄철 보리 필 때 나오는 숭어는 ‘보리 숭어’ 또는 ‘개숭어’라고 부르며, 겨울에 나는 것은 ‘참숭어’라고 알려져 있다. 계절마다 숭어의 맛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여름 숭어는 담백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져서 고소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갯벌의 영양분으로 통통하게 살을 찌운 참숭어는 쫀득쫀득하고 차지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러한 숭어의 특징은 ‘겨울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펄 만 훔쳐먹어도 달디달다’, ‘여름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등의 속담만 봐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어류양식 동향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전남 지역 숭어류 경영체 수는 2019년 64개에서 2020년 69개로 증가했다. 숭어 생산량은 400t(2019년)에서 700t(2020년)으로 늘었다. 지난해 생산액은 55억원이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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