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집, 카페, 광장…모차르트를 만나다
모차르트 생가부터 집·성당 등 도시 전체가 박물관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 고향…매년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모차르트’ 브랜드로 음악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
2021년 11월 01일(월) 19:00
모차르트 생가에는 오페라 작품의 주요 장면을 입체모형으로 재현한 디오라마와 무대의상 스케치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전시돼 있다.
지난해 여름 전 세계 음악인들의 시선이 잘츠부르크에 쏟아졌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이 코로나19에도 예정대로 개최됐기 때문이다. 자칫 취소될 위기에 처했던 축제가 악조건 속에서도 100주년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개최된 건 기적같은 일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좌절에 빠진 시민들에게 옛 문화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창설된 이 페스티벌은 인구 15만 여 명의 소도시 잘츠부르크를 음악의 도시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뭐니뭐니해도 잘츠부르크가 세계의 음악수도로 불리우고 있는 데에는 천재음악가 모차르트(1756~1791)의 후광을 빼놓을 수 없다.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1781년 빈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 전까지 26년간 음악가로 활동한 덕분에 도시 곳곳에 그의 숨결이 깃든 공간들이 남아 있다. 말 그대로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를 위한, 모차르트에 의한’ 도시다.

#모차르트 집(Mozart Wohnhaus)

오스트리아 빈에서 자동차를 타고 3시간 남짓 달린 끝에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잘차흐(Salzach)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와 신시가로 나뉘어 있는 잘츠부르크는 바로크풍의 중세건물이 즐비해 1996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신시가지에서 구시가지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건 마르크트광장에 자리한 ‘모차르트 집’(Mozart Wohnhaus)이다. 모차르트가 생가에서 살다가 수도 빈으로 떠나기전까지 7년간 살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공습으로 3분의 2가 파손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지만 1955년 국제 모차르트음악재단이 이 집을 매입해 지난 1996년 유명건축가들의 손을 거쳐 예전 모습으로 복원해 개관했다. 분홍색 외관의 2층 건물에는모차르트가 생전 사용했던 피아노포르테(pianoforte), 악보, 초상화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장면을 입체모형으로 재현한 디오라마(dioram), 모차르트의 작품을 18~20세기에 해석한 무대세트 등이 전시돼 있다.

모차르트의 집을 나와 구 시가지로 건너가는 마르크트 다리 인근에는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집도 자리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카라얀은 모차르트와 마찬가지로 피아노 신동으로 불렸으며 1916년부터 1926년까지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공부했다. 특히 1956~1960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맡는 등 모차르트와 더불어 잘츠부르크를 빛낸 거장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sthaus)

마르크트 다리를 건너면 잘츠부르크의 최대 번화가이자 좁은 골목길인 게트라이데가세(Getreidegasse)가 나온다. 모차르트 생가(Mozart Gebursthaus)는 바로 이 골목길의 9번지에 자리하고 있는 데 코로나19에도 단체 관광객들로 보이는 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비슷한 모습의 건물들 사이에서 모차르트생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건 4층 높이의 노란색 건물에 내걸린 대형 오스트리아 국기 덕분이다.

모차르트 생가가 특별한 이유는 그의 출생지라는 점도 있지만 유년기의 작품 대부분이 이 곳에서 작곡됐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대성당 궁정악단의 바이올린 주자인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아들로 1756년 1월27일 태어났다. 레오폴트는 잘츠부르크 인근의 장크트길겐 출신인 안나 마리아와 결혼해 이 곳에서 1747~1773년까지 26년간 살았다. 둘 사이에 7명의 자식이 태어났으나 5명은 모두 1년내 사망했고, 딸인 나넬(Nannerl)과 모차르트만이 살아 남았다.

관람객이 모차르트 가족의 초상화가 전시된 생가에서 자료들을 흥미롭게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모차르트 초상화이다.
모차르트 생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8세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부엌과 그가 태어난 방, 거실 등이 나온다. 거실 한가운데에는 어머니, 누나, 모차르트, 아버지의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으며 8살때인 1764년에 쓴 미뉴에트(minuet)와 피아노 악보가 전시돼 눈길을 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4세 때 쳄발로(cembalo)를 배운 후 5세 때부터 연주할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1762년 6세 때는 11세의 누나 나넬과 함께 뮌헨의 궁전에서 첫 연주를 했으며 같은 해 10월 가족과 함께 빈의 쇤브룬 궁에 머물며 마리아 테레즈 여제 앞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는 모차르트의 유년시절과 그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빈에서의 생활을 되돌아 볼 수 있는 희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바이올린과 자필 악보, 가족과 친구들에게 쓴 편지 등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많다.

모차르트가 유년 시절 사용한 바이올린
1층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침대, 피아노, 악보 등이 전시돼 있고, 2층, 3층에는 1781년 빈으로 건너가 삶을 마칠 때까지 작곡했던 다양한 작품들의 악보와 오페라 무대, 의상 등을 재현한 디오라마들로 꾸며져 있다. 특히 3층의 ‘모차르트의 유품’ 코너에는 국제모차르트음악재단이 수집한 그의 머리카락에서 부터 은색 지갑, 옷 단추, 담배갑 등이 진열됐다. 4층에는 당시 잘츠부르크의 모습 등이 담긴 사진과 자료들도 전시돼 있다.

모차르트 생가
특히 모차르트 생가는 음악가의 삶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한 기획전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유품만 전시하는 아카이브전이 아니라 그의 음악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모차르트의 탄생에서부터 가족, 취미, 연인, 악기, 악보 등 테마별로 나뉘어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모차르트가 생전에 스스로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했던 ‘피아노와 관악기(오보에·클라리넷·혼·바순)를 위한 5중주’ K452를 최고급 스피커로 감상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특히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그에게 영감을 받아 음악세계를 일군 수많은 작곡가의 헌정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을 나오면 모차르트를 소재로 한 수많은 기념품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모차르트의 CD에서부터 기념 티셔츠, 문구용품, 맥주, 초콜릿, 우산, 골프용품 등 어느 것 하나 모차르트의 얼굴이 없는 게 없다. 무엇보다 잘츠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의 박물관을 방불케한다. 모차르트의 단골 카페였던 ‘토마 셀리’에서부터 유아 세례를 받았던 잘츠부르크 대성당, 모차르트 광장은 물론 그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 커피숍, 기념품가게 등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 모차르트를 배출한 음악도시는 이제 세계가 부러워 하는 관광도시로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잘츠부르크=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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