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황지해 작가 “동·식물·인간 어우러지는 정원으로”
정원디자이너·환경미술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200여종 식재
2023년 12월 17일까지 운영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200여종 식재
2023년 12월 17일까지 운영
![]() 황지해 작가가 디자인한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
수컷 멋쟁이새는 아름다운 붉은 깃털색을 유지하기 위해 노박덩굴 열매를 먹는다. 달콤한 꿀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때죽나무는 벌들이 좋아하는 식물이다.
풀과 나무, 새와 곤충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생태 정원이 조성됐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시사철 식물이 건네는 나지막한 대화와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위로와 위안을 얻는 정원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 과천관이 미술관의 지리적·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정원예술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자연 속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청계산과 관악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중 미술관 2층과 3층 사이 야외공간에 위치한 원형옥상은 둥글게 트인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지난 8일 일반에게 공개된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2023년 12월 17일까지 약 2년에 걸쳐 운영되는 기획으로 과천의 사계절을 담아내며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자연의 순환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정원 설계는 광주 출신 정원디자이너이자 환경미술가 황지해 작가가 맡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황 작가는 2011년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최한 첼시플라워쇼 아티잔 가든(Artisan Gardens) 부문에서 ‘해우소: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으로 한국인 최초 금상과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듬해에는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으로 2년 연속 금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정원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고유한 종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정원을 통해 자연스러운 식재 연출을 지향하는 황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주변 산야의 식생과 한국 토종 식물들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여 주외 환경과의 공존과 공생을 제안한다.
작품명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한국의 하천가에서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따왔다. 동시에 원형정원이 자리한 건물의 원통 형태가 식물의 줄기와 유사하다는 데서 착안, 정원이 하늘의 달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건물의 옥상은 달빛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고, 달과 가장 근접한 곳이죠. 아무래도 미술관이라는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면 생태계는 분절될 수밖에 없죠. 단절된 생태계를 다시 잇는 느낌,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건축물의 시설들을 정원에 녹여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기둥은 식물의 줄기로, 정원 곳곳에 놓인 5개의 벤치는 식물의 물관으로 생각했습니다.”
정원에 식재된 풀과 나무는 약 200여종에 달한다. 전 세계에 단 2종만 존재하고,그 중 한 종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습지식물 낙지다리, 박하향과 깻잎향이 나는 배초향, 섬개야광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또 큰 바늘꽃, 단양 쑥부쟁이 등 국가에서 보존이 시급하다고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심었다. 앞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며 다양한 계절성 식물들을 더 식재하면 정원은 더욱 풍성해질 터다.
정원을 디자인하며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곤충이나 새의 산란 등을 돕는 식물을 많이 심는 것이었다. 덤불숲과 초지가 나비와 곤충과 새를 불러들이고, 그들이 머물다 가는 집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원형정원은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위로와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정원에는 앞으로 카페 테라스 등이 조성되며 실내에서도 정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명상카페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원형정원 전체를 다양한 곤충과 조류들의 서식처가 되는 큰 원형 접시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고, 또 인간들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벌써 새들과 곤충이 많이 찾아들고 있어요. 앞으로 새들의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좋겠습니다(웃음).”
정원을 원예와 조경의 한계를 넘어선 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예술로 확장해온 황 작가는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과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프로젝트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런던 플레저가든으로 옮겨져 전시된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과 영국 그린피스에 기증됐던 ‘해우소: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은 2014년부터 광주호수생태공원에 재현돼 선보이고 있다. 또 네덜란드 벤로플로리아드에 조성했던 정원 ‘뻘-어머니의 손바느질’은 프랑스 롱스르소니에 온천공원에 옮겨져 영구 전시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풀과 나무, 새와 곤충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생태 정원이 조성됐다.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사시사철 식물이 건네는 나지막한 대화와 새들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위로와 위안을 얻는 정원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일반에게 공개된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2023년 12월 17일까지 약 2년에 걸쳐 운영되는 기획으로 과천의 사계절을 담아내며 시간에 흐름에 따라 자연의 순환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 황지해 작가 |
우리 땅에서 자생하는 고유한 종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정원을 통해 자연스러운 식재 연출을 지향하는 황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주변 산야의 식생과 한국 토종 식물들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여 주외 환경과의 공존과 공생을 제안한다.
작품명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한국의 하천가에서 자생하는 ‘달뿌리풀’에서 따왔다. 동시에 원형정원이 자리한 건물의 원통 형태가 식물의 줄기와 유사하다는 데서 착안, 정원이 하늘의 달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건물의 옥상은 달빛을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이고, 달과 가장 근접한 곳이죠. 아무래도 미술관이라는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면 생태계는 분절될 수밖에 없죠. 단절된 생태계를 다시 잇는 느낌,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건축물의 시설들을 정원에 녹여내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기둥은 식물의 줄기로, 정원 곳곳에 놓인 5개의 벤치는 식물의 물관으로 생각했습니다.”
정원에 식재된 풀과 나무는 약 200여종에 달한다. 전 세계에 단 2종만 존재하고,그 중 한 종이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습지식물 낙지다리, 박하향과 깻잎향이 나는 배초향, 섬개야광나무 등이 눈길을 끈다. 또 큰 바늘꽃, 단양 쑥부쟁이 등 국가에서 보존이 시급하다고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심었다. 앞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나며 다양한 계절성 식물들을 더 식재하면 정원은 더욱 풍성해질 터다.
정원을 디자인하며 신경 쓴 부분 중 하나는 곤충이나 새의 산란 등을 돕는 식물을 많이 심는 것이었다. 덤불숲과 초지가 나비와 곤충과 새를 불러들이고, 그들이 머물다 가는 집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원형정원은 동식물뿐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위로와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정원에는 앞으로 카페 테라스 등이 조성되며 실내에서도 정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명상카페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원형정원 전체를 다양한 곤충과 조류들의 서식처가 되는 큰 원형 접시로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동물과 식물이 공존하고, 또 인간들도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벌써 새들과 곤충이 많이 찾아들고 있어요. 앞으로 새들의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 좋겠습니다(웃음).”
정원을 원예와 조경의 한계를 넘어선 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예술로 확장해온 황 작가는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과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프로젝트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런던 플레저가든으로 옮겨져 전시된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과 영국 그린피스에 기증됐던 ‘해우소: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은 2014년부터 광주호수생태공원에 재현돼 선보이고 있다. 또 네덜란드 벤로플로리아드에 조성했던 정원 ‘뻘-어머니의 손바느질’은 프랑스 롱스르소니에 온천공원에 옮겨져 영구 전시중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