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범 시인 ‘붉은 먼 곳을 두고 온 뒤 아픈 꽃마다 너였다’ 펴내
2021년 09월 14일(화) 04:00
목포 출신 이승범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붉은 먼 곳을 두고 온 뒤 아픈 꽃마다 너였다’(문학들)를 펴냈다.

‘혼자 사랑’, ‘그리운 먼 꽃’, ‘예감 작별’ 등 일상에서 그려내는 작품은 함축적이며 간결하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감상을 드러내지 않고 절제와 압축의 미학을 선사한다.

“어쩌면 내일 /장자는 /다 내려놓고 떠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듬성듬성 /이승의 길 /굽은 길마다 /제 잎으로 길을 덮고 /그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위의 시 ‘11월, 은행나무’는 삶에 대한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만추의 계절에 떠올리는 ‘은행나무’는 우리네 삶의 단면과 닮아 있다. “다 내려놓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결국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모든 것을 두고 떠나가야 한다는 운명론적인 인식을 드러낸다.

시인의 작품은 꽃과 나무, 자연 등을 모티브로 우리 삶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묘사하는 데 특징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적 화자를 둘러싼 하나의 사건, 하나의 경험이 확장돼 더 넓은 의미로 전이된다.

그럼에도 시인은 절망이나 부정적인 시선보다는 삶을 긍정하고 사랑으로 감싼다.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이다.

“감꽃 속에는/ 그대의 귀가 숨어 있다/ 그대를 부르는 작은 귀가 숨어 있다/ 웅크리고 앉아/ 세상의 한 꿈을 듣는다…”

위 시 ‘혼자 한 사랑’은 우리가 오래 전 잊어버렸거나 혹은 잃어버린 사라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한다. 그것은 이성의 사랑을 뛰어넘는 어떤 원형에 대한 추구에 가깝다. 아울러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속삼임과도 같다.

한편 이승범 시인은 조선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문성고 교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마쳤다. ‘사람의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 ‘사랑을 나누며’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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