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농사 3년차… 딸들이 가업 잇는대요”
<12> 전업주부서 농장주 변신 딸부잣집 엄마 고효신씨
남편 직장 따라 군산서 낯선 광주로
“전원생활 해보자” 장성 북이면 정착 10년
넷째 딸 학교 들어간 후 농사 도전했는데
의욕만 앞서 실패로 끝난 ‘굼벵이 사육’
장성 미래학교 다니며 블루베리 매력에 푹
정부·지자체 지원·선배 농부 도움으로
2021년 08월 11일(수) 07:00
고효신·신경식씨 부부가 지난 7월 초 블루베리 나무에 열린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고씨 부부는 올해 블루베리 나무를 심은 지 3년 만에 상품성 있는 블루베리를 수확했다.
장성군 북이면 사거리 일대를 차로 지나다 보면 도로변에 심어진 블루베리 나무 수백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파릇파릇한 블루베리 나무 수백 그루가 심어진 이곳은 귀농인 고효신(42·여), 신경식(48)씨가 운영하는 블루베리 농장이다. 농장 이름은 ‘따리네시아’. 언뜻 보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떠오르는 농장 이름이어서 보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딸만 넷을 둔 집이라서 농장 이름이 ‘따리네시아’(딸이넷이야)에요. 농장 이름을 무엇으로할까 고만만 3년을 하는데, 어느 날 '딱' 떠올랐어요. 호호호”(아내 효신씨).

효신씨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장성군 북이면 사거리 일대에서 500평 규모(500그루)의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 곳에 카페도 문을 열 계획이다. 효신씨가 직접 재배한 블루베리를 이용해서 만든 디저트를 판매하는 팜 카페다.

효신씨가 농군이 된건 2018년부터지만 귀촌은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군산 출신인 부부의 귀촌귀농 일기는 지난 2012년 르노삼성자동차에 다니던 남편 경식씨가 광주로 발령 받으면서 시작됐다.

정들고 익숙한 고향을 떠나 전혀 연고도 없는 광주에 정착하게 된 부부는 이왕 고향을 떠난 김에 도시생활을 끝마치고 전원생활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아내 효신씨는 “공부보다 놀이가 먼저라는 저희 부부 교육관이 딸 넷과 함께 장성으로 향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효신씨가 귀촌을 한 후 처음부터 농군이 될 생각은 없었다. 딸 넷 육아만으로도 벅차고 힘이 들었다. 집 앞 텃밭에서 고추며 상추 등 아이들이 먹을 야채를 키우는 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막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고씨는 “무엇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마침 지인이 경기도 남양주에서 굼벵이 농장을 운영하며 돈을 좀 만졌다는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진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당시 언론에서도 굼벵이를 키워 부농이 됐다는 농부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던 때였다. 농사 경험 없는 주부들도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효신씨는 무작정 굼벵이를 키우기로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뛰어들었던 굼벵이 사육은 금방 접어야 했다.

“의욕만 앞섰어요. 곤충 규제로 인해 주거지역에서는 곤충을 사육할 수 없더라고요. 생김새가 혐오스러운 탓에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 않더라고요.”

효신씨는 의욕만 앞섰던 굼벵이 사육을 두고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표현했다.

그 후 1년은 고민이 계속됐다. 그렇다고 농사를 포기하고 전업주부로 돌아서기엔 아까웠다. 농사를 짓기로 한 이상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선택해야 했다. 고민만큼이나 행운도 따라줬다. 장성군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미래농업대학 농산물 브랜딩 학과를 다니면서 블루베리를 접하게 된 것. 강소농교육 과정 때 찾아간 블루베리 농장에서 블루베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가공이 필요 없고, 무농약으로 재배하면 바로 따서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를 재배해 블루베리를 이용한 디저트를 함께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자금이 문제였다. 땅을 임대하기보다는 내 땅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자금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귀농인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사업이 힘이 돼줬다.

효신씨 부부는 지난 2018년 청년창업농 영농정책사업에 지원했다. 매월 100만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책사업은 경쟁률만 6대 1에 달했다. 사업계획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부부는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지원 농가로 선정됐다.

3년간 매월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 부부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지원금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후계농업경영인 사업과 장성군 자체사업인 2040 청년농업인 정착지원금 사업에도 선정돼 적지 않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자금 지원만이 지금의 농장 마련에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블루베리 농가들의 모임인 블루베리연구회와 지역 선배 블루베리 농가들의 교육과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틈만 나면 블루베리연구회와 선배 농가들을 찾아갔어요.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죠. 굼벵이 사육 실패 후 제대로 된 농업교육을 받으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또 결국 같이해야 성공할 수 있는 상생의 덕목을 되새길 수 있었어요”

부부의 노력이 밑바탕이 되고 주변 도움까지 이어지면서 부부는 농사에 익숙해져 갔다.

2018년 심은 블루베리는 올해부터 시중에 팔 수 있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었다. 올해 수확된 블루베리 500㎏은 지인들과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며 ‘완판’됐다. 매출이 얼마 되지 않아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초보 농사꾼으로서 만족스러운 소득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남편 경식씨도 올 2월을 끝으로 30년 가까웠던 회사를 그만두고 일손을 보탰다.

효신씨 부부 농장 한편에는 팜 카페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하반기 문을 열 예정인 팜 카페는 부부가 재배한 블루베리를 이용한 베이커리 제품과 잼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 된다. 블루베리의 부가가치를 높인 즉석 가공한 판매장 역할과 수확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명 ‘6차산업’을 위한 공간이다.

아직 초보 농군이지만 부부는 벌써 딸들이 가업을 이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보고 듣기만 했던 농사지만 저도 이제 어엿한 농부예요. 제 꿈은 대를 잇는 농업이에요. 제 딸들이 이 농장을 이어받았으면 해요”

파티쉐가 꿈인 부부의 큰 딸은 조리과학고에 재학 중이다. 부모님이 만든 블루베리로 디저트와 케이크를 만들고 농장도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게 큰딸의 목표다.

효신씨는 “블루베리와 관련된 현장교육 집체교육을 200시간 넘게 참여한 것 같아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선배 농가에서 진행하는 교육사업이 정말 많아 귀농하신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라며 “초보 농부인 저희는 방향성이 고민될 때마다 주위의 조언, 어르신들의 지혜를 빌렸어요,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이러한 건전한 인간관계를 구성해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성=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항산화 성분 ‘사과의 3배’…눈 건강·노화 방지 탁월

전남서 연간 882.26t 생산



눈에 좋은 것으로 잘 알려진 블루베리는 전남에서 연간 880t가량 생산된다.

27일 전남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에서 생산된 블루베리의 양은 882.26t으로 나타났다.

시·군별로는 담양이 235.5t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화순 162.7t과 곡성 100.7t, 장흥 43t, 영광 40t, 장성 32.5t 순이다. 전체 재배면적은 224.11㏊. 담양 58㏊, 화순 36.3㏊, 곡성 31.3㏊, 영광 11㏊ 장흥 12㏊, 장성 13㏊ 순이다.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블루베리는 항산화력이 매우 우수한 과일로 꼽힌다. 사과보다 3배나 높은 항산화제를 가진 대표적인 노화 방지 식품 중 하나로 뇌세포 노화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진한 청색이 선명하며 과실면이 팽팽하고 균일하게 흰 가루가 묻어 있는 것이 좋다. 반으로 잘랐을 때 진하게 벌 거면 야생, 투명을 띄면 양식이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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