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 위기 극복, 교육 허브 구축으로-송창수 호남대 교수·대학혁신본부장
2021년 07월 23일(금) 06:00
지역 대학의 위기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회자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은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화되면서 출생률이 감소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인데, 중앙집권화 때문에 지방의 인구는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대학은 입학생이 감소하면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대학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미래 학교 교육의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 번째로 ‘정규 학교 교육의 연장’을 제시하는데, 새로운 평생교육은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을 지원함과 동시에 기존에 배움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보완 및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서 ‘학교의 외주화’로 홈스쿨링, 온라인 학습 및 지역사회 기반의 교육을 통하여 학교 교육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 번째는 ‘학습 허브로서의 학교’이다. 이는 교수는 학습자의 학습 요구와 지역사회의 변화하는 요구를 지원하기 위하여 학습의 허브로서 지역사회 교육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인 ‘학습의 상시화’는 학습이 시공간을 초월해 이루어지면서 풍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상의 네 가지 미래 학교 교육의 시나리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역 대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학습 허브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은 혁신을 통해 지역에 열린 개방형의 평생교육 체제를 갖추어 지역사회와 적극적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기업과 주민의 요구를 교육·연구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의 사례로서 ‘제주도의 언어’를 살펴보고자 한다. 제주도의 언어는 고어를 많이 갖고 있으므로 연구적 가치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 그런 언어를 학교 교육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후대에 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학교 내에서 제주어의 사용을 억제하고 표준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즉 제주도만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중앙집권적 교육이 이루어진 것이다. 최근에야 제주어 보전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그에 대한 연구 및 교육을 강화한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남 지역은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많은 문화유산과 민주화의 성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교육에 있어서 중앙과 분리된 호남 지역만의 교육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학 교육은 중앙정부가 맡고, 초중등 교육은 지방으로 이관되어 대학 교육과 초중등 교육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초중등 교육에 필요한 교육 자료를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반쪽 교육 자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OECD가 제시한 것처럼 대학이 학습 허브로서 지역 교육에 필요한 학습 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초중등 교육에 전파하면서 지역의 자부심을 갖도록 유도하며 지역 발전을 위한 기초로 삼을 수 있다. 아울러 지역 대학은 지역 사회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역 연구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지역 연구를 담당하는 기구로 광주전남연구원이 있는데, 연구원과 지역 대학 간 적극적 연계를 통하여 연구 성과를 초중등 교육에 전파하는 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초중등 교육에 필요한 교육시설을 대학에 설치하여 이를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함으로서 시설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정보통신(IT) 분야 발전사를 전시·교육하는 시설로서 호남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IT SQUARE’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과 지역사회가 함께 지역 발전을 숙고하는 연계 체계가 확고히 만들어진다면 지역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지방정부, 지방 교육청 및 지역 대학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 교육의 허브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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