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삼(蔘) 재배 3년…제 삶도 농촌에 뿌리 내린 것 같아요”
<10> 영광군 법성면 ‘이로운세상’농장 양진선·원도경씨 부부
재배법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판로…화장품·차 등 가공품 개발
영광농기센터 큰 도움…귀농 전 6개월 이상 충분히 준비해야
2021년 06월 09일(수) 02:00
귀농 3년 차 양진선(51·오른쪽)·원도경(51)씨 부부가 지난 2일 영광군 법성면 새싹삼 농장 ‘이로운세상’에서 출하를 앞둔 새싹삼을 들어보이며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농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인삼향이 코끝을 찔렀다. 약 60평 규모 실내 농장에서 재배 중인 새싹삼(蔘) 5만 주에서 뿜어져 나온 향이다. 뿌리부터 잎까지 길이 20~50㎝짜리 새싹삼이 수경재배(水耕栽培·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 시설에서 자라고 있었다. 횟집, 소고기·갈비탕집 등 식당에서 요리와 함께 제공되는 새싹삼을 재배하는 농장이다.

“뿌리보다 줄기와 잎에 사포닌 성분이 2~4배 더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삼은 뿌리를 먹지만 새싹삼은 뿌리와 줄기, 잎 전체를 먹습니다. 쌈채소의 일종이죠. 요즘같은 시기 면역력 향상에 그만입니다. 피로회복, 피부 미용에도 좋구요 ”

이로운세상 양진선 대표가 지난해 11월 영광군 법성면 자신의 농장에서 현장견학 온 광주대학교 학생들에게 수경재배 스마트팜을 통한 새싹삼 재배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로운세상 양진선 대표 제공>
귀농 3년차 양진선(51)·원도경(51)씨 부부가 실내 농장을 가득 메운 연둣빛 작물을 가리키며 새싹삼 자랑에 열을 올린다. 지난 2일 영광군 법성면 새싹삼 농장 ‘이로운세상’에서다.

부부는 새싹삼 농가가 밀집한 인근 고을 장성에서 1~2년생 묘삼(苗蔘)을 사들여 농장에서 키워 판다. 수경재배 방식이다. 180×80㎝ 규모의 플라스틱 판 위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한 검정색 스펀지가 촘촘히 박혀 있다. 스펀지에 볼펜만한 구멍을 뚫고 묘삼을 꽂아 놓고 그 아래로 물을 흘러보내면 삼 뿌리가 물을 흡수해 자라나는 방식이다. 온도는 20~25도, 습도는 70~80프로를 유지해줘야 한다. 뿌리만 있는 묘삼을 들여와 이런 방식으로 2~3주 기르면 줄기가 한뼘 정도 자라나고 잎도 생겨난다. 이때부터 1~2주가 판매 적기다.

일반소비자에게는 블로그,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해 한 뿌리당 300~400원씩, 만원 단위로 판매한다.

“쌔싹삼은 인삼과 종은 같지만 약재가 아니라 쌈채소로 주로 쓰입니다. 출하 적정기를 놓치면 잎, 줄기, 뿌리가 모두 질져져 식감이 떨어져요. 효능은 몰라도 쌈채소로 최상품이 아닌게 되죠. 저희가 단순히 묘삼을 사다 길러 내다파는 것을 넘어 새싹쌈 분말, 새싹삼 화장품, 차, 비누 등 가공제품 개발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아내 도경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남편 진선씨가 설명을 보탠다.

“사실 새싹삼 재배는 어렵지 않아요. 진짜 문제는 판로 개척이죠. 저희 새싹삼 판로는 일반소비자가 60%, 식당 등 사업장 거래처가 40%쯤 됩니다. 월 매출은 1000만원 안팎이었는데, 이마저도 코로나 19때문에 식당 매출이 줄어 새싹삼 출하량도 이전만 못합니다. 이정도만 해도 밥은 먹고 살지만 가공으로 눈을 돌려야죠.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내려온만큼 가공제품 개발, 양산으로 시스템화, 기업화에 남은 인생 승부를 걸어볼까 합니다”

부부는 인천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영광에서 태어나 고교를 마친 남편 진선씨가 인천대학교로 진학을 하면서다. 귀농 전에는 롯데제과 판매기획부에서 근무했다. 여느 대기업처럼 야근과 실적 압박이 이어지던 어느날 귀농을 실행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50대가 되기 전, 개인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품어왔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퇴사 결심을 하고 아내와 의논을 거쳐 귀농지와 재배 품목을 결정했다. 귀농지는 어머니와 누나가 살고 있는 고향땅 영광으로 정했다. 품목은 새싹삼이었다. 귀농하기로 결정했지만 사표는 바로 내지 않았다. 주중엔 회사일을 하고 주말에는 착실히 귀농 준비를 이어갔다. 그러길 6개월. 2019년 3월 고향 영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아내 직업이 기업컨설턴트였어요. 새싹삼 재배를 추천하길래 처음에는 흥미가 안생겼어요. 근데 살펴보고 알아볼 수록 관심이 커졌습니다. 시장 자체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확장성이 있었어요. 말 그대로 ‘이거 돈 되겠다’ 싶었던 거죠. 재배 농가도 방문해보고 재배시설 업자도 만나봤더니 크게 어렵지 않겠더라구요. 나름 준비하고 해볼만 하니 사표를 던졌던 거죠”

사전 조사에서 파악한대로 재배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고향집 창고를 개조해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정착 과정에서 십중팔구 겪는다는 작물 재배 실패도 겪지 않았다. 재배법이 익숙해지자 시설 규모를 늘렸다. 토지비, 시설, 건축비 등 2억원을 들여 집 근처 농지에 80평짜리 농장을 신축했다. 사무실과 개인 공간을 제외하면 농장 규모만 60평 수준이다.

부부는 “귀농에 성공했다고 하기엔 이르다. 이제 조금 뿌리를 내린 정도다. 갈 길이 멀다”면서도 귀농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 진선씨는 “귀농 전 무엇을 재배할 것인지 미리 정하고 충분한 연구를 해야 한다. 1년은 소득이 없다고 생각하고 생활비를 넉넉히 준비해와야 한다”고 했다. 농촌에 내려오는 순간부터 짧게는 3~4개월, 일반적으로 1년 정도 소득이 없는 상태가 지속하기 때문에 가족 생활비를 사전에 충분히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도 개인사업과 같아요. 정착 기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희는 귀농 첫 1~2년 운영비,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이때 퇴직금이 대부분 녹았던 것 같아요(웃음). 대출금은 늘어나고 벌이는 시원찮은 날의 연속이라 암담했죠. 아, 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어요. 하지만 그 시기를 버티니 매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일도 진척이 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아내 도경씨는 “귀농 이왕할 거 젊어서 하셨으면 좋겠다. 45세 이전이 딱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할 게 없어서 막연히 시골로 가야지 하면 절대 안 되고 할 일을 품고 내려와야 한다”며 “이왕이면 젊어서 부부가 함께 귀농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반대로 농사가 적성에 맞아 더 큰 도전을 하려고해도 젊은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여느 귀농인처럼 부부는 각 시군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업기술센터는 무조건 가야합니다. 귀농 전이든 귀농 이후든 문이 닳도록 다녀야 합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받거나 배운 것을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돕니다. 저희는 지금도 1년에 100번은 가는 것 같아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구요. 각종 지원제도부터 작물재배법, 동영상 제작·네이버 스토어 입점법 등 단순 농법부터 사업화할 수 있는 정보까지 사실상 농업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새싹삼’ 잎·줄기·뿌리까지 통째로

비슷한 듯 다른 인삼과 새싹삼, 재배법 달라 쓰임새·성분에 차이

샐러드·차 등 활용…뿌리보다 잎·줄기에 사포닌 성분 2~3배 많아



‘새싹삼 파우더’
인삼과 새싹삼은 모두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같은 종이지만, 재배법이 달라 쓰임새나 성분에 차이가 있다.

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고년근 인삼은 흙에서 4∼6년간 재배한 것으로 주로 뿌리를 이용한다. 새싹 삼은 1년생 묘삼을 3∼4주간 싹을 틔운 것으로 잎부터 줄기, 뿌리까지 통째로 먹을 수 있다. 인삼은 뿌리를 한약재로 이용한다. 보통 찌고 말려 홍삼과 같은 건강 기능성 식품 등으로 활용한다. 뛰어난 효능 덕분에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고, 닭백숙 등 보양식이나 전골 등 깊은 맛을 내는데 잘 어울린다.

반면, 새싹삼은 나물처럼 식감이 부드러워 샐러드, 비빔밥, 주스 등으로 활용된다. 쌈채소로도 활용되고 본 요리를 먹기 전 입맛을 돋우려고 먹기도 한다. 채소처럼 잎이 쉽게 시들므로 유통기간은 1∼2주로 짧다.

‘새싹삼 차’
고년근 인삼 한 뿌리에는 항암, 항산화,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생리활성물질인 사포닌이 100∼200㎎가량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력 증진, 피로 개선, 최근에는 뼈 건강 개선 효과까지 기능성 원료 인정을 받았다. 새싹 삼은 한 뿌리에 사포닌이 1∼4㎎ 들어있다. 특이한 것은 잎과 줄기에는 뿌리보다 사포닌이 2~3배 많은 8~12mg가량 들어 있다는 것이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전남지역의 새싹삼 재배농가는 100농가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전남에서는 장성에 새싹삼 재배농가가 몰려있다. 장성에서만 23농가가 2.02㏊(6100평)에서 36억7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도희 장성군농업기술센터 연구사는 “새싹삼은 초기 시설비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소면적 활용재배가 가능하고 1년 최대 12기작이 가능해 고소득 작목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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