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산성 문루에 올라 담양 풍광을 굽어보다
<11> 담양 금성산성·명옥헌원림
구슬 같이 물소리 맑은 명옥헌 배롱나무꽃 피는 여름이 아름다워
죽녹원·메타세쿼이아길·관방제림 지친 일상 달래주는 시원한 바람
국수·떡갈비·대통밥·죽순요리…
담양 10미 심신까지 맑게 해줘
2021년 06월 06일(일) 22:00
담양 금성산성에 가면 보국문(輔國門) 문루(門樓)에 올라야 한다. 빼어난 전망 때문이다. 보국문 오른편 아래에 담양호가, 왼편에는 농경지가 펼쳐져 있다. 탁 트인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기분도 그만이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담양은 군(郡)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관광지다. 대숲으로 유명한 죽녹원과 나무보다 국수가 이제는 더 유명한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선 가로수길, 소쇄원을 비롯한 이름난 정자 등 전국적 명성을 얻은 관광자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여름의 길목, 6월 초 답사 목적지는 담양 금성산성과 명옥헌이다.

◇금성산성·명옥헌 = 금성산성은 담양 금성산에 자리한다. 담양읍을 지나 차로 10여 분 달리면 담양온천이 나온다. 담양온천을 끼고 오른편 산으로 오르면 주차장이 나타난다. 그곳에 차를 대고 산행을 시작한다. 낮 1시 기온은 25도쯤. 잘 닦인 산길을 10분쯤 올랐을까. 돌부리와 나무뿌리가 곳곳에 드러난 울퉁불퉁한 길이 시작된다. 경사도 가팔라 온몸이 금세 땀에 젖는다. 그렇게 30분쯤 더 올라가면 성벽과 함께 보국문(輔國門)이 나타난다. 금성산성에 오르면 보국문 문루(門樓·문 위에 세운 집)에 반드시 올라야 한다. 빼어난 전망 때문이다. 등 뒤를 제외한 나머지 3면이 확 트여 막힘이 없다. 발 아래로는 담양호와 담양읍 시가지, 농경지 등이 펼쳐져 있다. 담양군 녹색관광과 방소영 주무관은 “금성산성 자체도 이야기를 품고 멋스럽지만, 산성 문루에 올라 내려다보는 담양호와 담양의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말했다.

문루에 올라 사방을 살피니 금성산성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주차장~보국문 2㎞ 구간을 탐방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차장~보국문 왕복 소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도 약 1시간 30분.

전체 코스는 주차장~보국문~동문지~북문지~서문지~철마봉~남문지를 거쳐 한바퀴를 도는 여정이다. 연장은 7.8㎞, 5시간 남짓 걸린다.

금성산성은 삼국시대에 처음 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태종 9년(1409)에 고쳐 쌓은 후 광해군 2년(1610)에 보수공사를 하면서 내성도 함께 만들었다. 광해군 14년(1622)에는 내성 안에 관청을 건립하고 효종 4년(1653)에 성 위의 작은 담(여장)을 수리하면서, 전반적으로 성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외성은 2㎞, 내성은 700m 길이에 돌로 쌓은 산성이다. 동학운동(1894) 때 건물이 많이 불타 없어지고 현재는 동·서·남·북문의 터가 남아 있다. 금성산성은 지난 1991년 사적 제353호로 지정됐다.

담양군 고서면에 자리잡은 명옥헌(鳴玉軒)은 배롱나무꽃이 피는 여름이 제철이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다음 목적지는 명옥헌.

고서 포도로 유명한 담양군 고서면에 자리잡은 정자와 원림(園林)이다.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1583~1623)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오희도(吳希道)의 넷째 아들 오이정(吳以井·1619-1655)이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은 정자를 지었다. 명옥헌(鳴玉軒)이다. 정자 앞뒤에는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 꽃나무를 심어 가꿨다고 한다. 명옥헌은 배롱나무꽃이 피는 여름이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다. 명옥헌의 물소리도 구슬이 부딪쳐 나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명옥헌이라 이름 지었다 한다. 명옥헌 오른편에는 후산리 은행나무 또는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 불리는 은행나무가 있다. 300년 이상 된 노거수로 인조가 왕이 되기 전에 전국을 돌아보다가 오희도를 찾아 이곳에 왔을 때 타고 온 말을 매둔 곳이라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죽녹원
◇주변 관광지 ‘담양 10경’ = 담양군은 명소 10곳을 추려 담양 10경으로 이름 짓고 알리고 있다. 죽녹원, 소쇄원, 용흥사 계곡, 관방제림, 가마골용소, 추월산, 금성산성, 병풍산, 삼인산,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죽녹원은 담양읍 향교리에 조성된 대숲이다. 관방제림과 영산강 시원인 담양천을 끼는 향교를 지나면 바로 왼편에 보이는 대숲이 죽녹원이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며 굳어 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준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대숲 외에도 메타세쿼이아길이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1972년 국도 24호선, 군청~금성면 원율삼거리 5㎞ 구간에 5년생 1300본을 식재, 조성한 길이다. 당시 어려운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군비를 확보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었으며 이후 담양읍과 각 면으로 연결되는 주요 도로에 지속해서 심고 가꿔 또 하나의 담양 명물이 됐다. 영화 ‘화려한 휴가’ 초반, 택시기사 민우(김상경)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로 쏟아지는 눈 부신 햇살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관방제림(官防堤林)은 조선 인조 26년(1648) 당시의 부사 성이성(府使 成以性)이 수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으면서 비롯됐다. 철종 5년(1854) 부사 황종림(府使 黃鍾林)이 다시 이 제방을 축조하면서 그 위에 숲을 조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담양천을 따라 조성된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2004년 산림청이 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 (주)유한킴벌리 등과 공동 주최한 ‘제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담양 한우 떡갈비
◇담양 구경도 식후경 = 담양군은 대표 음식으로 담양 10 미(味)를 내세우고 있다.

한우떡갈비, 대나무통밥, 죽순요리, 돼지숯불갈비, 국수, 창평국밥·암뽕, 한우생고기, 메기찜·메기탕, 한과·쌀엿, 한정식이다 . 하나같이 담양이 자랑하는 식재료로 만들어낸 먹거리다.

여러 음식 중 국수와 갈비, 죽순요리를 추천한다.

국수는 관방제림 주변에 맛집이 몰려있다. 어느 가게를 방문하든 맛과 가격 모두 만족스럽다. 담백한 맛의 비빔국수, 멸치와 채소로 우려낸 진한 국물의 물국수 그리고 대나무 잎과 각종 약재를 넣고 삶은 달걀은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별미로 주목받는다.

대나무통밥은 대통에 쌀과 대추, 은행, 밤을 넣고 압력솥에서 20~30분간 쪄낸 밥이다. 향기가 은은하면서 씹히는 맛이 쫄깃쫄깃하다. 대나무로 만든 음식은 정신과 피를 맑게 해주고 스트레스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담양 죽순요리
죽순요리는 식이섬유, 비타민C가 풍부하고 아삭아삭한 질감과 담백한 맛이 새콤달콤한 초고추장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쫄깃쫄깃한 우렁이살을 넣는 것이 죽순회의 포인트이며 담양 토속음식의 대표적인 별미이다. 담양군은 홈페이지에서 맛집을 안내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622984400721842321
프린트 시간 : 2025년 05월 04일 07:4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