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림 주남마을 통장 “80년 5월 억울한 모든 죽음 진상 밝혀져야죠”
[5월 이 사람] 주남마을 역사 알리기 앞장서는 김재림 통장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서
주민 성금 등 모아 매년 추모행사
“더 이상 가슴 아픈 일 없어야”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에서
주민 성금 등 모아 매년 추모행사
“더 이상 가슴 아픈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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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 월남동 주남마을은 5·18 당시 군부에 의해 가장 큰 아픔을 겪었던 곳이다. 1980년 5월 23일 이곳에 주둔 중이던 계엄군 11공수여단은 광주~화순 간 국도를 지나던 25인승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승객 1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계엄군은 부상자 중 두 명을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고 가 총살한 뒤 암매장했다.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은 올해, 김재림(59) 주남마을 통장은 “우리 마을 아픔을 잊지 않고, 계엄군의 만행을 널리 알리고 희생자들을 기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 통장은 지난 2009년부터 12년째 통장 일을 맡으며 주민들과 힘을 합쳐 주남마을을 ‘인권와 평화의 마을’로 만드는 데 헌신했다.
김 통장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1980년 당시 사건을 직접 목격하긴 어려웠다. 계엄군이 주둔 중이라 주민들은 집안에 갇혀있다시피 했으며, 사건 또한 주민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어났다. 1988년 주남마을에 터를 잡은 김 통장조차 20년 가까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2009년 통장 일을 시작하면서 사건에 대해 들었죠. 이처럼 참혹하고 가슴 아픈 일을 모르고 살았던 제가 창피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과 ‘우리 마을을 지키고 아픈 역사를 알리는 데 힘을 합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주민들은 지난 2010년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영령을 위로하고 마을 평화를 추구한다는 뜻을 담아 주남마을 위령비를 세웠다. 위령비는 광주YMCA, 5·18기념재단의 도움을 받아 세워졌으며, 지금은 마을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매해 5월 18일이 다가오면 주민들은 그 날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역이 니은이 축제’를 연다. 축제명은 옛 주남마을 이름인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의미다.
축제가 열리면 주남마을 위령비를 중심으로 각종 부스를 운영하며 주민·손님이 함께 문화행사를 즐긴다. 축제는 광주시 보조금 외에도 주민들이 5만 1800원, 5180원씩 모은 성금으로 열려 더욱 뜻깊다.
김 통장은 “마을 주민들은 힘이 남아있는 한 최대한 마을과 역사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솔선수범하신다”며 “이곳이 뜻깊은 역사를 품은 사적지로 알려진 것도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제8회를 맞은 올해 축제는 14~18일 5일에 걸쳐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진행됐으나, 잊지 않고 마을을 찾아온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직접 손님을 맞으며 마을 이야기를 나눴다.
김 통장은 “딱히 큰 목표는 없다”고는 하지만, 주남마을을 활성화하겠다는 꿈은 누구보다 컸다. 좁은 길목에 있는 위령비 접근성을 개선할 방법부터 위령비 ‘평화의자’ 설치, 자연 친화적인 마을 가꾸기 등 아이디어에서 그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김 통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5·18 비극이 많다고 짚었다. 예컨대 최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 외 최소 3건의 차량 피격 사건이 추가로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1980년 5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의 진상이 밝혀지고, 더 이상 가슴 아픈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 통장은 지난 2009년부터 12년째 통장 일을 맡으며 주민들과 힘을 합쳐 주남마을을 ‘인권와 평화의 마을’로 만드는 데 헌신했다.
김 통장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은 1980년 당시 사건을 직접 목격하긴 어려웠다. 계엄군이 주둔 중이라 주민들은 집안에 갇혀있다시피 했으며, 사건 또한 주민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일어났다. 1988년 주남마을에 터를 잡은 김 통장조차 20년 가까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지난 2010년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영령을 위로하고 마을 평화를 추구한다는 뜻을 담아 주남마을 위령비를 세웠다. 위령비는 광주YMCA, 5·18기념재단의 도움을 받아 세워졌으며, 지금은 마을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매해 5월 18일이 다가오면 주민들은 그 날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역이 니은이 축제’를 연다. 축제명은 옛 주남마을 이름인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의미다.
축제가 열리면 주남마을 위령비를 중심으로 각종 부스를 운영하며 주민·손님이 함께 문화행사를 즐긴다. 축제는 광주시 보조금 외에도 주민들이 5만 1800원, 5180원씩 모은 성금으로 열려 더욱 뜻깊다.
김 통장은 “마을 주민들은 힘이 남아있는 한 최대한 마을과 역사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솔선수범하신다”며 “이곳이 뜻깊은 역사를 품은 사적지로 알려진 것도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제8회를 맞은 올해 축제는 14~18일 5일에 걸쳐 열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 인사 초청 없이 진행됐으나, 잊지 않고 마을을 찾아온 손님도 많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직접 손님을 맞으며 마을 이야기를 나눴다.
김 통장은 “딱히 큰 목표는 없다”고는 하지만, 주남마을을 활성화하겠다는 꿈은 누구보다 컸다. 좁은 길목에 있는 위령비 접근성을 개선할 방법부터 위령비 ‘평화의자’ 설치, 자연 친화적인 마을 가꾸기 등 아이디어에서 그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김 통장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5·18 비극이 많다고 짚었다. 예컨대 최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 사건 외 최소 3건의 차량 피격 사건이 추가로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1980년 5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모든 이들의 진상이 밝혀지고, 더 이상 가슴 아픈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