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 인정한 천년고찰, 그 유구한 역사 속으로 - 프롤로그
대흥사·선암사·통도사 등 7개 사찰
1995년 등재 불국사·해인사도 포함
세계적 사찰 역사와 콘텐츠 등 조명
코로나 시대 ‘힐링’ 의미도 모색
2021년 05월 17일(월) 07:00
지난 2018년 세계유산위원회는‘탁월한 보편적 기준’을 갖춘 우리나라의 산사 7곳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사진은 해남 대흥사 봄 풍경. <대흥사 제공>
해남 대흥사, 순천의 선암사 등 한국의 산사 7곳이 세계유산이 된 것은 지난 2018년 6월이었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회의에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결정했다.

대흥사와 선암사 외에도 통도사(경남 양산), 부석사(경북 영주), 봉정사(경북 안동), 법주사(충북 보은), 마곡사(충남 공주) 등 모두 7개 사찰이 포함됐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대해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 지속성, 한국 불교 역사성 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산사 건물이 지니는 가치와 미적인 가치가 그만큼 뛰어나며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특정한 국가나 지역을 초월한 인류 보편적 자산으로 손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국의 산사는 개별 유산의 진정성, 완전성 외에도 보존관리 측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들 사찰은 창건 이후 지금까지 수도와 신앙이 조화를 이룬 종합 승원으로서 오랜 전통과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보 제55호 법주사 팔상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산지승원을 비롯해 12건의 문화유산과 제주도 화산섬 및 용암동굴 1건의 자연유산 등 모두 13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가 한꺼번에 등재된 이래 1997년 창덕궁과 수원 화성, 2000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경주역사지구, 2009년 조선왕릉, 2010년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2014년 남한산성,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등재됐다.

자연유산은 언급한대로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지정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하나의 문화였다. 의식과 삶, 전통과 역사 속에 문화로 이어져왔다는 의미다. 1000년이 넘는 시간 원형을 간직하면서도 역사와 문화, 삶이 연계된 공간이자 수도와 힐링의 공간으로 공존해왔다는 방증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다루는 사찰은 저마다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지역에 자리한다. 해남, 순천, 양산, 영주, 안동, 보은, 공주를 비롯해 경주와 합천이 그곳으로, 가치 자원의 발굴과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산사문화에 대한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성 초의선사의 차맥이 면면이 흐르는 대흥사 일지암.
더욱이 계속되는 코로나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지쳐 있다. 천년고찰이 주는 쉼과 위안은 무엇에 비할 바 없다. 고승들이 머물렀던 마음공부라는 수행공간 외에도 심신을 달래주는 힐링의 공간, 나아가 지역 문화 중심지로서 사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해남 대흥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로, 신라시대 창건됐으며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두륜산에 소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시 공부를 했던 남다른 인연 외에도 서산대사 호국불교 혼이 깃들어 있는 명찰로 유명하다.

신라시대 도선이 창건했다고 전해오는 순천 선암사는 평평한 돌에서 옛 선인(仙人)이 바둑을 뒀다는 설화가 고스란히 ‘선암’이라는 이름으로 전이됐다. 조선후기 승려 호암대사가 축조한 무지개 형태의 다리 승선교는 예술적 아름다움이 압권이다.

양산의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보사찰이다.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의 하나로, 기록에 따르면 646년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의 사리·가사·대장경 등을 가져와 금강계단에 봉안하고 창건했다고 한다.

불법(佛法)이 머무는 뜻을 지닌 보은의 법주사는 가람배치가 이색적이다. 대웅보전은 무량사 극락전, 화엄사 각황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불전으로 꼽히며 국보 제55호인 팔상전은 우리나라 목탑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받는다.

영주의 부석사는 동양 최고 유물 무량수전이 있는 산사다. 아름다운 사찰 풍경과 아울러 아미타불이 봉안된 사찰건물로 알려져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역동성과 깊이, 철학적 심미안이 깃들어 있어 문화적 아우라를 발한다.

조선 후기 서로 다른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공주의 마곡사는 대웅보, 대광보전, 5층석탑이 일직선상에 배치된 사찰이다. 또한 관음신앙이 집약된 ‘백의관음도’ 외에도 영산전, 석가모니불괘불탱과 같은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안동의 봉정사는 우리나라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 극락전(국보 제15호)를 비롯해 대웅전(보물 제55호), 화엄강당(보물 제448호) 등이 있다. 이밖에 전통 건축미를 자랑하는 만세루 또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지개 다리로 유명한 선암사의 아치형 숭선교
마지막으로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은 지난 1995년 가장 먼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불국사 석가탑과 다보탑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상징한다.

이처럼 우리 사찰에는 한국 불교가 지닌 독특함, 융합성, 전통성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창의적 콘텐츠 개발과 지역 브랜드 창출이라는 관점뿐 아니라 위안과 쉼을 주는 공간으로서의 아름다움과 건축미학 등도 다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다양한 강좌와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어떻게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중요한 문화자산으로 계승발전되고 있는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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