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
2021년 05월 07일(금) 22:00
고3인 지우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끈 해고 노동자 이모할머니 삶을 소설로 그리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은강방직에서 일하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외할머니와 살아가는 강이는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교대에 진학하고자 입시에 매달린다.

은강이라는 지역에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산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무대인 은강은 소설 속 1970년대 풍경과 달리 판자촌 대신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성공을 좇는 사람들은 은강을 떠나 신도시로 터전을 옮겼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의 장편 ‘곁에 있다는 것’에는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살아온 평범한 이웃들의 삶이 담겨 있다.

소설의 무대는 은강. 이곳에는 오늘도 여전히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산다. 어느 날 구청에서 은강구를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쪽방 체험관’을 추진한다. 문제는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자본의 논리 앞에 가난마저 상품화된다는 것이다. 지우, 강이, 여울이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이에 맞서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들은 서로를 이해하는 한편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

작품 속 작가의 눈길은 여전히 ‘사람’에게로 향해 있다. 시선이 머무는 인물들은 혼자서는 돋보이지 않더라도 함께라면 빛날 수 있는 밤하늘의 별자리와 같다.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늘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

<창비·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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