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광주병원 ‘흉가 체험 영상’ 수사 의뢰 두달…경찰은 ‘나 몰라라’
소극적 수사에 모방범죄 초래
2021년 01월 17일(일) 23:00
경찰이 5·18 사적지인 국군광주병원을 불법으로 침입해 제작한 ‘흉가 체험 영상’에 대한 광주시의 수사의뢰를 2개월 전 받고도 수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모방 범죄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이 소극적인 수사로 추가 모방 범죄를 불러오는가 하면, 임의·선택적 ‘수사’ 방식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올해부터 갖게된 수사종결권을 보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19일 국군광주병원의 담을 넘어 들어가 병원 내부를 둘러보는 ‘광주국군폐병원’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사실을 확인, 서부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두 달 가까이 해당 영상에 대한 접근 제한이나 제작자 형사 처벌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해당 영상은 10분 8초짜리로, 성인 남성 5~6명이 5·18 사적지인 국군광주병원으로 ‘흉가’로 안내하면서 공포 체험을 하겠다며불법으로 담을 넘어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는 장면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은 지난 2018년 6월 올라온 뒤 지금까지 게시된 상태로, 광주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기한 시민 제보를 받고 즉시 수사를 의뢰했었다.

서부경찰은 그러나 광주시 수사의뢰를 받고도 2개월이 되도록 ‘불법’ 행위를 홍보하는 영상을 그대로 방치하는가 하면, 관련자 형사 처벌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부경찰 관계자는 “광주시에서 수사의뢰한 것은 맞지만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몰라 확인해봐야겠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대 대학생 3명이 지난 4일 불법으로 국군광주병원 담을 넘어 들어간 혐의(현주건조물침입)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흉가 방송을 보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위법 행위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조치로 불법 영상을 따라 사적지를 무단 침입하는 모방 범죄가 빚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찰이 알려주지 않아 모르겠다”면서 “사적지에 대한 감시와 출입 통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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