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심사평
“침울할 수 있는 재개발 상황, 밝은 에너지로 채워”
2021년 01월 04일(월) 00:00
-안수자 동화작가 ▲201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안데르센문학상, mbc창작동화대상 ▲장편동화 ‘파랑게르치 날다’ 등 다수
동화의 기본 독자는 어린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작품들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어른들의 반성문 같은 작품이나 어른 시각에서 어린이들에게 이해를 강요하는 작품은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외면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번 신춘문예에는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올라왔다.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엿보이는 판타지 동화도 제법 있어 반가웠으나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 아쉬움이 남았다.

세 편의 작품, ‘언니에게’,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 ‘8구역 배추자 여사’가 본심에 올라왔다.

‘언니에게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악플에 관한 내용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기는 했지만,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서사의 흐름을 방해했다.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는 엄마의 가출로 선택적 함구증을 앓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아기 새’라는 판타지 인물을 데려와서 재미있게 풀어간 동화로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가장 동화다운 작품이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아기 새’가 ‘악어새’인가? 아닌가? 아이의 열 살 생일날 엄마가 사라졌다는 설정과 시간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작품이다.

‘8구역 배추자 여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혔다. 신축 아파트 재개발구역에 살고 있는 벨리댄서 할머니와 무뚝뚝한 손자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무뚝뚝하지만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정성껏 돌보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민상과 거칠어 보이지만 자신과 주변을 밝은 에너지로 채워가는 배추자 여사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자칫 침울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을 거침없는 대화와 간결한 문체로 분위기를 전환해 재미를 더해주는 작품이다.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 새’와 ‘8구역 배추자 여사’ 사이에서 고민 끝에 주제와 구성, 완성도 면에서 뛰어난 ‘8구역 배추자 여사’를 당선작으로 골랐다.

아쉽게 선택되지 못한 예비 당선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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