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땅 남반구는 어떻게 대륙이 되었나
테라 오스트랄리스
정인철 지음
정인철 지음
![]()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1827년 오스트레일리아 지도. |
고지도 학계 권위자 정인철(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지도가 탐험의 도구 및 결과를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서, 새로운 미지의 대륙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했다”고 본다. 또한 “지도는 세계관의 표현”으로 “고지도를 연구하면 역사의 단면을 층층이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가 발간한 책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상상의 대륙이었던 남반구가 어떻게 지도 속에서 완전한 형태를 지니게 됐는지를 고찰한다.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라틴어로 남쪽에 있는 땅을 말한다. 단순히 남쪽에 위치한 것이 아닌 ‘적도 이남에 자리한 남반구’를 의미한다.
고대와 중세에는 대다수 사람들이 지구의 형상이 네모라고 생각했다. 지구 아래에, 다시 말해 남반구에 사람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도 ‘성호사설’ 천자문 편에서 “지구 아래와 위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말을 서양 사람들에 의하여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언급할 정도다.
그러나 2천 년에 걸쳐 지리적 지식이 확장되면서, 상상의 대륙은 실존하는 땅으로 인식된다. 저자는 오랫동안 존재가 인정되지 않았던 남반구가 오늘날 어떻게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태평양 국가, 남극 대륙으로 분화돼 지도 속에 표현되었는지 조명한다. 탐험의 역사와 더불어 이곳에 거주했던 사람들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관점을 살펴보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지금까지 남반구 지역을 탐사했던 모험가들의 이야기와 전기, 역사소설 등은 많이 출간됐다. 그러나 대체로 개인의 모험담에 치중한 나머지 다면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근거해 저자는 남반구가 지닌 정치적,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내력 등을 다뤘다.
책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고대와 중세의 테라 오스트랄리스 개념을 비롯해 지도와 문학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아리스토텔레스가 지구의 모습을 구라 상정하고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는 남반구를 테라 오스트랄리스로 부른 사실을 제시한다. 대척지를 인정하지 않았던 중세 신학자들의 견해와 달리 존재를 인정했던 어거스틴의 주장을 반영한 자료들을 소개한다.
2장은 거대한 자바와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자바는 16세기 지도에 등장하며 현재의 인도네시아 자바 근처에 표시된 땅을 말한다. 책에 거론한 자바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 대륙을 포함하는 상상의 대륙이다.
3장부터 6장까지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의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는 새로운 미지의 대륙을 찾고자 했던 강대국들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땅의 발견은 결국 오스트레일리아와 남태평양의 많은 섬을 식민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도는 탐험의 도구와 결과를 넘어,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으려는 욕망으로 연결됐다.
이밖에 7장은 마지막 남은 테라 오스트랄리스인 남극 대륙을 소개한다. 이 역시 식민지 경쟁과 연계된 반면 과학 발전으로 이어진다. 일부 국가는 탈식민주의, 탈제국주의를 주장하면서도 ‘발견과 점유의 논리’에 근거해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지도상에서 형태를 갖추었지만, 공간의 내용이 어떻게 채워져 나가고, 어떻게 변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주인이 없는 남극 대륙을 채우거나, 아니면 여전히 여백으로 남기는 일 역시 우리의 상상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푸른길·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정 교수가 발간한 책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상상의 대륙이었던 남반구가 어떻게 지도 속에서 완전한 형태를 지니게 됐는지를 고찰한다.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라틴어로 남쪽에 있는 땅을 말한다. 단순히 남쪽에 위치한 것이 아닌 ‘적도 이남에 자리한 남반구’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남반구 지역을 탐사했던 모험가들의 이야기와 전기, 역사소설 등은 많이 출간됐다. 그러나 대체로 개인의 모험담에 치중한 나머지 다면적인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근거해 저자는 남반구가 지닌 정치적, 사회적 의미와 역사적 내력 등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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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은 거대한 자바와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이야기다. 자바는 16세기 지도에 등장하며 현재의 인도네시아 자바 근처에 표시된 땅을 말한다. 책에 거론한 자바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 대륙을 포함하는 상상의 대륙이다.
3장부터 6장까지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의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는 새로운 미지의 대륙을 찾고자 했던 강대국들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땅의 발견은 결국 오스트레일리아와 남태평양의 많은 섬을 식민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도는 탐험의 도구와 결과를 넘어,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으려는 욕망으로 연결됐다.
이밖에 7장은 마지막 남은 테라 오스트랄리스인 남극 대륙을 소개한다. 이 역시 식민지 경쟁과 연계된 반면 과학 발전으로 이어진다. 일부 국가는 탈식민주의, 탈제국주의를 주장하면서도 ‘발견과 점유의 논리’에 근거해 남극 영유권을 주장하기도 한다.
저자는 “테라 오스트랄리스는 지도상에서 형태를 갖추었지만, 공간의 내용이 어떻게 채워져 나가고, 어떻게 변해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주인이 없는 남극 대륙을 채우거나, 아니면 여전히 여백으로 남기는 일 역시 우리의 상상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푸른길·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