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통과·면제 사업 지역별 배정] 정치적 이해 따라 오락가락, 경기도 20%·광주 3%
[1999~2020년 21년간 살펴보니]
국가재정 수도권·영남권 집중투입…보수정부 광주·전남 극심한 차별
전남 DJ정부서 18개 사업 예타 통과…문 정부 들어 충청권 비중 가장 높아
연구개발 인프라도 수도·충청권 집중…소외·불균형 보완·조율 역할 못해
2020년 11월 30일(월) 00:00
국가 재정은 민간 부문에서 수요·공급의 소외·불균형 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하며 조율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성장이 요구됐던 1990년대까지와는 달리 2000년대 들어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전국민의 동등한 행복추구권이 중요한 가치로 부상했음에도 이 시기 오히려 수도권으로의 인구·경제 과도한 집중, 각 지역 간 격차 심화 등이 빚어졌다.

광주일보가 기획재정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공받은 ‘1999~2020년 예타 및 예타 면제사업’의 흐름은 국가의 균형발전이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 검증과는 거리가 있었다. 보수·진보정부 모두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국가 재정을 투입했고, 이른바 보수정부에서 호남, 특히 광주·전남에 대한 차별은 극심했다. 진보정부에서는 충청권에 대한 투입 비중이 높아졌다.

◇예타사업 경기도 최대 수혜…서울·인천·경기 잇는 교통망 구축 주력=1999~2020년까지 예타 사업에서 가장 많은 사업과 예산을 독차지한 광역자치단체는 경기와 인천이다. 경기는 기타(33조1633억원)을 제외한 21년간의 사업비 247조1598억원의 19.94%인 49조2684억원을 챙겼다. 인천은 23조676억원(9.34%)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경기와 서울·인천을 잇는 교통망 구축에 대부분의 예산이 들어갔다. 신분당선, 서울~연천 고속도로, 소사~대곡 복선전철, 서울지하철 5·7호선 연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계속 인구와 경제가 증가하면서 수도권은 킨텍스, 농어업역사문화전시체험관, 농식품허브물류센터, 평화예술의 전당, 송도컨벤시아, 서울대병원 지하복합진료공간, 국립디지털도서관, 분당잡월드, 노량진수산물시장 현대화, 첨단치료개발센터 등 문화·전시·의료·물류 관련 다양한 시설을 정부 재정 지원으로 속속 설치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각 지역별 편차 극심…정책적·경제적 타당성 검증 맞나=지역을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사업을 제외한 247조1598억원의 예타 사업비를 17개 지자체로 분류하면, 광주·전남은 각각 14위(2.99%, 7조3941억원)와 4위(7.65%, 18조6820억원)였다.

전남은 김대중 정부에서 18개 사업(9조8619조)의 예타 통과가 순위를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광주는 오히려 김대중 정부에서 1건(3586억원)에 그쳤다가 노무현 정부에서 6건(2조5916억원)으로 최고치를 보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2009~2017) 기간 광주·전남은 10건(3조1587억원), 13건(1조2822억원)만이 겨우 예타를 넘어서면서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영남권은 이명박 정부 68건(18조10009억원), 노무현 정부 37건(14조8076억원), 문재인 정부 21건(11조1768억원)김대중 정부 18건(11조1639억원), 박근혜 정부 31건(10조3687억원) 등 모든 정부에서 고른 지원을 받았다.

충청권은 노무현 정부 23건(13조1684억원), 문재인 정부 15건(9조416억원)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이명박 정부 15건(6조2949억원), 김대중 정부 7건(3조2292억원), 박근혜 정부 14건(2조9575억원) 등의 순을 보였다.

강원·제주권은 박근혜 정부(7건 8조517억원), 이명박 정부(5건 6조868억원), 김대중 정부(9건 5조8131억원) 등에서 비교적 높은 예산을 지원받았고, 문재인 정부(6건 3조2440억원), 노무현 정부 (6건 9293억원) 등에서는 낮은 비중을 나타냈다.

◇기타 사업 33조1633억원도 연구개발 인프라 있는 충청권·수도권으로 분배 추정=지역을 구분하기 어려운 연구개발사업이나 정부부처사업 83건 33조1633억원도 결국 연구개발 인프라를 갖춘 충청권·수도권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타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 58건(25조1232억원)으로 76.76%를 차지한다. 글로벌 엑셀 사업(4조1738억원), 글로벌 프런티어(1조1910억원), 범부처 기가 코리아사업(5501억원), 나노융합 2020(5131억원), 환경산업 선진화 기술개발사업(5650억원), 연구중심병원사업(624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 관련 출연연구소는 전국적으로 19개의 본원과 분원 및 부설까지 모두 81곳에서 운영중이며, 이 가운데 광주에는 세계김치연구소 등 6개의 분원 및 부설 기관이 있고, 전남에는 고흥군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 관련 본원은 단 한 곳도 없다. 국가 연구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본원과 대형연구시설은 대부분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은 “각 정부에서 지역별 격차가 극심하게 나는 것은 예타가 재정적·정책적 검증보다 정치적인 이해타산에 의해 작동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격차가 큰 만큼 이 상태에서 균등한 재정 지원은 격차를 더 극심하게 할 뿐”이라며 “낙후도를 감안한 국가 재정의 차등 지원, 인구소멸지역에 대한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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