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팝·K가곡으로…부활의 노래
한국 가곡탄생 100주년 <하> 다시 주목 받는 한국가곡
길병민·이해원 김민성·박혜상 등
젊은 성악가들 새 장르 대중 소통
최근 TV 출연·앨범 출시도 잇따라
‘눈’ 작곡가 김효근 대중화 주도
2020년 11월 20일(금) 00:00
소프라노 박혜상
1920년 한국 최초의 가곡 ‘봉선화’를 시작으로 ‘진달래꽃’, ‘그네’, ‘청산에 살리라’, ‘강 건너 봄이 오듯’, ‘저 구름 흘러가는 곳’, ‘가고파’ 등이 불려지며 가곡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노래의 유행과 향유방식이 바뀌면서 1980년대부터는 대중가요가 유행했고, 지금은 K-POP이 주류가 되면서 가곡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작곡가 김효근
최근 TV와 음악앨범 등에 한국가곡이 다시 등장하면서 한국가곡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듯하다. ‘내 영혼 바람되어’를 만든 작곡가 김효근은 ‘아트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곡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길병민, 이해원 등 젊은 성악가들이 윤학준의 ‘마중’을 비롯해 이원주의 ‘연’, 최진의 ‘시간에 기대어’ 등을 부르며 가곡의 대중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7월 종영한 인기 프로그램 ‘팬텀싱어3’ 참가자인 소코는 ‘첫사랑’을 불렀고, 정민성·김바울·존노·고영열로 구성된 팀은 윤동주 시 창작 가곡인 ‘무서운 시간’을 선곡해 감동을 선사했다. 뮤지컬 배우 임태경도 ‘로또싱어’에서 ‘첫사랑’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김효근 작곡가의 앨범 ‘내 영혼 바람되어’(위)와 길병민 신작 앨범 ‘꽃 때’
뮤지컬 배우 박은태가 부른 ‘내 영혼 바람되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20만을 넘겼다.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겨진 이에게 독백하는 형식으로 된 영시를 우리 말로 풀어 곡을 붙인 노래로 2008년 세상에 나온 후 많은 이의 상실과 슬픔을 달래왔다. 작곡자는 김효근씨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유학했고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이다.

그는 히트작 ‘내 영혼 바람되어’를 포함해 2010년부터 앨범 6장을 냈다. ‘눈’, ‘첫사랑’.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등도 인기 작품이다. 수수하고 음악적인 선율이 시어를 살려내는 노래들이고, 대중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아트 팝’이라는 장르 이름을 붙였다. 혼자 터득해 만든 그의 노래 선율은 대중적이고 악기 반주는 소박하며 화성은 전통과 현대성을 넘나든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팬텀싱어3’를 통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바리톤 길병민은 지난 10월 첫 앨범 ‘꽃 때(A Time to Blossom)’를 발매했다.

‘K팝도 있고 K드라마도 있는데 왜 K가곡은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이 앨범을 기획했다는 그는 ‘꽃 때’를 통해 한국가곡의 전형을 깼다.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음악계 트렌드를 담아낸 K가곡을 선보인 것. 이번 앨범에 담긴 9곡의 신작 가곡 중 타이틀곡인 ‘꽃 때’는 작곡가 노영심이 곡을 만들고 시인 이병률이 노랫말을 썼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프로듀싱과 반주를 맡았다.

지난 5월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회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은 소프라노 박혜상은 최근 ‘아이 엠 헤라(I AM HERA)’를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헨델, 모차르트, 푸치니 등의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 와 함께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 등 한국 가곡 2곡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DG 앨범에 한국 곡이 담긴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씨는 앨범을 발매하면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한국 가곡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밝혔으며, “도이치 그라모폰(DG)에게 한국 가곡이 낯선 노래지만, 그 경계를 허물어 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겨 한국 가곡을 레퍼토리로 정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DG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두 번째 한국인이다.

바리톤 김민성
조현정 시인의 시도 아름다운 가곡으로 변신했다.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바리톤 김민성은 지난 20일 자신의 첫 아트팝 앨범 ‘후애’를 발표했다. 조현정 시인의 노랫말에 박대웅 작곡가가 곡을 붙인 이번 곡 ‘후애’의 가사 원제는 ‘사월의 눈’이다.

‘깊이 사랑함’이라는 뜻을 가진 ‘후애’는 가곡에 발라드 선율과 팝적인 요소를 가미해 편안하게 들리는 곡이다. 오페라·뮤지컬 배우, 음악감독 등으로도 활약 중인 바리톤 김민성의 깊은 울림과 더불어 “꽃잎 위에 저문 별들 하얗게 하얗게 내려앉네/지금은 그저 아름다워도 좋을 시간”이라는 노랫말이 마음을 움직인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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