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 ’ 시리즈 양정무 교수 “예술은 늘 위기 속 희망 이야기하며 꽃 피웠죠”
[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연 - ‘전염병이 세계 미술에 미친 영향’]
흑사병 때 신에게 바친 제대화·도시재생 프로젝트 통해 르네상스 맞아
뭉크, 스페인 독감 극복 의지 예술로 승화…전염병, 다다이즘 탄생에 영향
2020년 10월 29일(목) 07:00
양정무 교수
‘미술, 팬데믹 시대를 위로하다.’

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난 27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아카데미에서 과거 창궐했던 전염병이 세계 미술에 미친 영향에 대해 강의했다.

이날 양 교수는 흑사병과 스페인독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어떻게 예술을 발전시켜왔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양 교수는 랜선여행, 온라인 미술관 투어 등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다양한 변화를 말했다. 이어 “과거 창궐했던 수많은 전염병 팬데믹 속에서도 인류는 예술을 꽃피웠다”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양 교수는 인류 최악의 전염병인 흑사병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중세 유럽인들은 인간의 비도덕함이 신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흑사병이 발병했다고 생각했다”며 “흑사병을 하늘의 신이 퍼붓는 화살로 여겼다”고 말했다.

흑사병의 공포에 휩싸였던 이들은 기적과 구원을 바라며 종교, 특히 ‘제대화’에 매달렸다. 제대화란 미사를 거행하는 제대 위에 올려놓는 그림을 뜻한다. 양 교수는 그중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성당에 있는 ‘스트로치 제대화’를 소개했다.

양 교수는 “흑사병 직후 그려진 ‘스트로치 제대화’는 100여년 정도 쇠퇴한 미술 양식을 보여줬다”며 “표정 없는 인물, 입체감의 실종을 비롯해 그림을 의뢰한 ‘의뢰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중세 이탈리아가 흑사병 창궐 당시 계획한 특별한 미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당시 피렌체에서는 전염병 극복을 위한 공공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흑사병이 어느정도 끝났으니 도시를 다시 꾸미기 위해 기획된 것이죠. 특히 길드들이 오르산미켈레 성당 외부에 자신들의 14개의 수호사를 조각해 붙였고, 고대 로마때부터 잊혀졌던 조각상들을 다시 소환하기 시작했어요. 이러한 도시재생프로젝트를 통해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거죠.”

27일 오후 광주 서구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8기 리더스아카데미에서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양 교수는 또 1918년 창궐한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도 다뤘다. 스페인 독감은 1920년까지 전 세계에 최소 약 5000만 명에서 최대 약 1억 명의 사망자를 낸 참혹한 팬데믹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인 천재 화가들도 스페인 독감을 피하지 못했다”며 “왜곡된 신체의 기괴한 묘사로 유명한 에곤 실레, ‘키스’로 널리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절규’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가 바로 안타까운 주인공들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염병의 영향으로 변한 뭉크의 그림에 관해 설명했다.

“결핵, 기관지염, 우울증, 관절염 등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던 뭉크는 스페인 독감을 이겨냈어요. 죽음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각오가 바로 뭉크의 동력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전염병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는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흑사병이 르네상스에, 스페인 독감이 다다이즘 탄생에 영향을 끼친 것처럼 코로나19는 예술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양 교수는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작가 뱅크시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설명을 끝으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가 영국의 한 병원에 몰래 두고 간 그림 ‘영웅’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을 영웅으로 표현해 화제가 됐어요. 또 호크니는 수선화를 그린 작품을 공개해 ‘봄은 꼭 온다’는 의미를 전하기도 했죠.”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양 교수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어쩌다 어른’, ‘차이나는 클라스’,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 방송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인문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미술사를 강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 ‘그림값의 비밀’ 등이 있다.

한편, 광주일보 제8기 리더스 아카데미 다음 강의는 세무특강으로 오는 11월 3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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