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법의학자 “유한한 삶 받아들이고 계획적으로 살아야 건강”
[광주일보 8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연-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생각한다’]
20여년간 2천여건 부검…법 적용에 필요한 의학지식 제공하는 응용 학문
노화 어떻게 겪을지 고민…흡연·과식 피하는 등 적극적 건강관리 해야
20여년간 2천여건 부검…법 적용에 필요한 의학지식 제공하는 응용 학문
노화 어떻게 겪을지 고민…흡연·과식 피하는 등 적극적 건강관리 해야
![]() 유성호 법의학자 |
‘죽은 자가 산자를 가르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해 다양한 사건에 얽힌 의문을 밝혀온 법의학자 서울대학교 유성호 교수가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8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했다. 유 교수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의 저자이며 TV 프로그램 tvN ‘어쩌다 어른’,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법의학자가 생각하는 죽음과 삶을 이야기했다.
자신을 ‘죽은 자에게서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라고 소개한 그는 촉탁법의관을 겸임하고 있으며, 20년간 약 2000여건의 부검을 진행했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4학년 졸업반 때 스승이신 이윤성, 이정민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법의학에 매료됐다”며 “그 당시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에 법의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법의학자를 셜록홈즈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 ‘싸인’, ‘검법남녀’ 등에 등장하는 법의학자들은 시신에서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으로 나와요. 하지만 실제로 사건 해결 보다는 경찰, 검찰 등이 의뢰한 시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자문을 하는 사람입니다.”
유 교수는 “생후 27개월 여자아이가 혼수상태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었다”며 “아이의 엄마는 딸이 식용유를 밟고 넘어졌다고 주장하며 의식이 없는 아이를 데리고 장례식장에 가 화장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화장했기 때문에 부검을 할 수 없었지만 병원 자료를 보니 사망 원인이 머리에서 발생한 출혈을 일컫는 경막하출혈이었어요. 경막하출혈은 키 1m 이하 어린이들이 넘어져서는 발생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왼쪽 뇌에서 출혈흔 2개나 발견됐고 이 사건을 방송에서도 다뤘어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결국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했고, 법원에서는 뇌출혈이 발생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유기치사 등의 법률을 적용해 친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유 교수는 순천에서 부패한 채 발견된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유병언을 처음 부검한 건 순천에 있는 병원 의사선생님이었어요. 노숙자가 아니라 유병언이었다는 걸 시간이 한 참 지난 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된 거예요. 아직도 유병언의 죽음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병언은 숨졌습니다. 시신 자체가 엄청나게 부패했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밝히지는 못했죠.”
유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40만 명(2018년 기준)인데 1년에 30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며 이중 살인 등 타살은 400명이 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한 법의학자를 제외하면 현재 활동하는 법의학자는 40여 명 정도인데 이들은 1년에 7000~8000건, 한 사람 당 150~200건 정도 부검을 한다고 말했다. 살인 이외에도 갑작스런 죽음,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 의료사고 등을 다룬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의학이란 법과 의학, 법률 적용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연구하는 응용 학문이라며, 이밖에도 치아를 이용한 법치의학, 뼈를 연구하는 법의인류학, 곤충을 이용하는 법의곤충학 등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유 교수는 특히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파리인데 법의곤충학에서는 이를 연구, 부패한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망원인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국가적 측면에서는 국민의 사망 이유가 ‘자살’이라면 국가는 자살예방을 위해 세금을 써야 해요. 또 국민 사망원인 1위가 폐암인데 세금을 폐암을 유발하는 금연 등에 써야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살펴보고 유전력, 가족력을 따져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예를들면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를 일찍 발견하고 유방암 발병을 막기 위해 유방절제술을 했죠.”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더 깊이 죽음을 숙고하고, 준비함으로써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흡연 등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과 이별해야해요. 나이가 들어가면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꾸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하죠. 운동을 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노화에 관한 지식을 쌓고 유한한 삶을 인정하며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을 세워야 사는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요.”
한편,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10월8일 진행된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고향 함평에 지은 호접몽가에서 특강한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해 다양한 사건에 얽힌 의문을 밝혀온 법의학자 서울대학교 유성호 교수가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8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강연했다. 유 교수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의 저자이며 TV 프로그램 tvN ‘어쩌다 어른’,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자신을 ‘죽은 자에게서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라고 소개한 그는 촉탁법의관을 겸임하고 있으며, 20년간 약 2000여건의 부검을 진행했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 4학년 졸업반 때 스승이신 이윤성, 이정민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법의학에 매료됐다”며 “그 당시 ‘누군가가 이 일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에 법의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생후 27개월 여자아이가 혼수상태로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었다”며 “아이의 엄마는 딸이 식용유를 밟고 넘어졌다고 주장하며 의식이 없는 아이를 데리고 장례식장에 가 화장을 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화장했기 때문에 부검을 할 수 없었지만 병원 자료를 보니 사망 원인이 머리에서 발생한 출혈을 일컫는 경막하출혈이었어요. 경막하출혈은 키 1m 이하 어린이들이 넘어져서는 발생하기 어려워요. 게다가 왼쪽 뇌에서 출혈흔 2개나 발견됐고 이 사건을 방송에서도 다뤘어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결국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했고, 법원에서는 뇌출혈이 발생한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유기치사 등의 법률을 적용해 친모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습니다.”
![]() 유성호 교수가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8기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
“유병언을 처음 부검한 건 순천에 있는 병원 의사선생님이었어요. 노숙자가 아니라 유병언이었다는 걸 시간이 한 참 지난 뒤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알게 된 거예요. 아직도 유병언의 죽음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병언은 숨졌습니다. 시신 자체가 엄청나게 부패했기 때문에 사망원인을 밝히지는 못했죠.”
유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40만 명(2018년 기준)인데 1년에 30만 명 정도가 사망한다며 이중 살인 등 타살은 400명이 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퇴한 법의학자를 제외하면 현재 활동하는 법의학자는 40여 명 정도인데 이들은 1년에 7000~8000건, 한 사람 당 150~200건 정도 부검을 한다고 말했다. 살인 이외에도 갑작스런 죽음,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 의료사고 등을 다룬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의학이란 법과 의학, 법률 적용에 필요한 의학적 지식을 제공하고 연구하는 응용 학문이라며, 이밖에도 치아를 이용한 법치의학, 뼈를 연구하는 법의인류학, 곤충을 이용하는 법의곤충학 등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유 교수는 특히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파리인데 법의곤충학에서는 이를 연구, 부패한 시신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망원인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국가적 측면에서는 국민의 사망 이유가 ‘자살’이라면 국가는 자살예방을 위해 세금을 써야 해요. 또 국민 사망원인 1위가 폐암인데 세금을 폐암을 유발하는 금연 등에 써야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살펴보고 유전력, 가족력을 따져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예를들면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 유전자를 일찍 발견하고 유방암 발병을 막기 위해 유방절제술을 했죠.”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더 깊이 죽음을 숙고하고, 준비함으로써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노화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흡연 등 과거에 좋아했던 것들과 이별해야해요. 나이가 들어가면 일상생활의 습관을 바꾸고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하죠. 운동을 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노화에 관한 지식을 쌓고 유한한 삶을 인정하며 남은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을 세워야 사는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요.”
한편,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오는 10월8일 진행된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고향 함평에 지은 호접몽가에서 특강한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