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에겐 향수...2030엔 스페샬
커피 보온병·주류·헤어·CF·예능…복고의 재등장
전 세대 호응에 음식점·카페·유통·가전업계도 가세
불황에 뜨는 복고, ‘NEW’ 더해져 경제성장 기대감
전 세대 호응에 음식점·카페·유통·가전업계도 가세
불황에 뜨는 복고, ‘NEW’ 더해져 경제성장 기대감
![]() ▲ 놀면 뭐하니 린다G 뿌까머리 (홈피캡처) 진로이즈백, 곰표팝콘, 맥심 보온병 오비맥주. |
#지난 6월 지역 인터넷카페에서는 때 아닌 보온병 붐이 일었다. “맥심 레트로 노랑을 구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OO에 재고 있네요” 동서식품이 80~90년대 감성을 담은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을 한정 판매하면서 추억의 보온병을 구했다는 이들과, 실시간 판매하는 곳의 사진을 올려주며 정보를 제공하는 글들이 카페 게시판을 도배했다. 한정판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솔드아웃’ 됐다.
#얼마전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 느닷없는 과자 사기 경쟁이 붙었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일정금액 이상의 과자를 사면 선착순으로 레트로 감성 휴대폰 거치대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옛날 TV 모양의 휴대폰 거치대 획득에 성공한 이들은 지역카페나 SNS 등에 인증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기 바빴다.
#최근 TV방송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CF가 있었다. 모바일 MMORPG(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바람의 나라:연’이다. 20년만에 재등장한 ‘바람의 나라’는 ‘그리웠던 그 순간, 다시 느껴보기 바람’이라는 슬로건으로 40~50대 사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10~20대에게는 독특한 재미로 레트로 감성까지 저격하며 복귀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고를 재해석한 ‘뉴트로’확산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 뉴트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레트로를 넘어 복고를 새롭게 해석해서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40~50대에게 레트로(복고)는 추억이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10~20대들에게 뉴트로는 ‘새롭게 재미있는 경험’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뉴트로 바람은 2020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뉴트로 콘텐츠가 심리적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계에서는 통바지와 롱치마 등 하이틴 패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데 이어 90년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곱창 밴드나 집게 핀, 컬러 실핀, 비즈 액세서리도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헤어스타일 역시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이 재등장하고 있다. 최근 ‘싹쓰리’의 린다G(이효리)가 선택했던 ‘뿌까(양갈래 업)’ 헤어스타일이나 하이 포니테일, 머리카락의 일부분만 염색해 포인트를 준 블리치(일명 브릿지) 염색도 재등장했다.
광주 봉선동의 한 헤어디자이너는 “컬과 볼륨이 살아있는 히피펌과 나이아가라 고데기, 80~90년대 유행했던 칼단발과 레이어드컷을 희망하거나 남성들의 경우 일명 ‘김병지컷’이라 불리는 울프컷을 많이 한다”며 “일부분만 밝게 염색하는 하이라이트, 블리치 염색 고객도 늘었다”고 전했다.
음식점이나 카페들의 복고 감성 공간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뉴트로 감성을 담은 카페나 수제맥주집이 생겨나고 분위기나 상호명에서도 뉴트로 느낌을 찾을 수 있다. 광주 동명동 카페거리의 돈까스 전문점 ‘동명관’이나 다이닝바 ‘지리산상점’, 용봉동 주택을 개조한 디저트 카페 ‘일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목포의 뉴트로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카페 ‘유달유업’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도 뉴트로 마케팅 동참
유통업체나 식음료, 가전업계 등 기업들의 뉴트로 마케팅 동참도 눈에 띈다. 이들의 뉴트로 소환 동참은 전 세대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 활용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은 지난 4월 1980~90년대의 빈티지 감성을 담은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을 한정 판매했다. 일명 ‘마호병’으로 불리며 90년대 맥심 커피의 판촉물로 높은 인기를 끈 빨간색 보온병과 커다란 맥심 로고가 인상적인 머그컵 등 스페셜 굿즈(Goods)를 포함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젊은세대를 겨냥했지만 오히려 맥심 보온병을 기억하는 30~40대 사이에서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진로이즈백’은 하이트 진로가 꺼내든 무기다. 1924년 출시됐던 소주의 원조 ‘진로’의 파란색 병과 라벨, 은색 트위스트 캡을 복원하고 두꺼비 로고도 그려넣었다. 506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2030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긴 ‘진로이즈백’은 판매 출시 13개월만에 3억 병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1952년 탄생했던 대표 맥주 브랜드 ‘OB’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OB라거’ 뉴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1980년 탄생한 친숙한 곰 캐릭터와 복고풍 글씨체로 디자인하고 대형마트에서는 ‘오비-라거 뉴트로 전용잔이 돌아왔습니다’ 문구를 더해 패키지로 판매됐다.
이외에도 1987년 등장했던 델몬트 쥬스 유리병이 지난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등장했으며, 동아오츠카는 40년 전 사용됐던 타이포그래피와 오렌지 심볼을 그대로 활용한 ‘오란씨’ 리뉴얼 패키지를 출시했다.
전자업계에서도 뉴트로 감성은 이어진다. LG전자는 최근 이어지는 뉴트로 흐름을 마케팅에 도입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로고를 재해석한 뉴트로 컨셉트의 에코백과 유리컵 등의 브랜드 굿즈를 제작하고 8월초부터 가장 오래된 ‘골드스타’ 전자레인지를 보유한 고객에게 자사 주방가전 3총사로 교체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유튜브를 통해 ‘뉴레트로:별세계 갬성’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1975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순간수상방식 TV ‘이코노TV’를 알리는 ‘혼코노는 아는데 이코노는 무엇인고’, 1994년 출시했던 휴대폰 ‘애니콜’에 담긴 추억 ‘오래된 핸드폰을 고집하는 한 사람의 특별한 이유’ 각각 조회수 230만을 넘겼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트로 열풍 어디까지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와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의 경계는 모호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연령에 걸쳐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지난 초여름 집 근처에 생긴 정미소를 연상케하는 맥주집을 찾아가고 ‘곰표’가 그려진 팝콘과자와 맥주를 즐겨먹었다는 A씨는 “나의 20대를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들으며 ‘OB 라거’ 곰이 그려진 잔에 맥주를 마시니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맛은 조금 달라졌을지 몰라도 추억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왠지 위로받는 듯 하다”고 말했다.
뉴트로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시장을 극복하고자 유통업계가 추억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는데다, 고객들 역시 심리적으로 릴렉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복고와 경제불황의 상관관계도 무시못한다. 경제학 현상을 들여다보면 복고는 경제 불황이 깊어질수록 찾아온다. 코로나19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복고가 이어지는 현상은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번엔 ‘뉴(New)’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소비의 주축인 2030 세대가 뉴트로에 관심을 갖는데다,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다가 다채롭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팔세대’들의 추억 감성을 자극하는 ‘뉴트로’ 트렌드가 경제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최근 TV방송을 통해 화제가 되고 있는 CF가 있었다. 모바일 MMORPG(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바람의 나라:연’이다. 20년만에 재등장한 ‘바람의 나라’는 ‘그리웠던 그 순간, 다시 느껴보기 바람’이라는 슬로건으로 40~50대 사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10~20대에게는 독특한 재미로 레트로 감성까지 저격하며 복귀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 ‘뉴트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인 뉴트로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레트로를 넘어 복고를 새롭게 해석해서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40~50대에게 레트로(복고)는 추억이지만 자신만의 개성과 신선함을 추구하는 10~20대들에게 뉴트로는 ‘새롭게 재미있는 경험’으로 인식된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뉴트로 바람은 2020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뉴트로 콘텐츠가 심리적 위안과 즐거움을 주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계에서는 통바지와 롱치마 등 하이틴 패션 바람이 불기 시작한 데 이어 90년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곱창 밴드나 집게 핀, 컬러 실핀, 비즈 액세서리도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헤어스타일 역시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여성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이 재등장하고 있다. 최근 ‘싹쓰리’의 린다G(이효리)가 선택했던 ‘뿌까(양갈래 업)’ 헤어스타일이나 하이 포니테일, 머리카락의 일부분만 염색해 포인트를 준 블리치(일명 브릿지) 염색도 재등장했다.
광주 봉선동의 한 헤어디자이너는 “컬과 볼륨이 살아있는 히피펌과 나이아가라 고데기, 80~90년대 유행했던 칼단발과 레이어드컷을 희망하거나 남성들의 경우 일명 ‘김병지컷’이라 불리는 울프컷을 많이 한다”며 “일부분만 밝게 염색하는 하이라이트, 블리치 염색 고객도 늘었다”고 전했다.
음식점이나 카페들의 복고 감성 공간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뉴트로 감성을 담은 카페나 수제맥주집이 생겨나고 분위기나 상호명에서도 뉴트로 느낌을 찾을 수 있다. 광주 동명동 카페거리의 돈까스 전문점 ‘동명관’이나 다이닝바 ‘지리산상점’, 용봉동 주택을 개조한 디저트 카페 ‘일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목포의 뉴트로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카페 ‘유달유업’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삼성전자 ‘뉴레트로:별세계 갬성’ 유튜브 캡처. |
유통업체나 식음료, 가전업계 등 기업들의 뉴트로 마케팅 동참도 눈에 띈다. 이들의 뉴트로 소환 동참은 전 세대의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 활용에 가장 크게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커피전문기업 동서식품은 지난 4월 1980~90년대의 빈티지 감성을 담은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을 한정 판매했다. 일명 ‘마호병’으로 불리며 90년대 맥심 커피의 판촉물로 높은 인기를 끈 빨간색 보온병과 커다란 맥심 로고가 인상적인 머그컵 등 스페셜 굿즈(Goods)를 포함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젊은세대를 겨냥했지만 오히려 맥심 보온병을 기억하는 30~40대 사이에서 더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진로이즈백’은 하이트 진로가 꺼내든 무기다. 1924년 출시됐던 소주의 원조 ‘진로’의 파란색 병과 라벨, 은색 트위스트 캡을 복원하고 두꺼비 로고도 그려넣었다. 506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고 2030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안긴 ‘진로이즈백’은 판매 출시 13개월만에 3억 병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1952년 탄생했던 대표 맥주 브랜드 ‘OB’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OB라거’ 뉴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1980년 탄생한 친숙한 곰 캐릭터와 복고풍 글씨체로 디자인하고 대형마트에서는 ‘오비-라거 뉴트로 전용잔이 돌아왔습니다’ 문구를 더해 패키지로 판매됐다.
이외에도 1987년 등장했던 델몬트 쥬스 유리병이 지난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재등장했으며, 동아오츠카는 40년 전 사용됐던 타이포그래피와 오렌지 심볼을 그대로 활용한 ‘오란씨’ 리뉴얼 패키지를 출시했다.
전자업계에서도 뉴트로 감성은 이어진다. LG전자는 최근 이어지는 뉴트로 흐름을 마케팅에 도입했다.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로고를 재해석한 뉴트로 컨셉트의 에코백과 유리컵 등의 브랜드 굿즈를 제작하고 8월초부터 가장 오래된 ‘골드스타’ 전자레인지를 보유한 고객에게 자사 주방가전 3총사로 교체해 주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유튜브를 통해 ‘뉴레트로:별세계 갬성’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1975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순간수상방식 TV ‘이코노TV’를 알리는 ‘혼코노는 아는데 이코노는 무엇인고’, 1994년 출시했던 휴대폰 ‘애니콜’에 담긴 추억 ‘오래된 핸드폰을 고집하는 한 사람의 특별한 이유’ 각각 조회수 230만을 넘겼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뉴트로 열풍 어디까지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와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의 경계는 모호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연령에 걸쳐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지난 초여름 집 근처에 생긴 정미소를 연상케하는 맥주집을 찾아가고 ‘곰표’가 그려진 팝콘과자와 맥주를 즐겨먹었다는 A씨는 “나의 20대를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들으며 ‘OB 라거’ 곰이 그려진 잔에 맥주를 마시니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맛은 조금 달라졌을지 몰라도 추억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왠지 위로받는 듯 하다”고 말했다.
뉴트로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얼어붙은 시장을 극복하고자 유통업계가 추억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는데다, 고객들 역시 심리적으로 릴렉스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복고와 경제불황의 상관관계도 무시못한다. 경제학 현상을 들여다보면 복고는 경제 불황이 깊어질수록 찾아온다. 코로나19로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복고가 이어지는 현상은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이번엔 ‘뉴(New)’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소비의 주축인 2030 세대가 뉴트로에 관심을 갖는데다,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다가 다채롭게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팔세대’들의 추억 감성을 자극하는 ‘뉴트로’ 트렌드가 경제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