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작은나라’…주민 참여가 답이다
아파트 민주주의
남기업 지음
2020년 07월 10일(금) 00:00
얼마 전 아파트 주민의 ‘갑질’로 경비원이 사망에 이르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잊을 만 하면 벌어지는 관리비 부정부패,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생활적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연간 관리비 총액은 15조에 달한다고 한다. 엄청난 양의 용처를 아파트 동대표들이 정하는 체제다. 엄청난 액수에 비해 제대로 감사는 이루어지지 않는 구조다. 감사 대상이 감사인을 선정하는 구조 탓에 아파트 관리비를 ‘눈먼 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더러 공사에서 뒷돈 챙길 욕심이 있거나 ‘회장님’ 또는 ‘대표님’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사람들, 정기회의 때 지급되는 회의비 등을 생각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 입주자회장 경험을 바탕으로 아파트 생활적폐 청산과 아울러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발간됐다.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이자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등의 저자인 남기업 막사가 펴낸 ‘아파트 민주주의’가 그것. 책은 지난 2015년 중순부터 시작된 회장 임기 초부터 실제 겪은 일이 모티브가 됐다.

저자는 “삶의 계획표에 아파트 회장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한다. 관리사무소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지인의 강권으로 동대표에 출마했고, 이후 회장 선거까지 나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됐던 것이다.

책에는 아파트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비리와 이를 풀어내기 위한 지난한 과정, 모함과 질시를 극복해나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7월부터 30회 기고를 목표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하면서다. “싸우는 이야기여서인지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웠다”는 말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자회의 문제는 간단하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생활하기도 바쁜데 관심을 가졌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차라리 관리비를 조금 내고 말지, 하는 무관심이 주민들 다수의 태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면에는 관리비를 ‘눈먼 돈’으로 생각하거나 감투 쓰기 좋아하는 이들의 행태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드리워져 있다.

“아파트 비리가 드러나면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동대표들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핏대를 올리지만, 냉정하게 말해 문제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무능한 국회의원을 선출해놓고, 아니 국회의원 선거날에 여행이나 가면서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고 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자는 아파트는 ‘작은 나라’라고 규정한다. 대표를 선출하고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 수리비, 장터 운영자 선정 등을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입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뒷돈 챙기기와 권력 휘두르기가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무관심을 일깨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두 방안을 제시한다.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이 그것. 본질적 수단은 제도개혁이며, 의식개혁의 최종 목표는 제도개혁으로 수렴대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2018년 현재 50.1%)이 거주하는 곳이 아파트인 이상 이제 ‘마을’하면 ‘아파트’를 떠올려야 한다. 민주주의를 꽃피울 곳, 자치가 실현되고 체험되어야 할 최소 공간 단위가 ‘아파트’라는 것이다. ‘아파트’ 민주주의의 성공이 ‘국가’ 민주주의의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상북스·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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