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문제, 문학은 무시하지 않는다
2020년 07월 07일(화) 00:00
[조서희 광주대 문예창작학과 2학년]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위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 ‘음복’은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의 대상 작품이다. ‘젊은 작가상’은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2010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다. 젊은 작가상이라는 이름과 같이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기 때문에 등단 10년 이내 작가들의 작품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대상작인 ‘음복’은 강화길이라는 작가가 ‘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결혼 후 첫 제사를 지내러 시가에 간 것으로 시작된다. 신혼부부가 제사를 지낸다는 평범해 보이는 이 줄거리는 사실 우리나라에 뿌리 깊게 박힌 젠더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시할아버지’, 치매가 걸린 ‘시할머니’, 그 둘의 자식인 ‘고모’와 ‘시아버지’, 그리고 주인공과 ‘남편’. 삼대에 걸쳐진 인물관계도는 여성 혐오가 어떻게 가족 내에서 전해 내려왔는지 보여 준다. 단순히 장남이라서 받은 혜택과 애정을 받고 자라지 못한 여성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것이다.

이는 ‘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에 수록된 이수형 문학평론가의 서평에서도 알 수 있다. 이수형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의 장점을 “삼대에 걸친 가족 내부에 겹겹이 쌓인 젠더 문제를 단편 분량 안에서 교묘하게 짚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강화길 작가가 젠더 문제를 소설 속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시킨 건 ‘음복’이 처음이 아니다. 강화길 작가의 또 다른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호수: 다른 사람’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데이트 폭력의 실상을 은밀하게 그러나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젠더 문제는 한 작가만의 특성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젠더 문제는 현재 문학이 가져가고 있는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이는 100만 부를 판매해 영화로도 제작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에 전한 파급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소설뿐만이 아니다. 2019 제37회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 또한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여성 혐오적 폭력을 낱낱이 고발한 시집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인은 시집을 “일상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출판사 ‘민음사’에서 나오는 격월간 문학 잡지인 ‘릿터(Littor)’ 또한 ‘커버스토리: 여성·서사’라는 주제로 2018년 8월 출간했다.

문학은 언제나 사회를 고발해 왔다. 60년대에는 6·25 전쟁이 쓸고 간 대한민국의 참담함을, 80년대에는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한 민주주의와 독재 정권에 대한 작품을 발표했다. 더 이상 젠더 문제는 인터넷에서만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국민이 말하고 여성이 말하며 대통령까지 말하는 주제가 됐다.

작가에게 주어진 발언권은 오로지 작품뿐이다. 젠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젠더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은 끝없이 나올 것이다. 독자로서 우리는 이러한 작품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작가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지원 또한 늘려야 한다. 책은 우리가 또 다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시사적인 작품들이 세상으로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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