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인류의 눈’…발사 30년 맞은 ‘허블’
<허블우주망원경>
천체와 지구의 거리 정확히 측정…137억 살 우주 나이도 밝혀내
블랙홀 존재 규명, 혜성·목성 충돌 장면 포착 등 업적 남기기도
국립과천과학관, 천체 사진 전시·강연·관측회 등 기념행사 개최
2020년 05월 27일(수) 00:00
‘창조의 기둥’. 독수리 성운 성간가스·성간먼지 덩어리로, 허블이 촬영한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눈’ 허블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하 허블)이 올해로 발사 30주년을 맞았다.

허블은 천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허블은 먼 천체와 지구 간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냈고, 이는 우주의 팽창 속도를 의미하는 ‘허블상수’의 측정값 오차 범위를 크게 줄였다. 이를 통해 우주의 나이가 현재 약 137억 살임을 밝혀낼 수 있었다.

미국 천문학자 솔 펄머터 등은 허블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초신성을 관측, 우주의 팽창이 중력에 의해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블랙홀 존재 규명, 1994년 혜성과 목성 충돌 장면 포착, 감마선 폭발 관측, 태양계 밖 행성 존재 확인 등 다양한 업적의 중심에 있었다.

허블은 지난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발사된 인공위성이다. 길이 13.2m, 폭 4.2m에 무게 1만 1100kg으로, 렌즈 지름이 2.4m에 달한다. 지구 상공 559㎞ 궤도에서 96분에 한 바퀴씩 지구 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름은 ‘외부 은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우주 팽창설’을 제시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의 이름을 땄다.

1990년 궤도에 진입해 우주를 관측하고 있는 허블 우주 망원경. 5차례 수리를 거듭한 허블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건재하다. <NASA 제공>
현재 작동 중인 허블 주 장비는 탐사용 고성능카메라(ACS), 우주기원분광카메라 (COS), 우주망원경 영상분광카메라(STIS), 광시야카메라(WFC3) 등이다. WFC3가 수명이 다 되면 동면 중인 근적외선 카메라 및 다중천체 분광카메라(NICMOS)가 작동할 계획이다.

또 허블은 지구의 대기권의 방해를 크게 받지 않는 궤도에 있으며, 지상 망원경보다 주변 빛의 영향을 덜 받아 해상도가 매우 높은 영상을 보여준다.

허블은 발사되기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1970년대부터 투자를 받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뒤 1979년에 발사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부족과 1986년 미국 챌린저 우주왕복선 폭발로 대원 7명이 목숨을 잃은 ‘챌린저 참사’가 터지며 계속 미뤄졌다.

허블은 1990년이 돼서야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 해 5월 교신을 시작하자, 이번엔 렌즈 결함이 발견됐다. 주 반사거울이 잘못 만들어져 초점을 잘 맞추지 못했고, 자연히 영상 또한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해상도로 찍혔다. 이 문제로 허블을 이용하는 거의 모든 관측 계획이 물거품이 됐고, 한 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1993년 우주 비행사들을 파견해 교정 장치를 추가한 뒤에야 제 성능을 냈다.

이후로도 허블은 우주왕복선을 보내 총 5차례 수리·업그레이드를 거듭했고, 지금도 자외선·가시광선 영역을 관찰하는 유일한 우주망원경으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국적·학회 제한 없이 누구나 관찰을 신청할 수 있으며, 허블로 촬영한 사진은 저작권이 없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해 많은 과학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NASA는 오는 2021년 3월 허블 후계자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을 발사할 계획이다. 88억달러(약 9조5000억원)을 들여 제작 중인 망원경으로, 지표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를 돌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허블 발사 30주년을 맞는 행사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NASA는 홈페이지에서 자기 생일에 허블이 무엇을 촬영했는지 보여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천체사진 전시·강연·관측회 등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허블 주요 천체사진 등 15점을 전시하며, 유럽우주국(ESA)과 NASA가 제작한 30주년 기념 특별영상도 상영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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