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설·전시회 등 젊은층 참여 기회 확대를
2020년 05월 26일(화) 00:00
2020년의 5·18이 지나가고 있다. 1980년의 5·18이 국가폭력과 그에 대한 시민들의 항쟁이었다면, 1980년 이후의 5·18은 해마다 사람들의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어느 해는 금남로를 비롯한 시내 일원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시위가 그 해의 5·18이었다면, 전국에서 몰려드는 참배객들로 광주지역이 소용돌이쳤던 5·18도 있었다. 그렇다면, 올해의 5·18은 어떤 모습일까? 몇 장면이 뇌리에 떠오른다.

첫 번째는 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대통령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장면이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헌법이 개정될 경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항쟁 발발 40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기관인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서울 한복판에서 ‘5·18특별전’을 개최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5·18 40주년 기념일에 지만원을 비롯한 수구세력들이 현충원에서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집회를 개최한 장면이다. 이들은 애초 추모 행사를 연다며 당국의 협조를 얻은 뒤 실제 행사에서는 “5·18은 김대중 졸개들과 북한 간첩들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지난 5월 6일 자유연대라는 조직은 광주시 일원에서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집회를 시도하기도 했다.

세 번째 장면은 광주·전남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에서는 5·18 관련 기사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기 지역과 관련된 사람들의 동정을 보도한 기사에서 일부 5·18 기념식이나 광주 방문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외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5·18에 무관심하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5·18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에서 매우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시각과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시각, 그리고 무관심한 경우,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과거와 비교할 때,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시각은 그 세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5·18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세력은 다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관심한 사람들은 여전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사실 40주년을 기점으로 5·18은 매우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 무엇보다도 1980년에 21살이었던 대학교 2학년들이 2020년에는 회갑을 맞는다. 당시에는 피 끓는 청년이었으며, 그 이후에는 부채의식이나 죄책감, 회한 등 어떤 형태로든 5·18과 개인적인 사연을 갖는 세대들이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연령층인 20대에서 50대는 앞 세대에 비해 5·18에서 자유로우며,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5·18에 무관심하다는 것과 세대별 인식은 상관관계가 매우 크다.

필자는 2003년부터 한국 및 일본의 대학생들과 함께 ‘동아시아대학생평화인권캠프’를 1년에 두 번씩 조직·운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인권현장을 방문하면서, 해당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고, 현재의 삶 속에서 가져야 할 태도나 인식, 생활방식 등을 고민하는 캠프이다. 그래서 필자는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함께 3~4년에 한 번씩 광주와 전남지역의 5·18 현장들을 방문하고, 같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5·18 현장들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이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기념관들의 컨텐츠가 매우 유사해서 다 갈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정답을 정해 놓고, 그것을 강요하는 등 너무 고압적이다”, “피해자들이 고생한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우리가 별다른 감정을 갖기 어렵다” 이들은 5·18 기념시설들에서 그것을 겪은 세대의 경험을 강요하는 권위주의만 있고, 젊은 세대에게 주는 사고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에게 5·18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그들의 상상력이 발휘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올해도 여러 가지 형태의 기념시설이 들어서고 있고, 다양한 5·18 관련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시설이나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최근 대학생들을 포함한 젊은 사람들이 5·18 관련 물건을 만들거나 5·18 관련 공연 등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하면서 SNS 등을 이용하여 성금을 모으고, 참여자도 찾는 등 매우 참신하고, 성공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다. 기성세대는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행태에서 우리는 5·18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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