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갈 데없고 가정의 달 찾아올 이 없고…
독거노인들에겐 ‘잔인한 5월’
경로당 문 닫고 복지관 행사 끊겨
잠시 햇볕 쬐는게 외출의 전부
광주 독거노인 1만1455명
시·자치구 결식 대책 등 마련
경로당 문 닫고 복지관 행사 끊겨
잠시 햇볕 쬐는게 외출의 전부
광주 독거노인 1만1455명
시·자치구 결식 대책 등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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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광주시 북구 각화동에 홀로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텔레비전의 채널을 하염없이 돌리거나(위) 잠시 아파트 화단에서 끊어온 철쭉을 매만지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
광주시 북구 각화동에서 만난 최순임(83)할머니는 올해로 15년째 혼자 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방에 갇혀 지내는 것도 지겹지만 밖에 나서기도 편치 않다. 황금연휴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 어버이날을 맞아 자녀들이 찾아오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또래 노인들을 보는 게 불편해서다.
최 할머니는 “요즘은 TV가 ‘유일한 친구’”라며 “가끔 아파트 단지 앞에 앉아서 햇볕을 쬐는게 외부 활동의 전부”라고 했다.
황금연휴로 이어지는 가정을 달 5월을 홀로 보내야 하는 취약계층 노인들이 늘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불경기 등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해체되는 등 독거노인이 되면 자식들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 시간을 보낼 거리도 마땅치 않고, 말을 건낼 사람도 없어 ‘우울한 5월’을 보내야할 형편이다. 가족들이 한 데 모이고 여행하는 5월은 이들에게 ‘잔인한 달’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박 할머니는 아파트 화단에 나가 철쭉을 끊어와 화분에 옮겨 심으며 외로움을 달랬다.
박 할머니는 “예전같으면 연휴 전 복지관이나 여러 단체에서 여는 행사들이 많아 심심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광주지역의 경우 9개 노인복지관, 1329개 경로당이 문을 닫은 상태다. 전남도 28개 노인복지관과 9121개의 경로당이 일시적으로 운영을 멈춘 상태다.
박 할머니는 “우리같은 늙은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라며 “그나마 복지관에서 음식이라도 주니 그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판금(82)할머니는 30년 째 혼자살아왔지만 가족들이 모이는 연휴나 어버이날 등이 몰려있는 5월이면 항상 허전함이 밀려온다. 올해는 코로나로 밖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돼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못가니 허전함을 더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28일 광주시 등은 이같은 점을 감안, 1만1455명의 독거노인·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연휴기간(30일~5월3일) 돌봄 지원 및 결식 대책을 마련중이다.
5개 자치구는 대상 노인들에게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에게 안부전화를 실시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행기관별 대응체계를 마련할 방침이다.
취약계층인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기간 활동여부와 외출여부 등을 감지하는 응급안전서비스 대상자를 확대하고, 기존 설치된 장비에 대해 유지보수와 점검을 강화한다.
광주 27곳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고 있어 연휴기간 식사를 할수 없는 우려대상자에게는 대체식과 식사배당 등을 지원 할 방침이다.
전남도도 연휴기간, 10만 4860명의 독거노인에 대해 독거노인 응급 안전 서비스와 대체식을 전달하며 위로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