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죽음 등 삶에서 중요한 9가지 ‘질문서’
천년의 수업
김헌 지음
2020년 04월 24일(금) 00:00
“여러분은 질문하는 삶을 살고 계신가요?”

‘차이나는 클라스’,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 TV 프로에 등장해 친숙한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가 학교 수업이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늘상 던지는 질문이다. 이 때 반응은 비슷하다고 한다.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라는 것.

그는 질문하며 사는 건 많은 질문을 던지는 대신 굵직한 질문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것, 반복해서 계속 물으며 자신의 답을 검토해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 길라잡이로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생생학 담은 서양 고전, 그 중에서도 ‘문명의 근원’인 그리스로마신화, 그리스 비극, 역사, 철학 등을 제시한다.

그가 펴낸 ‘천년의 수업-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은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9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삶에서 중요하다고 할 만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야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등 서양 고전이 수천년간 던져온 화두를 우리에게 묻는다.

저자에 따르면 질문하기 전에 먼저 해야할 게 있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정보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 파악이다. 두 가지를 하고 나면 이제 ‘행동’을 해야한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판단하는 단계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가치를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세가지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과 윤리학에서 제시했고, 플라톤 역시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첫번째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실용적 판단 또는 경제적 판단이다.

또 하나는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로 판단 기준은 윤리와 도덕이다. 나머지는 ‘아름다운가, 추한가?’라는 미학적 관점이다. 저자는 여기에 덧붙여 판단을 내린 후에도 판단을 멈추지 않는, ‘판단중지’를 뜻하는 ‘에포케’(epoche)‘의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고 독단에 빠지 않도록 잠시 멈춰서는 에포케의 지혜는 질문을 끊임없이 지속해가는 힘이며 꿋꿋이 행동하면서도 융통성을 갖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하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들과 함께 각각의 주제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저자 본인이 겪은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인간의 질문에 대한 시작점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구와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했던 오이디푸스의 삶은 통해 풀어낸다. 또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에 대한 문제는 고전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와 불멸의 삶을 포기하고 인간의 삶을 선택한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다산책방·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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