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환자에 새 생명 준 ‘군복의 천사’
[22년전 조혈모세포 기증 약속 지킨 공군 제1전투비행단 김덕중 상사]
항원 일치율 2만분의 1 확률 뚫고 혈액암 환자에 생명 나눔
이달초 채취 수술…육군 이정주 중사도 12년전 약속 지켜
2020년 04월 07일(화) 00:00
국군 부사관들이 최근 잇따라 생면부지의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해 눈길을 끈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 항공정비전대 김덕중(44) 상사와 육군 제20기갑여단 번개대대에서 전차장으로 근무하는 이정주(32) 중사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로 불리며, 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의 치료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환자와 기증자의 조직 적합성 항원형이 일치해야 이식할 수 있다. 일치 확률은 형제·자매가 25%, 부모가 5% 수준에 불과하다. 혈연 관계가 아닐 경우 확률은 2만 분의 1 정도로 낮아진다.

김 상사는 1998년 5월 하사로 근무하던 당시 헌혈을 하던 중 우연히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고, 곧바로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22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해 5월, 조직 적합성 항원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김 상사는 망설임 없이 기증을 하러 나섰다. 지난달 30일 전남의 한 병원에 입원해 조혈모세포 촉진제 주사를 맞고 이달 2일 조혈모세포 채취 수술을 받았다.

김 상사가 기증한 조혈모세포는 혈액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기증돼 새 생명을 선물할 예정이다.

김 상사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분과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주저하지 않고 기증을 결심했다”며 “환자분이 용기를 잃지 마시고,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중사도 2008년 초 부사관에 입관했을 때 헌혈을 하다 기증을 결심했다.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부족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

그는 지난 1월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고, 기증에 최종 동의했다.

이 중사는 언젠가 소중한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간 규칙적인 운동과 철저한 식단 관리를 해왔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 여파로 부대 생활이 제한됐으나, 부대는 이 중사가 기증할 때까지 건강검진과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중사는 이번 기증을 하는 과정에서 받을 교통비까지 백혈병 환우 모임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 중사는 “환자분이 용기를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하겠다”며 “저도 건강하게 잘 회복해 다시 전우들 곁으로 돌아가 전차장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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