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출신 배다인 작가 장편동화 ‘파도 너머 푸른 꿈’ 펴내
강진에 머물던 하멜과 꿈에 대한 이야기
2020년 03월 11일(수) 23:00
네덜란드 출신 헨드릭 하멜은 유럽에 조선이라는 나라를 최초로 알린 ‘하멜 표류기’의 저자다. 그는 1653년 일본으로 가려다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난파해 13년 동안 우리나라에 억류돼 있었다. 그러다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해 조국인 네덜란드로 돌아가 조선의 모습을 유럽에 알렸다.

하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장편 동화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화순 출신 배다인 동화작가가 펴낸 ‘파도 너머 푸른 꿈’(토마토 하우스)은 역사 속 의미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작가는 제주도, 강진, 여수 등지에서 하멜이 머물던 흔적을 좇다 창작의 실마리를 찾았다.

“하멜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때가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안에 하멜의 삶이 건넨 씨앗이 나도 모르게 싹이 터 오르기 시작했다. 문득문득 ‘우리말을 몰랐을 텐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을까?’, ‘음식은 입에 맞았을까?’와 같은 생각과 느낌이 내 안에서 커다란 나무로 성장했다.”

작품은 실존 인물 하멜과 무당의 아들로 태어난 한오라는 가상의 아이가 등장해 ‘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무당의 자식으로 태어난 주인공 한오의 꿈은 멋진 수군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를 보기 위해선 글을 배워야 하지만 현실은 엄마를 따라 굿거리를 배워야 한다. 동네 친구들은 서당에 다니며 글을 배우지만 한오는 매일 아침 굿 주문을 외워야 하고 굿거리를 따라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한오는 빨간 머리에 파란 눈을 한 ‘도깨비 아저씨’인 하멜을 만나게 된다. 하멜은 한오에게 더 넓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며 꿈을 이룰 비밀 작전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꿈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삶은 죽은 거와 같다고 했지?”라는 말은 한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배 작가는 “하멜이라는 인물을 각자의 삶 속에 초대해 상상의 나래를 폈으면 한다. 과거의 한 지점을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해 필요한 영양분을 얻기를 바란다”며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꿈을 갖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가는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배 작가는 광주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조선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돼 등단했으며 대산문화재단 동화 부분 창작기금과 광주전남아동문학인상을 받았다. ‘은골무’, ‘고양이가 데려간 여행’, ‘생각이 들리는 세계’ 등의 창작집이 있으며 현대 조선대 국문과와 광주교육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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