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질문하는 인간’이 되자
2020년 01월 22일(수) 00:00
강연장에 들어선 두 석학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행사였지만 강연장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 뜨거웠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문화재단이 빛고을 시민문화관 개관10주년을 맞아 개최한 토크 콘서트 ‘롤러코스터 시대, 삶의 중심잡기’의 풍경이다.

이날 무대에 선 초청강사는 실천철학자로 불리는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와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탁월한 사유의 시선’, ‘인간이 그리는 무늬’로 잘 알려진 최 교수와 ‘패권의 비밀’의 저자 김 교수는 어떻게 ‘대변혁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예단하지 마라’, ‘시선의 높이를 끌어 올려라, ‘자신에게 질문하라’….

두 거장의 통찰과 혜안은 객석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4차혁명 시대에 필요한 덕목으로 ‘시선의 높이’를 강조한 최 교수의 일침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18년 정년을 7년 앞두고 강단에서 물러 난 후 함평에 머물고 있는 그는 “휴일에도 강의를 듣기 위해 발걸음을 한 광주 시민들을 보니 4차혁명의 미래가 밝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진국 함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으로 올라 가는 데 필요한 과학적, 인문적, 예술적 시선의 높이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후진국에서는 후진국형 일이 일어나고, 선진국에서는 선진국형 일이 일어나는 이치다. 우리나라에 후진국형 재난이 끊이질 않는 건 이와 무관치 않다. 후진적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유와 질문을 통해 (우리의)시선을 높여야 한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대인은 질문 보다 대답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다. 질문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내면의 표출이라면 대답은 수동적이고 반복적인 지식의 결과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역동적인 사회는 ‘대답’의 기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획기적인 사고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 즉, ‘다음’을 향한 준비를 해야 하는 데 대답하는 습관으로는 사색의 근육을 키울 수 없다는 얘기다. ‘나는 지금 바람직한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바라는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유행에 맞는 옷을 입고 있는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늘 내면을 향해 이런 건강한 고민들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의 힘, 시선의 높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인문학적, 예술적 경험을 일상에서 자주 접한다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2020년에는 각자 시선의 높이를 끌어 올리는 시간을 꾸준히 갖도록 하자. 마침 올해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문화공간 등에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아 안목을 키우고 인문학 강좌에 등록해 본격적인 ‘질문형 인간’으로 변신해보자. 상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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