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일신중 교감] 이충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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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 꿀을 팔러 왔다. 실명을 거론하면 모두가 아는 회사의 판매원 두 명이었다. 삼십 대 중반의 능숙한 분과 이십 대 신입의 조합이었다. 교무실 입구에 꿀병을 늘어놓고 10여 명이 담소하고 있는 난로 가로 다가왔다. 좋은 꿀을 선생님들께 드리게 되어 기쁘다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반응은 별로였다. 설탕물을 준다, 꿀은 부모 자식 간에도 못 믿는다 등 불신의 연속이었다. 구매 의향을 밝힌 사람이 이상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유리병 속의 연갈색 꿀은 조는 듯 담겨 있고, 침묵은 길어졌다.
다음 전략은 맛보기였다. 사지 않아도 좋으니 맛만 보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양했지만 일부는 맛을 보았다. 시작종이 울리자 많은 선생님들이 교과서와 분필통을 챙겨 교실로 향하면서 맛보기로 떠준 꿀을 한 스푼씩 먹었다. 맛보기로 꿀이 반병이나 비었다. 그래도 꿀은 팔리지 않았다. 고참은 “이렇게 받아먹고 한 병도 사지 않으면 어쩌냐”고 화를 냈다. 투덜거리며 야릇한 비웃음을 남기고 교무실을 떠났다. 맛보기가 문제였다. 그렇게 꿀을 불신했으면 맛보기도 불신했어야 했다. 학교에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신상품을 소개하고, 무슨 청약저축 가입을 권유하지만 좋은 물건, 실속 있는 금융 상품은 새벽부터 줄을 서지 학교까지 찾아오지 않는다. ‘사면 호구요, 안 사면 찌질하다’고 하니 외부인 출입 차단이 필요했다. 30여 년 전 어느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었다.
이충근 선생님은 우리 학교 배움터 지킴이시다. 군에서 27년간 근무하고 영관급 장교로 퇴직하셨다. 부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관현악단을 창단하고, 군단급 이상의 각종 대회에서 여러 차례 부대 표창을 받는 등 장병들의 존경을 받으신 분이다. 최전방 부대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한 가지 사례는 이 분의 인품을 말해주고도 남았다. 군 복무를 마친 제대병들을 고향으로 귀가하도록 버스 정류소에 데려다주면 한두 명이 아니라 50% 정도가 다시 부대로 돌아와 며칠만 더 머물다 가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무슨 캠핑도 아니고 군대 생활을 더하겠다니…. 그것도 제대병 대다수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뻥이 많다지만, 냉혹하리 만큼 스스로에게 철저한 이충근 선생님의 말씀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8시에 출근하여 도로를 건너오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두 팔로 맞이한다.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이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간다. 학교 순회로 일과를 시작하여 쉬는 시간마다 외진 곳 살피기 8년째다. 학생들은 안전하고, 교무실에 꿀을 팔러 오는 분도 없다. 학생들이 만든 신문에는 “현역 장교로 나라 지킴이, 퇴직 후엔 학생 지킴이, 밝은 미소로 긍정의 힘을 전도하시다”라고 실렸다. 한 평 남짓한 곳에서 세 곳의 출입문과 16개의 CCTV모니터를 확인하면서 텃밭에 고추와 상추를 재배하여 나눠주신다. 학교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을 높낮이에 차별 없이 맞이하고 웃음으로 배웅한다.
학교에는 간혹 민원 전화가 온다. 예측한 현안이 있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같은 수학 시험 문제를 두고 오전에는 너무 어렵다고 항의 전화가 오고, 오후에는 난도가 높아 변별력 있어 좋다는 격려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같은 내용의 민원 전화를 몇 번 받았다. 교무실로 오기도 하고 내가 직접 받기도 했다. 한 분이 아니라 복수의 인근 주민이었다. 민원 내용은 고맙게도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을 어떻게 표창할 방법이 없겠느냐, 주민들이 행정 기관에 추천하면 되겠느냐, 날마다 출근하면서 배움터 지킴이를 보는데 너무 감동적이다”였다.
며칠 전에 이 민원이 해결되었다. 이충근 선생님이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우리는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축하합니다!”란 플래카드를 교문에 걸고 기뻐했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 수많은 학생들과 교무실 선생님 모두가 나섰다. 학교 폭력 예방 교육, 인성 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었다.
혹시 독자 분들이 우리 학교에 들르시거나 전화로라도 이충근 선생님께 축하 말씀을 해주시면 이 충만한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사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칼럼을 마치게 되어 정말 좋다.
8시에 출근하여 도로를 건너오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두 팔로 맞이한다.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이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간다. 학교 순회로 일과를 시작하여 쉬는 시간마다 외진 곳 살피기 8년째다. 학생들은 안전하고, 교무실에 꿀을 팔러 오는 분도 없다. 학생들이 만든 신문에는 “현역 장교로 나라 지킴이, 퇴직 후엔 학생 지킴이, 밝은 미소로 긍정의 힘을 전도하시다”라고 실렸다. 한 평 남짓한 곳에서 세 곳의 출입문과 16개의 CCTV모니터를 확인하면서 텃밭에 고추와 상추를 재배하여 나눠주신다. 학교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을 높낮이에 차별 없이 맞이하고 웃음으로 배웅한다.
학교에는 간혹 민원 전화가 온다. 예측한 현안이 있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같은 수학 시험 문제를 두고 오전에는 너무 어렵다고 항의 전화가 오고, 오후에는 난도가 높아 변별력 있어 좋다는 격려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같은 내용의 민원 전화를 몇 번 받았다. 교무실로 오기도 하고 내가 직접 받기도 했다. 한 분이 아니라 복수의 인근 주민이었다. 민원 내용은 고맙게도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을 어떻게 표창할 방법이 없겠느냐, 주민들이 행정 기관에 추천하면 되겠느냐, 날마다 출근하면서 배움터 지킴이를 보는데 너무 감동적이다”였다.
며칠 전에 이 민원이 해결되었다. 이충근 선생님이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우리는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축하합니다!”란 플래카드를 교문에 걸고 기뻐했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하니 수많은 학생들과 교무실 선생님 모두가 나섰다. 학교 폭력 예방 교육, 인성 교육이 따로 필요가 없었다.
혹시 독자 분들이 우리 학교에 들르시거나 전화로라도 이충근 선생님께 축하 말씀을 해주시면 이 충만한 기쁨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따뜻한 사연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칼럼을 마치게 되어 정말 좋다.